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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빠른 ‘3세 황태자’의 등판… 롯데케미칼, 불안요소 불식시키나 [IT클로즈업]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롯데그룹이 전날(15일) 단행한 2023년 그룹 임원 인사에선 ‘새로운 롯데’를 강조한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두드러졌다.

롯데지주 송용덕 부회장, 롯데렌탈 김현수 사장, 롯데건설 하석주 사장 등 고위 임원들이 용퇴한 것을 비롯해 그룹의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롯데제과 대표에 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이창엽 전 LG생활건강 사업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파격적이었다. 또 롯데멤버스 대표에 빅데이터 전문가인 신한금융지주의 김혜주 상무를 내정하는 등 여성 임원의 비중도 늘렸다.

그러나 이번 롯데그룹 인사에서 단연 주목받은 인물은 역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부문 상무로 이름을 올린 신유열씨다.

1986년생인 신유열 상무(36·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임원 명단 공개이후 자연스럽게 3세 경영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신 상무는 올해 신 회장과 국내외 공식 행사에 수차례 동행하는 모습이 국내 언론에도 몇차례 노출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은 바 있다.

신 상무는 올해부터 롯데케미칼 일본 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했기 때문에 이번에 국내 본사 임원으로 진입한 것 자체만으론 특별히 이상할 것은 없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왜 신 상무가 롯데케미칼의 임원으로 선임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서 ‘예상보다 빠르다’는 의미는 신유열 상무가 아직 일본 국적을 가진 일본인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는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하고, 이에 필요한 병역의무 면제 연령은 병역법상 만 38세가 돼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 상무가 만 38세가 되는 2024년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자연스럽게 국내에서 활동을 시작할 것이란게 그동안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예상보다 빠르게 국내 사업장에 전진 배치된 배경중 하나로, 최근 롯데그룹과 함께 롯데케미칼의 종합적인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차전지 사업을 위해 2.7조원을 들여 일진머트리얼을 인수한 만큼 새로운 미래 먹거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동시에 담겼다는 평가다.
롯데케미칼 신유열 상무 <사진>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신유열 상무 <사진> 롯데지주

롯데케미칼은 올 하반기 강원 레고랜드 사태의 여파로 자금난 우려가 불거졌던 롯데건설의 대주주(지분율 43.8%)이다.

현재로선 롯데건설의 자금 안정화가 롯데그룹 전체의 신용도와 직결된 상황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인이다.

그리고 이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롯데케미칼이다.

롯데그룹측은 최근까지 롯데건설, 롯데케미칼의 유상증자 계획와 함께 원활한 금융지원을 통해 외부 불안 요인을 불식시켰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최근의 국내외 금리인상 등 금융시장 불안 등을 이유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롯데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을 핵심으로 한 그룹의 전폭적인 안정화 노력과 함께 신 회장이 장남인 신유열 상무의 국내 전진 배치로 대내외에 롯데케미칼의 불안 요소를 한꺼번에 불식시키는 상징적인 의미도 포함시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교롭게도 롯데그룹 임원 인사가 발표된 이날 롯데케미칼은 공시를 통해 “내년 1월2일 발행하는 2500억원 규모의 롯데건설 1년 만기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대해 이미 5000억원(6.39% 이율 적용)에 대한 자금 대여와 함께 876억원의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여기에다 롯데케미칼의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이 롯데건설에 3000억원 규모의 자금 대여까지 포함하면 9000억원에 가까운 금융지원을 직간접으로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또 다시 이날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2500억원 회사채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추가한 것이다.

전체적으로보면, 롯데그룹은 이날 대폭적인 인사쇄신과 함께 2023년에 대한 각오를 다졌지만 여전히 시장의 관점에 따라서는 살얼음판위에 서 있는 형국인 셈이다.

적극적인 자금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의 자금 사정이 화수분처럼 넉넉한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올해는 유화업계의 시황도 좋지 않다. 올해 3분기 롯데케미칼은 42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결국 롯데케미칼도 안정적인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근 1.1조원 규모의 막대한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주식가치 희석을 우려한 개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도 당연히 터져 나왔다.

롯데케미칼측은 유상증자 이유에 대해 ‘2조7000억원 규모의 2차전지 소재기업 일진머트리얼의 인수 잔금 지급과 화학제품 원료 구입 자금 등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서’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롯데케미칼의 대주주인 롯데지주(24.61%), 롯데물산(19.23%), 일본 롯데홀딩스(8.94%) 등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돼 전체 유상증자 대금중 6000억원 정도가 롯데그룹에서 충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매크로지표의 악화로 국내외 증시 상황이 녹록치않은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롯데케미칼 유상증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적어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1차 예정발행가액을 14만30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8일 예정 발행가액을 13만원으로 공시했던 것과 비교해 10%가량 오른 가격이어서 투자자 입장에서 가격적인 메리트는 다소 반감됐다.

이 가격으로 유상증자에 성공하면 롯데케미칼은 당초보다 1000억원이 늘어난 1.2조원 규모로 자본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2023년 2월 13일이다.

현재로선 롯데케미칼의 성공적인 유상증자가 이뤄진다면 롯데그룹 입장에선 한시름 놓은 상황에서 2023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유열 상무의 본격적인 국내 무대 데뷔와 함께 일진머트리얼즈 인수에 따른 이차 전지 관련 설비 투자 계획도 예정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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