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호실적에 가려진 포스코케미칼의 부끄러운 민낯
- 창립 이래 첫 분기 매출 1조원 돌파…'협력사 길들이기'로 드러난 민낯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1조533억원 vs 5억8000만원.
앞의 숫자는 포스코케미칼이 올해 3분기 달성한 매출이다. 회사 설립이후 사상 최대 매출이다. 그리고 뒤의 숫자는 지난 6일 공정위가 '협력사 갑질' 혐의로 포스코케미칼에 부과한 과징금이다.
덧붙여 여기에 두 금액 차이만큼이나 극명하게 상반되는 두 개의 문장이 있다.
“고속 성장하는 기업이라도 시대정신을 외면한다면 그 기업은 ‘사상누각’일 뿐입니다. 앞으로도 ‘공정과 상생’이라는 튼튼한 기초를 강화하겠습니다.” - 포스코케미칼 공정거래 자율준수 메시지 중 -
“아니 밑에 임원 내보내시라고 이야기했는데 왜 안 내보내세요? 사장님, 정말 다 잃고 나가실 거에요?” - 공정위가 밝힌 포스코케미칼의 협력사 압력 발언 중 -
앞서 지난 6일 공정위는 포스코케미칼이 19개 협력사의 중요한 경영 사안을 간섭한 행위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대기업이 협력사, 하청업체를 짓누르는 후진적인 경영관행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해당 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비판도 거세다. 그리고 포스코케미칼 주변에서도 ‘노골적인 협력사 길들이기다.’ ‘터질 게 이제야 터졌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다.
공정위가 언급한 대로 2010년경부터 최근까지 벌어진 일이자 명백한 위법이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자체 ‘경영관리 기준’을 설정한 뒤 협력사의 인사·자본·지분 등을 좌지우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 직원을 후임자로 선발 및 부임토록 하고 협력사 간 지분을 교차 보유하게 해 자율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하도록 했다.
이러한 지침을 준수하지 않으면 임원 임기 및 연봉 조정, 재계약 대상 배제 또는 물량 축소 등의 불이익을 줬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낙하산 인사와 협박적인 태도로 협력사를 관리해온 것이다.
지난 몇 년간 포스코케미칼은 2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명성을 쌓아왔다.
그 기반에는 포스코 그룹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 이전부터 진행해온 수직계열화 작업이 있었다.
광물부터 양·음극재 그리고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까지 갖췄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사상 최대 실적으로 돌아왔다. 지난 7일 장중에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공정위 발표로 그동안 여러 협력사들을 '상생' 대상이 아닌 직접 자신들 입맛에 맞게 관리하고 통제하는 수직계열화 대상으로 여긴 것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예나 지금이나 기업의 최대 명제는 '이윤창출'이다.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편적 사회 규범과 법을 준수한다는 가정위에 세워진 명제다. 이것을 보완하기위해 제시된 것이 E.S.G 경영이다.
포스코케미칼에 대한 공정위 제재 발표는 사실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화상공장 설비 배관용접작업과 관련해 연간 계약을 맺었던 세강산업에 대한 우월적 지위남용 혐의로 시정명령을 내린바 있다.
이 대목에서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 혐의로 애플 공급망에서 완전히 제외된 카메라 모듈업체인 '오필름'이 떠오른다. 윤리경영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니다. 철옹성이 모래성 되는 건 한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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