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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노조 ‘우주정복’ 출범…“기본권리·핵심가치 지키겠다”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엔씨소프트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엑스엘게임즈, 웹젠에 이어 국내 5번째 게임회사 노조다. 이곳은 고질적인 ‘상후하박’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한편 투명한 평가와 보상체계를 만들기 위해 나설 방침이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지회장 송가람)는 10일 출범 선언문을 발표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 지회 별칭은 우주정복(우리가 주도적으로 정의하는 행복한 회사)이다.

이날 설립 선언문을 통해 엔씨소프트지회는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 관료적 문화는 실패와 악덕을 덮었고, 그 책임과 피해를 직원들에게 전가했다”며 “고질적인 ‘상후하박’ 조직문화가 회사 핵심 가치, 직원들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엔씨소프트지회는 도전정신과 열정, 진정성 등 핵심 가치 3가지가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먼저 지회는 직원들의 도전 끝엔 권고사직과 대기발령이라는 엔딩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에 고용된 직원이지만, 자리 하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회는 “각 직원들은 프로젝트에 고용된 ‘한시적 정규직’ 같다”며 “반면 불투명한 평가는 임원들의 끝없는 임기를 보장해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헌신은 출시와 업데이트를 볼모로 불법적인 연장근로에 동원되며 임원 승진과 보수를 위한 ‘아인하사드’로 소모되고 말았다”며 “또한, 빛나는 열정은 이 선언문에 담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상명하복 조직문화, 사내 정치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회는 ‘진정성’마저 직원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임원들의 소통 없는 통보 및 말과 행동의 불일치에 진정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회는 “지난 2021년 낮은 자세로 사우들의 걱정과 제안을 듣겠다던 무거운 책임감은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며 “폐쇄적 평가 및 보상제도는 영원한 영업비밀이 됐고, 상후하박 원칙은 임금 격차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최고경영자와 직원 평균 급여 격차가 가장 큰 기업은 엔씨소프트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김택진 대표는 연봉 123억800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 1억1400만원보다 108.6배 높은 수치다.

엔씨소프트 미등기 임원들은 평균 6억94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특히 김 대표는 지난 2020년 연봉 184억원을 받으며 재계 연봉 1위로 올라선 바 있다.

지회는 이번 출범을 통해 사측에 ▲고용 안정 ▲수평적인 조직문화 ▲투명한 평가 및 보상체계 등을 요구했다.

송가람 지회장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고, 목소리를 회사에 잘 전달하고자 노조를 설립하게 됐다”며 “많은 이들이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응원해 준 만큼 지회와 함께 엔씨소프트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관계법령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로, 직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며 “회사는 관련 법규와 절차를 충실하게 준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는 엔씨소프트지회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IT위원회는 네이버지회, 카카오지회, 넥슨지회, 스마일게이트지회, 웹젠지회, 한글과컴퓨터지회, 포스코ICT지회, LIG넥스원지회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엔씨소프트지회의 출범이 장시간 노동시간과 권고사직 압박에 시달리는 게임업계 노동환경을 개선해 갈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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