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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도용 vs 사실무근…격화하는 카카오 계열사·스타트업 공방

이나연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카카오 계열사들이 스타트업 사업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논란에 잇따라 휩싸이면서 진실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의혹을 제기한 기업들은 저마다 입장을 내고 정부에 기술침해 여부 조사를 신청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카카오VX와 카카오헬스케어를 상대로 경쟁사 기술침해 여부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와 혈당관리 플랫폼 닥터다이어리가 지난달 21일과 24일 각각 이들 기업에 대한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기술침해 행정조사는 중기부 조사관이 중소기업 기술침해 행위를 조사해 위법 행위에 대해 시정권고 등 행정 처분하는 제도다. 조사 후 중기부가 시정권고했는데도 해당 기업이 미이행할 경우, 기술침해 사실을 공표하고 유관기관 이첩을 검토하게 된다.

중기부 관계자는 “스마트스코어와 닥터다이어리로부터 신고서를 접수했다”며 “행정조사를 진행하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카카오 계열사들 측 관계자와 면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VX와 스마트스코어, 카카오헬스케어와 닥터다이어리 간 기술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양측 입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다. 먼저 지난 2월 스마트스코어는 법원에 카카오VX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등 금지청구 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단행했다.

카카오VX가 영업을 시작한 지난 2021년보다 앞선 2015년에 선보인 스마트스코어 골프장 운영 솔루션(골프장에서 태블릿 PC로 점수 기록하는 소프트웨어)을 모방하고, 위약금 지원 등 부당한 방법으로 시장에 참전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3월 초 스마트스코어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카카오VX를 신고했다. 이어 지난달 10일에는 수원지방검찰청에 카카오VX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또한 스마트스코어는 카카오VX로 이직한 직원이 지난 2021년 3월부터 2년간 총 801회에 걸쳐 스마트스코어 내부 시스템에 침입을 시도, 총 577번 관리자 페이지를 무단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확보된 내부 정보가 카카오VX 골프장 관리 솔루션 기술에 쓰였을 거란 게 스마트스코어 측 생각이다.

카카오VX는 직원이 스마트스코어 내부 시스템에 무단 접속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달 21일 사과 형태 입장문을 냈다. 스마트스코어가 문제 삼은 해킹 여부에 대해서는 “전후 관계를 포함한 면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스마트스코어는 “4개 아이피를 통해 지속적인 접속이 이뤄졌다는 것은 한 대가 아닌 다수 컴퓨터를 통한 조직적이고 지속적인 침입”이라며 “접속 시기와 접속 골프장이 솔루션에 대한 모방시기 및 영업활용시기와 유사하다”고 반박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
카카오헬스케어와 닥터다이어리는 혈당관리 플랫폼 사업을 놓고 분쟁 중이다. 카카오헬스케어는 지난 3월 혈당관리 플랫폼 ‘프로젝트 감마’를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닥터다이어리는 프로젝트 감마가 지난 2017년 선보인 혈당관리 플랫폼과 유사하다며 카카오헬스케어가 아이디어를 탈취했다고 주장했다.

닥터다이어리는 카카오브레인과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다른 카카오 계열사와 기업설명회(IR)와 협업을 논의하며 제공한 사업 정보가 카카오헬스케어에 전해졌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기술침해 및 아이디어 도용은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사실이 아니다”며 “정확한 사실과 기술적 차별성 등을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소명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카카오헬스케어는 당뇨 환자가 혈당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 기반 서비스에 몰두하고 있다는 점에서 닥터다이어리와 기술 기반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카카오헬스케어 관계자는 “얼마 전 CGM 분야 톱티어인 글로벌 기업 덱스콤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초부터 국내에서는 아이센스라는 CGM 업체와 협력 중”이라며 “이런 행보들이 애초에 닥터다이어리와 기술적으로 다르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단순히 서비스가 유사하다고 해서 도용이나 탈취로 보기는 어렵다. 예컨대, 스마트스코어가 2015년에 선보인 골프장 운영 솔루션은 이미 공개된 비즈니스 모델이기 때문에 무조건 베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기부 기술침해 행정조사에 업계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실제 도용 여부를 떠나 카카오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계열사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고, 경쟁사들과 이해갈등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예정된 신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릴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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