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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협약 1년, 원스토어 입점 게임 단 4개…진짜 문제는?

왕진화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활성화 위한 정책지원 방안 세미나 개최
-원스토어 입점 소극적인 이유? 게임·콘텐츠사 “개발 및 운영 리소스 투입 등 비용 부담”
-신민수 한양대 교수 “비용 부담이 결정적 요인 아냐, 비용 외 원인 있을 것”
-한정원 과기정통부 디지털플랫폼팀장 “앱 마켓 간 매출 분산 우려·국내 한정 영향도”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상생협약’이 이뤄진지 만으로 2년이 다 돼가고 있다. 당시 게임사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주요 모바일콘텐츠사 자격으로 참여해 국내 앱 마켓인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와 건전한 앱 생태계 조성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그 이후 원스토어에 입점된 게임은 단 4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게임사를 비롯한 모바일콘텐츠사가 국내 앱스토어에 입점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국내 앱스토어 입점 시 매출 등 효과성이 의문인 점, 입점에 따른 개발이나 운영 비용에 대해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지난해 원스토어에 3번째로 입점한 상생협약사 게임 앱의 거래액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원스토어 입점 후 월 거래액은 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게임사가 비용 때문이 아닌 그 이외의 원인으로 국내 앱 마켓 입점을 주저한다는 의미다.

신민수 교수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 방안’ 세미나를 통해, 국내 앱 마켓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기존 앱 마켓을 규제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으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지난 2021년 10월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공정경쟁 및 동반 성장 환경 조성을 위해 국내 앱마켓 2곳과 주요 8개 모바일콘텐츠사가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상생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여기서 앱마켓은 ▲원스토어 ▲갤럭시스토어, 모바일콘텐츠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웨이브 ▲티빙 ▲멜론 ▲지니뮤직 ▲플로 등이었다.

신 교수는 상생 협약 체결 이후 1년이 경과한 뒤 원스토어에 새로 입점한 협약사 앱이 단 4개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021년 1개사, 지난해 3개사가 원스토어에 입점했다. 해당 기간 원스토어에 입점된 앱(게임)은 ▲넷마블 ‘머지 쿵야 아일랜드’ ▲넥슨 ‘문명:레인지오브파워’, ‘블루 아카이브’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2’ 등이 있다.

신 교수는 “원스토어 입점 업체들 경험치는 매우 좋은 것으로 나타났고, 국내 앱스토어 입점으로 인한 운영인력 추가는 크지 않았다”며 “즉, 매출 증대 효과가 없다고 볼 수는 없었다. 비용 때문에 원스토어에 입점하지 않는 것이 아닌 비용 이외 원인으로 인해 콘텐츠 개발사들의 입점 보류가 발생하고 있다. 시장 경쟁 상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 교수는 국내 앱 마켓 생태계 경쟁력 강화는 최종적으로 소비자 선택에 의존하기 때문에 규제만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국내 앱 마켓 생태계에 대한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곽정호 호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현재 앱 마켓 시장 내 유효 경쟁이 제한적이라는 진단을 내놓으며, 신 교수의 정책 제언에 공감의 뜻을 표했다. 곽 교수가 미국·일본·영국·호주 등 각국 시장분석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구글과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 간 경쟁이 활발하지 않고 ▲모바일 앱 배포에 대해 있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가 서로에게 가하는 경쟁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대목이 공통적으로 나온다.

곽 교수는 “앱마켓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에게 앱마켓 개방 및 차별금지 의무를 부과해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하고 공정경쟁 기반 조성이 필요하다”며 “시장경쟁에서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내 앱마켓 사업자의 역량 강화가 선행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진흥 정책을 통해 모바일 콘텐츠 사업자가 더 좋은 조건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가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원스토어는 아직 해외 진출을 하지 않았고, 한국에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 국가 자체가 제한적이다. 한정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디지털플랫폼팀 팀장은 이러한 점에서 앱 개발자들이 앱을 등록하는 데 있어 주저하는 측면들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 팀장은 “개발 유지 관리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 시장에 한정돼 있는 시장의 협소한 부분 및 앱 마켓 간 매출 분산 우려 등 때문에 신규 입점에 좀 소극적인 경향이 있다”고 진단하며 “정부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콘텐츠사의 앱 마켓 입점 자체가 민간에서 이뤄지는 사적 계약에 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따라, 무엇보다 토종 앱 마켓에 국내 콘텐츠사 입점을 촉진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국내 앱마켓과 개발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외 진출에 필요한 지원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유럽연합(EU)에서 오는 5월부터 시행될 ‘디지털시장법(DMA)’을 살피는 등 해외 규제 동향도 모니터링한다.

한편,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최근 월등한 시장 지배력을 가진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가 이용 가격 및 수수료 인상과 부당한 운영 정책들을 펼치면서 국내외 업체와 소비자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국회부의장은 “특히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경우 앱 마켓의 일방적인 정책 변화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는 모바일 콘텐츠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후생 저하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역시 국내 앱마켓 사업자와 모바일 콘텐츠 기업 간 상생 협약 및 수수료 인하를 진행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이용자 수가 적으며 효과성에 대한 이유로 콘텐츠 회사의 국내 앱마켓 참여가 현저히 떨어져 있는 실정”이라며 “국내 모바일 앱 생태계 성장 방해 요소를 되짚어보고, 산업 진흥 환경 조성을 위해 정책 지원 방향성이 모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미나 축사 영상을 통해 “국내 앱 마켓과 주요 모바일 콘텐츠 기업 간 상생 활동을 지원하고, 아울러 앱 마켓 간 경쟁 촉진과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도 검토하겠다”며 “정부는 건강한 앱 생태계를 기반으로 국내에 잠재력 있는 모바일 콘텐츠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성공 사례를 지속 창출하고 이용자들의 선택권과 편익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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