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말 많던 배달공제조합 출범…업계 시선은 ‘복잡’

오병훈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배달서비스 공제조합(이하 배달 공제조합)’이 한차례 연기 끝에 창립총회를 열고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다만, 공식 출범 후에도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아직까지 설립에 필요한 기업별 출자금 유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며, 예정됐던 정부지원이 불발됐다. 참여 주체간 이해관계도 달라 배달공제조합을 바라보는 시선도 각기 다른 상황이다.

27일 배달 공제조합은 창립총회를 열고 첫 안건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조합설립 추진 경과보고, 임원 및 운영위원 선출 등이 진행됐다.

배달 공제조합에는 배달플랫폼 ▲우아한청년들(배달의민족) ▲쿠팡이츠서비스(쿠팡이츠) ▲플라이앤컴퍼니(요기요)와 배달대행 플랫폼 ▲로지올 ▲만나코퍼레이션 ▲메쉬코리아 ▲바로고 ▲슈퍼히어로 ▲스파이더크래프트 등이 참여한다.

배달 공제조합 골자는 배달기사에게 보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현재 유상운송 배달용 이륜차 경우 가정‧업무용 이륜차 대비 평균보험료가 11배 가량 비싸 보험 가입률이 약 12%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9개 업체는 지난 2월 협약식을 시작으로 배달 공제조합 설립 추진을 본격화했다. 이후 설립추진단을 꾸려 자본금 마련 및 공제조합 운영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본출자금 110억, 설립 전 유치 가능할까=그러나 출자금 마련 방법과 출자 비중 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정부와 업계가 함께 마련키로한 출자금 142억원은 국토부가 예산 확보에 실패하면서 온전히 기업이 부담하게 됐다. 이에 공제조합 참여사는 지난 2월 이후 약 8개월에 걸쳐 조합 운영안, 자본 및 출자금 산정 방식에 대해 논의해 출자금을 110억원 규모로 하향조정했다.

국토부는 배달 공제조합 설립 추진 초기, 출자금으로 1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예산안이 빠지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공제조합을 통틀어 정부로부터 출자금을 지원받는 선례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설득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예산지원을 10억원 하려고 했는데, 이게 지금 국회에서 안됐다”라며 “다시 한번 국회에서 노력을 해보려고 하는데, 기다려봐야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자본금을 줄여 출자를 진행했지만, 기업 별로 자금 상황이 달라 본출자금 유치 가능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년 새 배달업계 시장 수요가 하향 안정화 되고, 국제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새롭게 유입되는 투자금도 크게 줄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아직까지 본 출자금을 내지 못한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창립총회가 열려도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제조합 추진단 “추가 출자금 우려는 기우”=일각에서는 비싼 유상운송 보험료를 할인해 제공하기 위해선 추가 출자금을 내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배달 공제조합 추진단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다.

공제조합이 민간보험사를 연결하고 중간에서 비용을 지불하는 통상 모델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배달서비스공제조합 설립 추진단 관계자는 “설사 자금 부족으로 운영이 어려워진다 해도 이는 조합원(배달기사)으로부터 받는 보험료를 올리는 것으로 해결 가능하다. 기업으로부터 추가 출자금을 받을 확률은 극히 낮으며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험료를 올리면, 혜택 의미가 희석될 수도 있지 않냐는 우려에는 “그런 경우에는 민간 보험사 보험료도 상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 할인 폭은 경제상황이 바뀌어도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답했다.

◆배민에 쏠린 눈, 업체마다 상황달라 시선은 ‘복잡’=창립총회를 통해 배달 공제조합 출범이 공식화 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기업마다 온도차가 있다. 여러 이해관계 주체가 모였으며, 각기 처한 자금·사업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배달의민족 배달 담당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창립총회에 앞서 출자금 규모를 공개했다. 배달 공제조합은 각 기업 매출, 자산 상황에 따라 차등 출자키로했다. 이에 따라 우아한청년들은 110억원 중 47억원을 출자한다. 여기에 더해 배달의민족 창업자 김봉진 의장은 출자금과 별개로 5억원을 추가 출연키로 했다. 사실상 절반에 가까운 자금을 우아한형제가 마련한 셈이다.

우아한청년들 모회사 우아한형제들도 배달 공제조합 설립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직접 행사에 참석해 “배달기사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다들 뜻을 잘 모아줘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8개사 관계자도 대체로 배달 공제조합과 같은 대규모 사회환원 사업은 플랫폼이 나서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 다만, 우아한청년들이 출자금 규모를 밝힌 것을 두고는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다수 배달업계 관계자는 “공개하지 않기로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먼저 이렇게 (출자금액을) 공개를 했다는 것이 당황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각사 선택”이라고 말했다.

요기요 배달 업무를 전담하는 플라이앤컴퍼니와 쿠팡이츠서비스는 출자금 규모에 대해서 입을 닫았다. 아직까지 본출자금이 모두 모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우아한청년들이 먼저 공개한 것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기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양새다.

정부 지원 공백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업이 자체 자금을 통해 배달기사 처우 개선에 나선 만큼 정부도 배달기사 처우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의견이다.

또 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는 “가장 아쉬운 부분은 정부지원이 빠진 것”이라며 “출자금 직접 지원은 아니더라도 배달기사를 직접 지원해주는 식으로라도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병훈
digimon@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