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자율규제 VS 공적규제?… 입법 공백 속 고군분투하는 가상자산 규율정립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금융당국이 공적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디지털자산법에 대한 국회 심의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가상자산거래소 연합체 닥사(DAXA)에서 주도하는 자율규제에 이목이 쏠렸던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에서 업계 자율규제보다 공공규제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여 가상자산업계 규제 방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6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주장하는 자율규제에서 나아가 금융당국 주도의 규제에 초점을 맞출 것임을 시사하고 나섰다. 가상자산 관련 금융 리스크 점검 토론회에서 나온 기조였다. 자율에 상당부분 규제를 맡기는 것과 동시에 금감원 차원에서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향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 것이다.

이 원장은 올해 가상자산 시장 리스크 관리와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가상자산 발행과 보유 관련 주석공시 의무 신설 ▲모범사례 배포 ▲가상자산 잠재리스크 측정 및 평가역량 제고 등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금융시스템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자리에는 가상자산 공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로스앵글 김준우 공동대표도 나와 가상자산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방안 등을 공유했다. 금감원이 가상자산 시장 모니터링 툴을 개발해 리스크를 측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현재 업계에서 공시 플랫폼 쟁글을 운영하는 크로스앵글의 의견 청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크로스앵글 김준우 대표는 "지난 16일 세미나 취지처럼 모니터링 툴 필요성에 대해서 더 연구하고 발전을 시켜나가자는 취지로 이해했다"라며 "오랫동안 업계에서 활동해 온 민간 기업 입장에서, 만약 공적인 입장에서 시장 투명성 제고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그간 시장에서 배운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기여하겠다"라고 언급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법이 언제 통과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법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지 않았겠나"라며 "법이 만들어지기 전이라도 금융당국에서 사전에 대비한다면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이전보다 더 개선될 여지가 클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향후 행보, 시장 자율규제 무용론?

이 원장이 자율규제에 전적으로 맡겼던 기조에서 벗어나 금감원 차원에서 일정부분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시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율규제에 대한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자율규제 체계를 만들고 수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는 가상자산거래소 연합체 닥사(DAXA) 활동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이 원장 발언이 자율규제 무용론으로 연결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적 규제 자체가 공백인 상황에서 자율규제든 공적규제든 역할이나 구분이 큰 틀에서 정해진 게 없다"라며 "금감원에서도 닥사 심포지엄에 참석해 의견을 공유했다. 금감원에서 공적규제 강화를 언급한 게 자율규제 무용론에 대한 취지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주석 공시 의무 신설이나 회계 기준 정립은 금감원에서 오랫동안 진행해왔던 과제여서 이 부분에 대해서 구체적 방향성을 논의했다고 보는 게 맞다"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6월 테라와 루나 사태로 인해 당정간담회를 통해 만들어진 닥사는 이제 막 규제 기틀을 갖춰나가기 시작한 상황이다. 닥사가 지난 12일 자율규제 정책 심포지엄을 통해 올해 정책 방향성에 대해 논의한 것도 이의 일환이었다. 이 자리에는 금감원 관계자도 참석해 자율규제 방향성과 쟁점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고 공적규제와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업권법이 만들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업계 자율 규제 강화 행보는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아직 디지털자산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 발전을 위해 금감원 차원에서의 규제가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적인 감독 시스템 강화도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닥사 차원에서 할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신경 써야 하는 것이 건전한 가상자산 투자문화 조성에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라며 "투자의 관점에서 볼 때도 가상자산 시장은 365일 24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업계 자율규제 체계 마련에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이해관계자가 포함된 사업자들의 자율규제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라며 "빠른 시일 내 투명성을 확보하고 분명한 규제 체계를 갖춰 나간다면 이해상충 문제를 해결하고, 금감원 규제와 함께 시장 자정작용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