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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정부 CBDC 사업, '익명성' 보장이 관건

박세아

한국은행
한국은행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정부가 디지털화폐(CBDC)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갈 길이 녹록치 않다. CBDC 프라이버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CBDC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국민 의견이 아직 강하다.

31일 한국은행이 조사한 '중앙은행 CBDC와 프라이버시:무작위 설문실험' 결과에 따르면 향후 CBDC를 사용하겠다는 응답은 약 22~48%에 불과했다. 거꾸로 해석하면 조사 대상 절반이상은 CBDC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표현을 한 셈이다.

이번 설문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351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무작위 설문실험 방법론을 활용해 익명성 및 프라이버시 보장 정도에 따라 경제주체들의 CBDC 수용성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측정했다.

CBDC 사용 의사가 적은 이유로는 익명성 보장 문제에 대한 의구심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익명성과 프라이버시 보장 정도가 높은 분리저장이나 소액익명집단의 경우 CBDC 사용 의사가 결합저장집단 대비 증가했다. 또 프라이버시에 민감한 재화를 구매할 때 CBDC 사용 의사가 프라이버시에 민감하지 않은 재화 구매 시보다 컸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현금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현금 사용이 가능한 경우에 비해 전반적으로 CBDC 사용 의사가 대폭 증가했다. 이에 더해 개인정보 활용방지 정보를 제공받은 집단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CBDC 사용 의사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익명성이 보장되면 CBDC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지를 나타내지만, 실제 익명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CBDC 사용에 대한 효용성을 적게 느끼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최근 한국은행을 비롯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중국 인민은행 등 전세계 중앙은행에서 CBDC를 검토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 정부에서 CBDC를 발행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직접 현금을 발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절약하고, 실시간으로 CBDC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클라우드에 CBDC 환경을 조성하고, 모의실험을 진행해왔다. 9월 부터는 금융기관과 협업해 실제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이번 테스트의 핵심은 한은이 CBDC 제조와 발행, 환수 등 시스템 핵심 운영에 집중하고, 유통과 대고객 업무는 민간에 위임하는 형태다.

하지만 CBDC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익명성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는 등 초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해당 보고서 연구진은 "현금에 비해 익명성이 약화될 수 있어 CBDC 도입 시 프라이버시 및 익명성 보장 방안을 매우 세심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며 "CBDC에 대한 국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프라이버시 및 익명성이 충분히 보장 되도록 CBDC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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