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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IPO] 상장 1차 관문 넘은 컬리, 여전히 남은 우려는?

이안나
기업들이 뉴노멀 시대에 대응하며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신사업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중요해지면서 주요 성장기업은 기업공개(IPO) 절차에 뛰어들고 있다. 기업가치를 높이면서(高) 적기에 IPO를 진행(GO)하는 게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디지털데일리는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기업 IPO 준비 과정을 집중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가 한국거래소 승인을 받으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위한 첫 관문을 넘었다. 그러나 기업가치 산정이라는 2차 관문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다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어 당초 컬리가 기대했던 몸값을 인정받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 22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컬리에 “주권상장 예비심사 결과 상장요건을 충족하고 있어 상장에 적격한 것으로 확정한다”고 밝혔다. 3월28일 컬리가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지 약 5개월 만에 나온 승인 결과다.

업계에선 컬리 창업자 김슬아 대표 낮은 지분율이 심사 장기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컬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김 대표 지분은 5.75%에 불과하다. 지분 절반 이상은 힐하우스캐피탈(11.89%)과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 외국계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하고 있다.

거래소가 경영권 안정 문제를 지적하면서 컬리 심사 승인은 답보 상태에 놓인 듯 했지만, 컬리가 지난달 FI 보유지분 의무보유 확약서를 제출하면서 진행이 급물살을 탔다. 주요 주주들에게 보유지분을 6개월~2년 가량 지분을 팔지 않고, 20% 이상 지분에 대해 경영권을 공동 행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여기에 컬리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소수 지분(1% 이상)을 보유한 일반주주도 보호예수 확약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컬리가 상장 예비심사라는 1차 관문을 통과했지만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으로 상장 시기와 기업가치 책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컬리는 2500억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4조원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 하지만 컬리 IPO는 글로벌 경기침체 등 투자심리가 극심하게 얼어붙은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되는 컬리 가치는 4조원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주가 기준 시총은 2조원대다.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회사는 6개월 내 공모를 완료해야 한다. 몸값 회복이 시급한 컬리는 내년 2월까지 시간을 확보한 만큼 즉각 공모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김종훈 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최적의 시점에 상장을 진행할 계획이며, 이를 위해 주주·주간사·거래소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코스피 1호 ‘유니콘 특례상장’ 기업으로 언급된 차량 공유업체 쏘카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모습도 컬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쏘카 다음으로 컬리 역시 ‘적자 성장주’ 특징으로 특례상장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쏘카는 상장 첫날인 22일 2만63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는 공모가 2만8000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기대했던 기업가치 1조원과도 멀어졌다.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 실패하자 공모가·공모물량까지 낮추며 상장을 강행했지만 데뷔전마저 부진했다.

그나마 쏘카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4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컬리 영업손실은 ▲2017년 124억원 ▲2018년 337억원 ▲2019년 1003억원 ▲2020년 1162억원 ▲2021년 2177억원으로 매년 커졌다. 이에 컬리는 공헌이익(매출액에서 변동비를 차감한 금액)이 2019년부터 3년째 흑자를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헌이익 흑자는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면 흑자 전환이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컬리는 상장 철회는 계획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컬리 공모가가 어느 수준에 책정될지 주목하고 있다. 컬리는 무리하게 공모가를 높여서 이후 주가 하락을 겪기보다, 액면가를 낮춰 개인 투자자를 늘리고 장기간 우상향 그래프로 가는 방향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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