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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박에 반박’ 카카오엔터-하이브…SM 인수전 판 뒤집기 시작?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를 두고 경쟁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와 하이브 간 갈등이 연일 불붙는 형국이다. 하이브의 SM 주식 공개매수 청약 마감일을 하루 앞둔 날, 침묵을 지키던 카카오엔터가 하이브에 맞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을 예고하자 하이브도 2시간 만에 반박 입장문을 내며 공방을 이어갔다.

카카오엔터가 SM과 사업협력 계약 유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겠다”고 밝히자, 업계는 카카오엔터가 공개매수를 통한 SM 인수전에 전면 등판할 가능성도 점친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엔터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에서 받은 9000억원 규모 ‘실탄’을 앞세워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보다 더 높은 금액대에 공개매수를 선언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카카오엔터는 김성수 각자 대표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사업협력 계약은 SM과 카카오, 카카오엔터 3사가 함께 이뤄갈 향후 비전과 방향성을 포괄적으로 담은 계약”이라며 “계약서 일부 문구를 왜곡해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한 하이브 측에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이는 최근 하이브가 카카오와 SM 간 계약을 ‘주주 이익을 훼손하는 계약’이라고 비판한 데 따른 반박이다.

카카오엔터와 카카오는 향후 SM과 다각적인 사업 협력을 추진할 계획인 만큼, 3사 간 사업적 제휴를 무력화하려는 하이브 측 주장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시사했다. 카카오엔터는 “SM과 파트너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3사의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현재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카카오엔터는 카카오와 긴밀하게 협의해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이브도 즉각 반박에 반박을 더하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하이브는 “지난 24일 SM-카카오-카카오엔터 간 사업협력계약서상 문제점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카카오와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내용이) SM과의 사업적 협력 대신, 적극적인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선언인지를 밝히는 게 자본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행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이브는 “신주 전환사채 인수 계약에 기재된 우선 협상권 역시 소수주주가 일반적으로 보유하는 희석 방지조항에 불과하다”는 카카오엔터 주장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면서, 카카오엔터 임원의 SM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은 그 자체가 이해상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당장 추가적인 반박문을 낼 계획은 없다”면서도 “이번 입장문은 지난주 하이브가 SM에 카카오-카카오엔터와의 사업 협력 계약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기존 파트너십이 위험해진 데 따른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엔터가 SM 인수전 갈등에 대해 처음 입을 열면서 하이브에 대항해 SM 주식을 추가 매수하고 인수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도 관심이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9000억원 투자금이라는 무기를 손에 쥐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와 싱가포르 투자청으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 투자금 가운데 1차 투자금 8975억원이 납입됐다고 공시한 바 있다.

카카오엔터가 이같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보다 더 높은 14만∼15만원대에 공개매수를 선언해 인수전 ‘판 뒤집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만약 카카오엔터가 업계 전망대로 공개매수를 선언한다면, SM 인수전은 또 한 번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카카오엔터는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SM 인수전 참전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하이브 측 입장을 보고 내부적인 검토와 논의 끝에 입장문을 밝힌 것까지 불과 며칠밖에 안 된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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