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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업계 침체 속 배민은 ‘웃음’…작년 4000억원대 흑자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엔데믹 전환으로 배달업계 전반이 주춤한 가운데,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은 안정적 성장을 이어갔다. 영업이익 4000억원대를 달성하며 ‘흑자 플랫폼’ 기업으로 안착했다.

31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2조9471억원(연결기준), 영업이익 42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4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영업손실 757억원에서 흑자전환했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던 우아한형제들이 지난해 그 수렁에서 벗어나며 흑자를 냈다. 글로벌 푸드 딜리버리 업계가 속속 호실적을 내는 가운데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도 그 흐름을 이어갔다.

사실 지난해 국내 배달업계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았다. 엔데믹 전환과 고물가 현상으로 집에서 배달음식을 시키는 이용자 수가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배달주문 앱 이용자는 지난해 말부터 점차 줄었고,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지난 해 투자 건수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민족이 실적 호조를 기록한 건 압도적 점유율로 인해 사용자 이탈이 적었고, 다양한 광고 상품과 중개수수료가 영업이익을 뒷받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빅데이터 전문기업 TDI에 따르면 배민 월활성사용자(MAU)는 사회적거리두기 완화 직전인 지난해 4월 2082만명에서 8월 2067만명으로 0.6%(14만명) 감소하는 데 그쳤다. 경쟁업체 대비 사용자 이탈이 소폭에 그치며 선방할 수 있었다.

지난 3년여간 지속된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우아한형제들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입점 식당 수는 2019년 말 13만6000여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30만여곳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외식업 자영업자들 배민 입점이 ‘필수’인 분위기가 생겼고, 입점 식당이 늘며 배민 주력 사업 상품인 ‘울트라콜’ 광고 수입이 늘어날 수 있었다.

입점 식당 수도 함께 늘면서 배민을 통한 주문 수와 결제액이 동반 상승하는 효과도 있었다. 주문 수는 지난해 총 11억1100만건으로 2019년 4억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코로나 3년간 주문과 거래액이 나란히 3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배달앱 업체들이 재무건전성 개선에 나선 것도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는 원인이 됐다. 단건배달 중심 ‘배민1’은 출시 후 10개월 가까이 프로모션 요금을 적용했다. 이는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적자를 감수해야하는 출혈경쟁으 치달았는데, 지난해 초 경쟁적인 프로모션이 종료, 적정 수준 중개수수료와 배달비를 받는 구조로 돌아왔다.

프로모션은 종료됐지만, 단건배달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면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다. 배민1은 현재 배달의민족 전체 음식 주문 중 1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업계에선 배민 흑자 전환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견된 상황이라고 봤다. 2021년 700억원대 영업적자엔 김봉진 의장 주식 증여 비용 약 100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배달의민족은 이미 2021년에 200억원대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다만 배민 흑자 상황이 올해도 지속될 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팬데믹으로 인한 성장 효과를 올해 더이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배달앱을 이용한 거래액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1월 온라인쇼핑 동향 발표'에 따르면 배달 음식 서비스 거래액(2조2295억원)은 7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시장 상황도 배민 흑자 기조에 걸림돌이다. 고물가 시대 배달료와 수수료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자영업자들이 포장 주문을 유도하거나 이용하고 있다. 배민은 포장주문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을 최근 1년 더 연장했다. 배달앱들은 이용자 유입을 위해 다시금 프로모션도 활성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사 배달 시장 진출도 점쳐지고 있고, 코로나라는 성장 발판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확보 경쟁은 언제든 다시 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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