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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연기’ vs 오아시스 ‘추진’…방향 갈린 새벽배송 IPO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새벽배송을 앞세워 급성장한 컬리와 오아시스마켓이 나란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서로 엇갈린 길을 가게 됐다. 오아시스마켓은 새해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반면 컬리는 ‘상장 연기’를 택했다. 이대로라면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 타이틀은 오아시스마켓이 가져가게 된다.

컬리는 지난 4일 상장 연기를 공식화했다. 컬리는 “글로벌 경제 상황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며 “상장은 향후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 중인 신사업을 무리 없이 펼쳐 가기에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컬리가 추후 상장을 재추진하려면 다시 예비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상장 연기 결정적 요인은 투자 시장 악화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컬리는 매년 업계 평균을 넘는 성장을 이루며 2021년 12월 2500억원 규모 프리IPO 유치와 함께 4조원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몸값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모습이었다.

컬리는 밤 11시 전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 문 앞에 상품을 배송하는 ‘샛별배송’ 서비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을 열었다. 매출은 급증했지만 물류센터 구축과 배송 인건비 등이 투입되며 영업손실은 ▲2019년 986억원 ▲2020년 1162억원 ▲2021년 2177억원 등 매해 늘었다.

적자를 감수하고 외형을 키우던 이커머스 업체들이 지난해 ‘수익성 개선’ 기조로 돌아섰지만 컬리는 외형 성장을 지속했다. 장보기 상품 위주로 판매하던 컬리는 지난해 말 화장품 전문관 ‘뷰티컬리’를 정식으로 열고,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내세우며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했다. 올해도 상반기 중 경기 평택시와 경남 창원시에 물류센터를 열고 새벽배송 권역을 확대한다.

자연스레 시장 관심은 컬리와 비슷한 시기 IPO를 추진하던 오아시스마켓으로 쏠리게 됐다. 지난해 SSG닷컴이 상장 연기를 결정한 후, 컬리까지 같은 길을 걷게 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상장 1호는 오아시스마켓이 유력해졌다. 오아시스마켓도 신선식품 새벽배송으로 급성장했다. 2013년 오프라인 직영 매장 운영을 먼저 시작하고 2018년 온라인 사업에 진출했다.

오아시스마켓은 코스피보다 규모가 작은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12월29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9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한 지 4개월 만에 IPO에 한 발짝 다가섰다. 컬리와 마찬가지로 예비심사 효력이 6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오아시스마켓은 올해 6월까진 상장을 마무리해야 한다.

지난해 6월에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원 투자를 유치받으며 1조1000억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물론 시장 상황이 얼어붙으며 오아시스마켓 역시 높은 기업가치를 받기 쉽지만은 않다. 단 오아시스가 내세울 수 있는 특징은 업계 유일한 ‘흑자 기업’이란 점이다. 2021년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한 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570억원으로 전년대비 3배 늘었다.

물론 컬리 매출이 2021년 기준 1조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오아시스마켓 규모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누적 회원 수도 컬리는 지난해 3월 1000만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130만명을 넘어섰다. 그만큼 몸집을 키우는 것이 과제라는 의미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아시스마켓은 최근 대형 기업들과 협업으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랜드리테일과 손잡고 출시한 ‘킴스오아시스몰’을 열었고, KT알파쇼핑과는 합작법인 ‘오아시스알파’를 설립했다. 올해 1분기 중엔 퀵커머스 ‘브이’를 출시도 준비 중이다. KT기가지니를 통해선 음성인식을 통한 장보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오아시스 측은 “상황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예정대로 상장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으로 새벽배송을 넘어 퀵커머스와 음성 활용 장보기, 라이브커머스 즉시배송 등 커머스 영역을 확장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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