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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효과 끝...연간 영업익 1000억원 이하 홈쇼핑 어디?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정체된 홈쇼핑 시장에 모처럼 활력을 줬던 코로나19는 결국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았다. 분기마다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더니, 일부 업체는 업계 불문율이던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선을 깨고 그 아래로 내려왔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CJ·현대·롯데·GS 등 주요 홈쇼핑 4사는 전반적으로 전년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중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700억원대에 그쳤다.

주요 홈쇼핑사들은 산업이 성장기를 거쳐 정체기에 들어서면서도 지난 10년간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유지해왔다.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이 업계 상징적 수치로 통하는 이유다. 홈쇼핑 업계는 코로나 시국엔 잠깐 활황을 보였지만 지난해 엔데믹 전환과 함께 상품 판매가 다시 주춤했다. 이에 영업익 1000억원 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실제 이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나온 것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해 매출 1조3553억원, 영업이익 724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7%, 39.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홈쇼핑은 매출 1조780억원, 영업이익 780억원이다. 전년대비 각각 2.8%, 23.5% 줄었다.

사실 CJ온스타일은 일찌감치 영업이익 1000억원 아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했다. 지난해 1~3분기 주요 업체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하락했지만, CJ 하락 폭이 유독 컸기 때문이다. CJ온스타일 1~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1.6%, 34.7%, 78.8% 감소했다. 이에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경쟁사들 절반 수준인 380억원대에 그쳤다.
그나마 패션 카테고리가 강점인 CJ온스타일은 4분기 성수기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했다. 패션 신상품 등을 출시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뷰티·건강기능식품 등 고수익 상품 중심 포트폴리오 재편, 운영구조 효율화를 병행했다. 그 결과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6.2% 증가한 342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홈쇼핑은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800억원으로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을 간신히 넘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4분기 실적 부진으로 실패했다. 4분기 20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 한 것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송출수수료 증가로 매출총이익이 감소하고, 패션·건강기능식품 등 고마진 상품 비중이 감소한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홈쇼핑은 지난해 영업이익 1127억원으로 전년대비 16%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1000억원 이상을 유지했다. 매출은 1조804억원으로 전년대비 1.9% 늘었다. 현대홈쇼핑 역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건강식품 등 고마진 상품 매출 감소와 송출수수료 증가 때문이다. 1~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0% 가량 감소, 3분기엔 1.5% 감소에 그쳐 방어에 성공하는 듯했으나 4분기는 38.4% 줄었다.

지난해 주요 홈쇼핑사 중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건 GS홈쇼핑(GS샵)이다. GS홈쇼핑은 2021년 7월 GS리테일에 합병돼 전년대비 실적을 비교하기 어렵다. 다만 지난해 매출 1조2393억원, 영업이익 1426억원으로 매출·영업익 모두 홈쇼핑 4사 중 가장 높다.

1분기엔 전년동기대비 30% 가량 크게 줄었지만 2분기엔 유일하게 증가세를 보이고 3분기도 2.5% 감소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영업이익은 584억원에 달하는데, 일회성 요인인 세금 환급 178억원을 제외하더라도 406억원이다. 판관비 절감과 함께 패션·뷰티 판매 비중을 높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성 패션 상품을 고정 편성한 현대홈쇼핑
남성 패션 상품을 고정 편성한 현대홈쇼핑
지난해 주요 홈쇼핑사들이 각기 상이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서도 공통 과제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는 실상 막을 내렸고 송출수수료 부담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사업을 확장하거나 남성·2030세대 등 새로운 고객층으로 대상을 넓히는 전략을 시도 중이지만 아직까지 기존 사업모델을 대체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특히 업계는 유료방송 최근 5년간 연 20~30%씩 증가한 송출수수료를 가장 큰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 같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유료방송사업자에 지불하는 비용으로 일종의 ‘자릿세’에 비유한다. 유료방송업계와 홈쇼핑 업계는 정부와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을 준비 중이지만 업계간 이견은 첨예한 상황이다.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있다”며 “홈쇼핑 방송 매출 등 실적이 급격하게 하락한 데는 송출수수료로 인한 비용 증가분이 너무 크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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