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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블록체인] 갈 길 먼 가상자산업계…권도형에 바이낸스, 北해킹까지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다시 한번 테라사태 핵심인물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테라와 루나를 만든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가 위조 여권을 쓰다 발각되면서 국내 수사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인데요.

이 가운데 권 대표와 함께 테라 생태계 확장의 주요 인물인 차이코퍼레이션 신현성 전 대표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이 발부됐죠. 이번 구속영장은 테라를 미끼로 14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는 혐의까지 더해졌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법원은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원래 국내 검찰은 신 전 대표 등 관련인을 구속수사하면서 권 대표의 한국 송환을 앞당겨 보려는 복안이었는데요. 하지만, 관련인의 잇따른 구속수사 실패와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미국과, 예정인 싱가포르까지 얽혀있어 국내 송환도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주 중에도, 도주임을 부인하며 각국 어떠한 수사기관도 나를 잡으려 하지 않는다는 비공개 인터뷰를 해온 권 대표. 테라는 사기가 아니라 실패라고 강조해 온 그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될 때는 위조여권을 소지한 채였는데요. 권 대표 탈주극의 마지막이 어떨지 궁금해집니다.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시작합니다.

◆테라 핵심 인물 영장 줄줄이 기각…권도형 한국 송환 늦어질까

지난해 세계를 강타했던 테라 사태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입니다. 최근 해외에서 붙잡힌 테라폼랩스 핵심 인물 권도형 대표의 국내 송환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 신현성 전 대표는 테라 결제 서비스를 거짓으로 홍보해 14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혐의를 받아왔는데요. 또 테라와 루나 폭락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계속 발행해 보유 코인을 팔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도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에도 구속영장을 통해 재차 신 전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를 시도했는데요. 서울남부지법이 기각하면서 또 실패를 맛봤습니다. 앞서 법원은 배임수재 협의를 받는 티몬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상황이 권 대표 국내 송환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인데요. 검찰은 공범 의혹이 있는 테라 사태 관련자들이 국내 수사를 근거로 권 대표를 한국 송환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일련의 영장 기각이 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는 권 대표가 검거된 몬테네그로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이 장관은 범죄의 중한 정도 등을 고려해 한국이나 미국에 송환을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핵심 인물 구속수사가 진척이 없는 데다, 공식적으로 범죄인 인도 요청하지 않은 싱가포르에서도 형사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범죄인 인도 재판 절차도 복잡한 셈법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범죄인 인도는 현지 법원에서 범죄 심각성, 범죄인 인도 청구 순서, 범죄인 국적, 범죄 장소 등을 두고 현지 법원이 판단합니다.

게다가 루나 증권성 입증도 생각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루나 코인을 투자계약증권으로 보고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왔지만, 증권성 입증이라는 벽을 넘어야 합니다. 만일 루나가 증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관련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죠. 현재 국내에서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T) 가이드라인을 만든 상태지만, 아직 법제화하지 않았고, 미국 징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간 소송 결과에 따라 코인의 증권성 판별 기준이 달라질 여지가 있습니다. 즉 리플의 증권 포함 여부에 따라 국내에서도 코인의 증권 판별 기준이 추가되거나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CFTC에 고소당한 바이낸스에 코인 다시 추락…실망감 내비친 자오창펑

아직 법제화되지 않은 시장이어서 그런지 다사다난한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바이낸스인데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1위인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FTX 파산사태 때문인지, 바이낸스가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에 코인 시장은 한때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바이낸스 발행의 BNB코인 역시 다른 시가총액 상위권 코인보다 더 가격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해당 소식 직후 해당 거래소의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5억달러 순유출, 스마트머니 월렛들도 바이낸스에서 900만달러를 인출해 나갔는데요. 스마트머니 월렛은 보통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투자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기관이나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있어 장세 변화 파악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그렇다면 갑자기 바이낸스는 왜 고소당한 것일까요?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CFTC는 27일(현지시각) 바이낸스가 미 당국에 제대로 등록하지 않음으로써 의무를 회피했다며 시카고 연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습니다. 바이낸스의 전 최고 규정 준수 책임자 새뮤얼 림도 바이낸스 위반을 방조한 혐의로 소송 대상에 포함됐숩나다. CFTC 측 입장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그동안 미국에 근거를 두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 관할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는데요.

구체적으로 CFTC는 자오창펑 등이 바이낸스가 미국에 고객 기반을 육성하면서 적용할 수 있는 연방법을 무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방법은 미국인이 상품을 거래하도록 플랫폼이 허용하는 경우, 해당 플랫폼이 기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는데 바이낸스는 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연방 검찰과 국세청도 바이낸스의 자금세탁방지(AML) 준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고, SEC도 바이낸스가 미등록 증권 거래를 지원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바이낸스 측은 소송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다. 바이낸스 자오창펑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바이낸스 공식 블로그를 통해 CFTC와 2년 넘게 협력했음에도 실망스러운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직접 소감을 밝혔습니다.

자오창펑은 "바이낸스는 규정 준수를 보장하기 위해 동급 최고 기술을 개발했다"라며 "고객확인의무(KYC)를 구현한 최초 거래소 역시 바이낸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바이낸스는 미국 및 전세계 규제 기관과 법 집생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현재 규정 준수 팀에 750명 이상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네요.

바이낸스가 CFTC로부터 소송을 당했다는 것은 국내에서 바이낸스가 보안 미디어 세미나를 개최한 이후여서 특히 더 주목받았습니다. 바이낸스는 최근 국내 미디어와 접점을 넓혀가는 모습이었는데요. 이 세미나에서는 랜섬웨어 공격, 다크웹 활용 결제 등 비정상적인 코인 거래 행태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시죠.

회사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고객확인제도(KYC), 여권 등 ID 증명 ▲사용자 거래 모니터링 ▲의심되는 유저 신고 또는 탈퇴 제재 ▲사법기관과의 공조 등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이낸스 사법기관 교육 책임자 야렉 야쿠벡은 이 가운데 특히 사용자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는데요.

야렉 야쿠벡은 "바이낸스 유저들은 하나의 전자지갑을 갖는다"라며 "통상적으로 범죄 수익은 자금 흐름이 복잡해 추적이 어렵지만, 바이낸스의 경우 궁극적으로 최종도달하는 하나의 지갑 추적이 가능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지난해에만 4만7000건의 사법기관 요청을 처리했다. 현재 팀에서 해당 사법기관 요청 건을 처리하는 팀원 수도 130명 정도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30명은 유럽과 미국 사법기관 출신으로 랜섬웨어나 다크웹 등을 다뤄본 조사관입니다. 이와 같은 바이낸스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문 인력 등 요인으로 세계적으로 많은 사법기관에서 조사 요청을 해온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하지만, 만일 CFTC와 소송에 패한다면, 자사 보안 시스템의 우수성과 함께 규제당국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나선 바이낸스의 말에도 신뢰가 떨어질 수 있겠네요. 또 최근 국내 대학생들에게 웹3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기 위해 시동을 건 바이낸스가 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법적 판단이 있을 시, 명예가 상당히 실추될 수 있겠습니다.

◆난리난 거래소 AML 시스템, '배우자명으로 코인 매매까지'

지난 30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5대 원화마켓거래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AML 의무 이행 관련 현장 검사를 통해 위법·부당행위 사례를 적발하고 제재했다고 밝혔는데요.

적발 사례를 보면 가상자산거래소가 아직 시스템 상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한 임직원이 배우자 명의 계정으로 근무하는 사업장에서 가상자산을 매매하다 덜미를 잡혔고, 95세 고령자가 주로 새벽 시간에 트래블룰을 피하기 위해 99만원에 분할 거래해왔지만, 가상자산거래소 측은 차명 의심거래로 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기초적인 AML만 준수했어도 이와 같은 사례가 적발되지 않았을 텐데요. 거래소가 그동안 자사 AML 시스템의 우수성을 강조해왔던 터라 상당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또 이번검사에서 일부 가상자산거래소는 외부로부터 거액 가상자산을 입고 받아 현금화하는 거래행위가 반복되는 고객이 있어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기도 했는데요. 이 고객은 9개월 간 해외 등으로부터 1074회에 걸쳐 278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받아 1만2267회에 걸쳐 매도했습니다. 또 현금화된 282억원을 712회에 걸쳐 전액 인출하는 비정상적 거래 패턴을 보였네요. 또 다른 가상자산거래소는 고객 555명이 011 또는 017로 시작되는 전화번호를 사용해 연락이 불가능함에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의 주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신상파악이나 이상거래 신호를 제대로 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니깐요. 특히 얼마전 국가정보원과 국가보안기술연구소가 주최한 사이버안보 정책 포럼에서 북한의 믹서(코인 쪼개기) 수법의 심각성을 취재하면서 거래소 AML 시스템 강화가 더 절실하다고 느껴졌는데요.

당시 간담회에서 발표된 '체이널리시스 2023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식별된 불법 가상자산 거래액만 한화 26조2600억원입니다. 이 가운데 특히 믹서 수법을 통한 범죄는 전체 거래액의 40%를 차지하는데요. 구체적으로 믹서로 세탁된 금액 10조140억원, 크립토 사기 연루 금액 7조6700억원, 해킹 4조9400억원, 다크넷으로 유통된 금액 1조9500억원, 랜섬웨어 5850억원 순입니다.

믹서를 활용한 범죄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복수의 믹서를 사용해 현금화를 시도하는 게 최근 북한 해킹 추세인데요. 물론 이 과정에서 탈중앙화거래소(DEX) 이용이 높긴 했지만, 여전히 고객확인의무(KYC)가 낮은 거래소를 활용해 탈취한 코인을 현금화하는 방법도 쓰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이에 각 거래소가 AML 시스템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습니다.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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