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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는 차세대 데이터” 네이버는 왜 이 스타트업들에 주목했나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3차원(3D) 이미지를 보면 보통 영상이나 게임, 애니메이션을 많이 떠올리죠. 이를 데이터 관점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15일 양상환 네이버D2SF 리더는 ‘네이버D2SF 미디어 밋업’에서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가 3D에 주목한 이유는 명확하다. 3D 데이터는 만드는 것 자체가 권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분야지만, 해당 데이터가 다양한 산업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리더는 “다음 시대엔 3D 데이터가 주역이 될 것”이라며 이를 쉽고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네이버D2SF가 투자한 3D 기술 관련 스타트업 4곳은 모두 3D 데이터를 일상에 잘 스며들게 만드는 기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현실화하는 기업들이다.

◆“전문가도 5일 걸리는 3D 모델링, 스마트폰으로 단 30분만에”=리콘랩스는 누구나 쉽게 3D 콘텐츠를 만들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카이스트, 서울대 등 석박사급 인력을 포함해 기술개발과 프로덕트, 비즈니스 전반에 있어 전문인력 40여명으로 구성됐다.

반성훈 리콘랩스 대표에 따르면 3D 모델 시장은 2022년 기준 10조원 규모를 기록했다. 반 대표는 “광고·커머스, 교육·연구, 건설·제조, 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에서 3D 모델을 도입 및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5년 후엔 25조원까지 달성할 수 있으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3D 모델 수요와 달리, 공급은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다 고도화된 3D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선 수많은 전문 모델링 인력이 필요한 데,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여러 어려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리콘랩스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D 제작-편집-이용이 모두 가능한 전반적인 솔루션을 개발했다.

리콘랩스가 가장 핵심으로 내세우는 3D 모델 제작 솔루션은 스마트폰 촬영을 통해 기존 2D 이미지를 3D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3D 모델 전문가도 약 5일이 걸리는 작업을 일반인이 30분만에 완성할 수 있게 했다. 반 대표는 이렇게 만든 3D 모델을 기반으로 원하는 에셋(이미지) 형식으로 변형시키는 생성형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리콘랩스는 3D 커머스 솔루션 ‘플리카’를 출시한 이후 현재 다양한 산업군에서 1만개 이상 3D 모델을 제공 중이다. 누적 고객사도 ▲중고나라 ▲KT커머스 ▲현대 ▲삼성물산 등 100여개에 달한다. 반 대표는 “올해 3D 크리에이터를 위한 솔루션인 ‘3D프레소’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진출을 위한 미국 법인 설립과 함께 북미 크리에이터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는 포부를 전했다.

◆“3D 디자인,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법”=엔닷라이트는 3D 디자인 엔진과 디자인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기업이다. 박진영 엔닷라이트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도 3D 모델링 엔진을 보유한 회사는 많지 않다”며 “국내에서도 우리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김선태 최고기술경영자(CTO), 김국헌 서버 리드 등 핵심 인원은 자타공인 3D 그래픽스 전문가로 알려져있다. 이들 3명은 삼성전자 49기 동기이기도 하다.

엔닷라이트만의 가장 큰 경쟁력은 웹을 기반으로 3D 디자인 엔진과 디자인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즉, PC 환경이나 접속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동시 편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구글 독스 등 링크 공유를 통해 웹에서 협업하는 방식이 대중화된 것처럼, 3D 모델링도 웹에서 실시간 협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비전문가도 고품질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쉬운 사용성의 사용자 환경·경험(UX·UI)을 갖춘 것도 무기로 꼽힌다. 박 대표는 “2D 스케치를 기반으로 3D 디자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2D 디자인에 익숙한 초보자들이나 2D 디자이너들도 3D로 넘어오는 데 무리가 없다”고 부연했다.

엔닷라이트 제품 라인업은 크게 웹 기반 3D 디자인 소프트웨어인 ‘엔닷캐드’와 3D 모델링 웹엔진을 공급하는 ‘SDK’, ‘API’로 구분된다. 엔닷캐드는 ▲웹브라우저 기반 쉬운 접근성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협업 기능 ▲쉬운 사용성 ▲제품·그래픽·게임 등 다양한 디자인 분야 활용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SDK과 API는 엔닷캐드의 3D 모델링 엔진을 기반으로 내재화 가능한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 스튜디오와 3D 콘텐츠를 공급한다.

덕분에 올해 눈에 띄는 성과도 다수 거뒀다. 박 대표에 따르면 엔닷라이트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바 있다.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선 KT 메타버스인 ‘지니버스’ 내 공간 창작 툴 협업에 대한 성과를 발표하는 기회도 얻었다. 박 대표는 “오는 6월 엔닷캐드 웹 버전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며 “3D 디자인이 안 쓰이는 분야가 없는 만큼, 산업 전반에서 더 많은 협업 혁신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하나면 1분만에 애니메이션 뚝딱”=플라스크는 AI기반 콘텐츠 테크 스타트업이다. 캐릭터 움직임을 자동으로 제작하는 ‘애니메이팅 자동화’ 기능으로 누구나 쉽게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서비스한다. CES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을 정도로 플라스크는 세계 최초 브라우저 기반 3D 툴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준호 플라스크 대표는 발표에 앞서 플라스크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고 유능한 팀”이라고 소개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플라스크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10대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한국에선 15여개사가 올랐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신생 회사였다는 후문이다. 실리콘밸리 유명 벤처캐피탈(VC)인 A16Z가 선정한 생성형 AI 영역 하이라이트 플레이어 중에선 유일한 한국 기업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존 애니메이션 작업인 ‘키프레임 편집’과 ‘모션 캡쳐’는 일반 사람들이 이용하기엔 까다롭다”며 “플라스크는 AI를 활용해 이 작업을 자동화한다”고 설명했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 유튜브 동영상 등만 있으면 AI가 해당 이미지 속 인물의 3D 모션 데이터를 예측해 애니메이션화가 가능한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무작위로 고른 유튜브 영상을 플라스크 프로그램에 첨부한 후 3D 모션 데이터가 추출되기까지 1분 내외가 걸린다는 것을 직접 시연을 통해 보여줬다.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부문에서 활용이 가능한 덕에 플라스크는 현재 삼성·KT·엔비디아·워너브라더스등 많은 국내외 유수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얼굴 공개 민망한 ‘줌’ 대신 3D 아바타로 소통”=굳갱랩스는 3D 아바타를 활용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안하는 기업이다. 굳갱랩스 공동창업진은 라인과 스노우, 메타 등에서 기술 개발부터 제품 기획, 사업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안두경 굳갱랩스 대표는 비디오 채팅을 할 때 이용자들은 얼굴 및 배경 노출을 불편해한다는 점, 음성 채팅 때 비언어적 요소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들며 “소통은 텍스트에서 이미지, 이미지에서 비디오 순으로 진화해왔다. 이제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수단은 아바타”라고 강조했다.

굳갱랩스는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표정과 모션을 실시간으로 3D 아바타로 구현하는 ‘휴먼 투 아바타’(human to avatar)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토대로 3D 아바타 기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키키타운’을 알파테스트하고 있다. 웹 기반 플랫폼 키키타운은 ▲웹 링크를 통한 간편한 접근성 ▲아바타를 통해 이용자가 외적 요인으로 인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점 ▲음성과 모션 데이터 중심으로 기존 비디오 소통보다 데이터를 적게 소비하는 경제성 등 장점을 보유한다.

안 대표는 이날 이용자 테스트 알파버전 키키타운을 선보였다. 원하는 아바타를 선택하고 이름을 넣으면 상호 소통이 가능한 3D 환경이 펼쳐진다. 아바타 입에선 이용자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윙크나 볼 부풀리기 등 섬세한 표정 묘사도 자연스럽게 행했다. 안 대표에 따르면 알파 테스트에 참여한 이용자들은 “얼굴 노출 부담을 줄이면서도 표정이나 제스처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어 편하다”는 식의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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