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K-콘텐츠 부상과 함께 버추얼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 VP) 산업이 차세대 방송영상콘텐츠 제작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CJ ENM과 SK텔레콤 등이 버추얼스튜디오를 선보이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전세계 버추얼프로덕션 시장은 매년 14.3%씩 증가해 2026년 4조30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관련 기술·서비스 경쟁력 강화뿐만 아니라 정책지원과 민관협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버추얼프로덕션 전용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국내 업체는 비브스튜디오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자이언트스텝, CJ ENM, SK텔레콤 등이 꼽힌다. 버추얼스튜디오는 LED 월(Wall)로 실사 같은 그래픽을 실시간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최근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곳은 국내 최대 LED 월을 보유한 총 1만5000㎡ 규모로, 스튜디오 내에는 인카메라 VFX 장비 등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최적화된 최첨단 시설이 갖춰져 있다.
SK텔레콤 ‘팀스튜디오’는 경기도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3050㎡ 규모 볼륨스테이지와 XR스테이지 등 2개의 LED 월 스테이지로 조성됐다. CJ ENM은 경기도 파주 복합 스튜디오 단지에 ‘VP 스테이지’를 포함한 총 13개 동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버추얼스튜디오가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절감이다. 특히, 여러 인원이 이동하고 많은 자원이 소요되는 해외 현지 촬영의 필요성을 줄였다.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장면도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어 배우와 스태프의 안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비브스튜디오스 ‘메타스튜디오’의 경우 이동형 장치를 활영할 수 있는 구조여서 차량 추격 장면을 LED 월 앞에서 다양한 각도로 구현해낼 수 있다.
이러한 버추얼스튜디오는 대형 제작사뿐만 아니라 중소 제작사들에서도 그 수요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중소 제작사의 75%가 스튜디오·운영인력·교육·데이터 등 버추얼 프로덕션 신규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이 중 78%는 ‘매우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재 전세계 버추얼스튜디오의 75% 이상은 미국 헐리우드에 있다. 가장 먼저 버추얼 스튜디오를 도입한 작품 역시 ‘스타워즈’, ‘쥬라기공원’, ‘반지의 제왕’ 등 헐리우드 작품이다. 아시아 지역 비중은 한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15%가량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국내 버추얼프로덕션 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버추얼프로덕션 역시 미국발 거대 제작사들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필요로 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희 동국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버추얼스튜디오 기술이 미국 등에 밀리지 않는 만큼 적극적으로 해외 촬영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해외 사업자가 국내에서 촬영할 때 제작비를 일부 환급해주는 제도적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한 “아직까지 중국산이 많은 스튜디오 스크린 같은 제반 시설과 관련 기술을 국산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제작사들이 저렴하게 체험할 수 있는 시설 투자도 필요하다”며 “ILM 같은 버추얼 관련 기술력이 높은 해외 기업을 벤치마킹해 제작기술에 대한 교육에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요 확대를 위해 중소 제작사 대상 정부의 비용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열악한 중소 제작사들에는 버추얼스튜디오 대여 비용이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중소 제작사 관계자는 “버추얼스튜디오를 하루 빌리면 5000만원에서 1억원가량 비용이 든다”면서 “기존 영상 제작사들은 가뜩이나 버추얼 기술이 익숙지 않은데, 이 가격이면 그냥 기존 제작방식을 고수하겠다는 분들도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