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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이어 게임위 승소 판결…“P2E 설자리 없네”[종합]

오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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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국내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게임이 법원으로부터 연달아 ‘퇴출’ 판정을 받았다.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를 개발한 나트리스가 앞서 패소판정을 받은 스카이피플과 같은 전철을 밟은 셈이다. 각 사건 담당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경품 제공성’을 문제 삼았다.

31일 서울행정법원(행정8부 이정희)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나트리스 무한돌파삼국지리버스(이하 무돌삼국지)에 대해 내린 등급분류 취소처분이 합당하다고 판단, 등급분류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 청구 재판의 1심 원고 패소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국내 P2E 게임에 대한 법원의 두 번째 판단으로, 지난 13일에도 게임사 스카이피플이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클레이튼(이하 클레이튼)’에 대한 게임위 등급분류 거부 및 취소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두 사건 모두 ‘경품 제공’이 핵심…재판부 “무돌토큰, 경품 해당”=재판부는 나트리스 패소를 선고하면서 “이 사건에서 무돌토큰이 법률상 금지하는 경품 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게임위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적극 반영했다”고 전했다.

재판부가 게임산업법상 28조 제3호를 근거로 등급분류취소처분을 내린 게임위 결정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조항에 따르면 게임물 사업자는 경품 제공을 통한 사행성 조장 행위가 금지된다.

해당 조항은 앞서 진행된 스카이피플 패소 판결 당시에서도 나타난 핵심 근거다. 당시 재판부 또한 파이브스타즈에서 획득 가능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ngible Token, 이하 NFT)을 경품으로 보고, 이에 근거해 게임위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철우 게임위 소송대리인 변호사는 “(두 재판 모두) 기본적으로 재산상 가치가 있는 가상자산이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에 의해 제공이 금지되는 경품에 해당한다는 골자는 같다”라며 “이번 재판에 ‘환전 가능성’ 등 위반 근거를 추가로 제시한 바 있는데, 재판부가 해당 근거도 인용했는지는 판결문을 확인해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환전 행위와 확률형 아이템도 문제 삼은 게임위=게임위는 이번 재판에서 무돌삼국지에 대한 등급분류취소 처분 근거로 현행 게임산업진흥법 제32조 제1항 제7호도 제시한 바 있다.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점수, 경품, 게임 내가상의 화폐 등 이와 유사한 것)을 환전 또는 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당시 무돌삼국지 이용자는 게임 내에 주어지는 과제를 수행하면 ‘무돌토큰’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다. 이용자는 무돌토큰을 가상자산 ‘클레이튼’으로 환전해 가상자산 거래소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현금화가 가능했다. 이에 게임위는 무돌토큰을 가상자산으로, 가상자산을 다시 현금으로 교환할 가능한 부분에 대해 ‘환전 또는 환전알선’ 행위로 판단했다.

아울러 게임위는 변론 과정에서 무돌 삼국지 사행성을 증명하기 위해 무돌삼국지 내 확률형 아이템 콘텐츠도 취소처분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무돌삼국지는 이용자가 캐릭터를 손으로 조종해 몬스터 공격을 회피함과 동시에 공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이용자 조작을 통해 게임 승패가 갈린다고 판단돼 경우에 따라 사행성 요건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게임위는 이용자가 고난이도 몬스터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고성능 캐릭터를 뽑아야 한다는 점을 사행성 근거로 내세웠다. 게임 결과가 이용자 실력보다는 게임 확률형 아이템이 지니는 ‘우연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무돌삼국지 경우 게임 이용에 따라 지급되는 무돌토큰이 이용자 전자지갑과 코인으로 스왑(환전)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즉시 연동됐기 때문에 게임산업법 제32조 제1항 제7호 ‘환전금지조항’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라며 “재판과정에서 확률형 아이템에서 기인하는 우연성과 사행성을 지적하기도 했는데, 판결문에서 이러한 부분에 대한 판단도 이뤄졌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사면초가 P2E…학계 의견도 엇갈려=앞서 나트리스는 게임위 등급분류 취소처분에 불복해 지난 2021년 12월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하면서 일찍이 무돌삼국지 국내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스카이피플 또한 지난 13일 패소한 이후 20일 국내 서비스 운영을 종료했다.

이번 판결로 국내에서 P2E 게임이 완전히 설 자리를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법 개정 없이는 P2E 게임에 대한 게임위의 등급분류 취소처분을 반박하기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 게임산업 부흥을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P2E 게임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 학회장은 지난해 9월에 개최된 게임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위한 토론회에서 P2E 게임을 비롯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 Fugible Token 이하 NFT)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이 학회장은 “P2E게임 문제는 요즘 가장 민감하게 다뤄지고 있는 주제다”라며 “현행 게임법상 국내에서는 유통이 불가한 콘텐츠지만, P2E 게임을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 및 NFT 기술은 향후 메타버스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P2E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전문가도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P2E 요소가 확률형 아이템을 촉진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되며, 해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P2E도 사행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한국게임학회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위 학회장은 “P2E가 게임 미래라고 이야기 하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에서 봤듯이 현재 P2E는 소멸 시점에 들어온 상태”라고 비판했다.

오병훈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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