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마이크론 주가 급락시킨 中 보안 규제… 美에 보복 성격, 수위 높아질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가 31일(현지시간) 마감된 미국 증시에서 4.36% 하락 마감했다.

이날 전반적으로 나스닥 기술주들의 폭등과 함께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강세를 이어간 것과 비교하면 마이크론의 이날 체감 주가는 급락에 가까웠다.

마이크론의 주가를 끌어내린 악재는 갑작스러운 중국의 보안규제 소식 때문이다.

이날 중국의 규제 당국(CAC, Cyberspace Administration of China)이 중국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기존 마이크론의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대상으로 이버 보안성 검토를 실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마이크론의 메모리 제품이 중국 시장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중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 숨겨진 보안 위협을 제거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명분이다.

이는 흡사 수년전, 트럼프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의 통신 장비에 대해 '스파이 코드가 숨겨졌을 가능성이 있고, 이는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서 5G 통신장비 수입에 제동을 걸었던 장면을 연상시킨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중국 정부와 잘 협조하고 있다"는 마이크론측의 원론적 입장을 전했으나 그 이상의 배경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까지 일어난 몇가지 사안들을 종합해보면, 중국측의 의도를 어느정도 유추해볼 수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는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후폭풍이 불 수 있는 사안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마이크론을 문제삼았다는 점이다. 엔비디아, AMD 등 미국이 수출 규제에 나서고 있는 고성능 AI 반도체 메이커들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도 이렇다할 움직임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토종 기업인 YMTC와 CXMT 두 회사가 미국, 유럽, 일본 등 고성능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여파로 신규 메모리 생산 공장 진척에 계속 차질을 빚어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번 움직임은 메모리 반도체에 한정된 중국측의 보복성 규제라는 분석이 강하다. 다만 고성능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 기술적 열위에 있는 중국이 맞대응 범위와 수위를 계속 높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와관련 미 투자금융사인 웨드부시의 매튜 브라이슨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론에 대한 징벌적 조치는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다른 미국 기업들을 포함해 많은 앞으로 변화를 예고한다"고 분석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 매출 비중이 큰 미국 기업들에게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현재 마이크론의 중국 매출은 전체의 10%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쟁사인 삼성전자 등이 이번 사태로 반사 이익을 받게될 지 아니면 같은 방향으로 파편이 튀게 될 것인지 여부도 현재로선 유동적이라는 분석이다.
박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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