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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탁 거부하자 계약해지”… 포스코케미칼 협력사 사장의 눈물

정혜원

세강산업은 포스코캠텍(현 포스코케미칼)으로부터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 5월18일 (왼쪽부터)최정우 당시 포스코캠텍 사장(현 포스코그룹 회장), 김진만 세강산업 대표가 찍은 기념사진이다. <사진=김진만 대표 제공>
세강산업은 포스코캠텍(현 포스코케미칼)으로부터 '최우수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8년 5월18일 (왼쪽부터)최정우 당시 포스코캠텍 사장(현 포스코그룹 회장), 김진만 세강산업 대표가 찍은 기념사진이다. <사진=김진만 대표 제공>
- 공정위 "포스코케미칼, 계약기간 6개월 남았는데 일방적 중단 통보" 우월적 지위남용

- '우수파트너사'에서 간판만 남은 회사로 추락

- 세강산업 김진만 대표 "10억원 투자했는데 다 잃었다" 울분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는 지난 6일 19개 협력사의 주요 경영 사안을 간섭한 포스코케미칼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그런데 앞서 공정위는 5개월전인 올해 6월에도 포스코케미칼에게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포스코케미칼이 포스코 광양제철소 화상공장 설비 배관용접작업과 관련해 연간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진행해왔던 협력사 (주)세강산업에, 6개월이나 잔여 계약이 남았음에도 일방적으로 발주를 중단했다'는 혐의였다.

공정위는 이에 포스코케미칼이 '우월적 지위을 남용했다'고 보고 시정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의 시정 명령은 세강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 세강산업은 계약해지로 기술 직원이 떠나버려 사실상 사업 불능 상태에 빠져버린 뒤였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위가 시정되지 않았다면 관련 제보가 있을 경우 다시 조사해 적절한 처벌을 내리게 된다”고 말했다.

8일 세강산업 김진만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상 공정위 시정명령의 반영 여부는 차순위 문제였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의 발주가 중단된 것은 지난 2019년 7월이었다.

김 대표는 포스코케미칼이 발주 중단 이후 세강산업 기술직원들에게 '절대 세강산업과 재계약은 없다'고 엄포를 놨다고 말했다. 특수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관련 발주가 없다면 해당 직원들은 실직 상태나 다름이 없고, 결국 직원들은 물량을 확보한 다른 협력사로 이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직원들이 떠나감으로써 현재 세강산업은 회사 간판만 남아 있다. 김 대표는 “포스코케미칼 측에서 의도적으로 고용 불안을 (유발)시켰다”며 “(포스코케미칼은) 현재 자격도 없는 다른 업체에 물량을 넘겼고 (세강산업은) 사무실과 설비만 남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매출액의 95%를 포스코케미칼에 의존해왔으니 계약 해지는 세강산업에 있어 사실상 휴업 또는 폐업 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김 대표는 억울한 마음에 홀로 시위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억원을 투자했는데 다 잃었다. 눈물이 나고 화가 난다”며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루 아침에 본인들이 인정한 ‘우수 협력사’에 철퇴를 내렸다. 간섭 정도가 아니라 강요고 지시사항이었다”고 하소연했다.

김 대표는 또 “포스코케미칼 측이 특정 인사를 임원으로 승진시킬 것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포스코그룹 출신이었던 김 대표는 “해당 인사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기용할 수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결과 한 때 '우수 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던 세강산업은 포스코케미칼의 거래 해지를 통보받았으며 남은 잔여 계약물량은 다른 협력업체로 이관됐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의 이같은 진술은 앞서 지난 6일 공정위가 발표한 포스코케미칼의 협력사 '갑질' 내용과도 상당 부분 오버랩된다.

공정위는 포스코케미칼이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협력사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한 행위, 소위 ‘갑질’에 대해 5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협력사를 사실상 ‘계열사’로 간주해 임원의 연봉과 자본금 등 중요 경영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했다.

이번 공정위 발표 자료에 포스코케미칼 임원이 협력사에 "사장님, 정말 다 잃고 나가실 거예요?" 라는 말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김 대표 역시 "자신도 이 말을 기억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혜원
w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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