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연초부터 역성장한 T커머스 “신설법인보다 필요한 건…”

이안나
T커머스 방송화면 예시
T커머스 방송화면 예시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뒤늦게 성장가도를 달리던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영광이 5년이 채 되지 않아 끝나는 모습이다. 2019년에서야 흑자를 기록하던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사 실적이 지난해 급격히 둔화하더니 올해 초 역성장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업계는 새로운 T커머스 사업자를 추가하기보다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T커머스 단독사업자 5개사(SK스토아·KT알파·신세계·티알엔·W쇼핑) 올해 1~2월 합산 영업손실은 5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1~2월 영업이익은 27억원이었다. 특히 지난 2월은 5개사 모두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했다. T커머스 업계선 유례없는 일이다.

수익성뿐 아니라 외형 키우기도 부진했다. 5개사 1~2월 취급고는 6871억원으로 전년동기(7403억원)대비 7.2% 감소했다. 매출액 역시 184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2038억원)대비 9.4% 줄었다. T커머스를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자체가 줄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생방송 기반 TV홈쇼핑이 일찌감치 성장둔화 곡선을 그릴 때도 두자릿수로 매출이 급성장하던 T커머스엔 뼈아픈 결과다. 5개사 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등락이 있긴 했지만 취급고와 매출액은 단 한 번도 줄어든 적이 없기 때문이다. 5개사는 2017년, 2018년 연간 2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다 2019년 177억원, 2020년 851억원으로 절정을 찍었다. 이후 2021년, 2022년 각각 573억원, 383억원으로 감소 추세다.

T커머스 업계 전성기는 6~7년 전으로 TV홈쇼핑보다 훨씬 늦다. 처음 등장한 건 2012년이지만 인터넷TV(IPTV)와 인공지능(AI) 스피커 내장 셋톱박스 등이 확대된 이후에서야 고객 접근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T커머스는 TV홈쇼핑과 유사해 보이지만 화면을 보며 리모컨 조작을 통해 상품을 검색·주문·결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T커머스 업계 전성기는 지속하지 못하고 개국 효과와 코로나19로 ‘반짝’ 한 채 끝나가는 모습이다. 연평균 55% 고성장을 기록하던 시기는 잠시, 매출 성장률은 금새 한자릿수로 감소했고 올해 역성장까지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실적 악화 전망이 나타나자 일부 T커머스 업체들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비용절감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업계가 답답함을 토로하는 건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경쟁사가 또 하나 추가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중소상공인 전용 T커머스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소상공인 판로개척과 디지털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다.

TV홈쇼핑·T커머스 업계는 신규 채널만으로 중소기업 판로 부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고 경제적 효과도 미비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중기 판로확대 효과보다 송출수수료 인상을 가져와 T커머스 시장 자체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쟁강도가 높아질 수록 TV홈쇼핑과 T커머스를 겸영하는 사업자들보다 T커머스 단독 사업자들에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상품을 전용으로 판매하는 공영홈쇼핑 조성호 대표도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T커머스 외 모바일·SNS 등 다양한 판로들이 있다”며 “특히 홈쇼핑 채널 시청률이 10%씩 줄고 있다면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며 T커머스 신설에 회의적 입장을 내비쳤다.

오히려 홈쇼핑에 진출하는 중소기업 확대를 위해서라면 기존 업체들 진입장벽을 낮추는 게 더 실효성 있다는 의미다. 정체된 T커머스 업계가 다시 시장을 키우고 활기를 띠려면 불합리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T커머스 업계는 화면 크기 제한과 생방송 금지에 대한 규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T커머스는 전체 화면 50% 이상을 데이터로 구성해야 하고, 생방송은 가이드라인 시행 공문에 따라 금지하고 있다. 이에 한국T커머스협회는 T커머스 규제 해소 건의를 규제개혁신문고에 제출했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 역시 관련 사안을 검토 중에 있다.

T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규제완화는 생방송을 하고 데이터영역을 포기하겠다는 게 아니라, 사업자들마다 상황에 맞게 데이터를 활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한들을 해소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