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대 오른 방발기금, 부과대상 확대될까…“필요시 법 개정”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미디어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방송발전기금(이하 ‘방발기금’)이 수술대에 오른다. 부과 대상이 확대될 지가 관건이다. 후보로 포털사업자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는 필요시 법 개정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최근 2023년도 방송통신융합 정책연구 정기과제를 수행할 기관 공모에 나섰다. 정기과제에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산정 및 부과체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도 포함됐다.
연구는 오는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간 진행된다. 총 7000억원 규모로, ▲방발기금 현황 분석 ▲현 분담금 징수체계 평가 ▲방발기금 분담금 제도개선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방발기금은 2011년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정에 따라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설치됐다. 기금은 콘텐츠 제작지원이나 인력양성, 지역방송 지원 등 방송통신사업 발전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쓰인다.
부과 대상은 정부로부터 배타적 사업권을 부여받은 자다. 공공재(주파수)나 사업권역에 대한 배타적 사업권을 허가받은 만큼, 여기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산업 발전을 위해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다.
현재 징수율은 ▲케이블TV(SO)·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는 1.5%로 같고, 홈쇼핑 사업자는 13%다. 지상파는 KBS 2.55%, MBC 3.82%, SBS 1.94%로 서로 다르다.
방통위는 특히, 방발기금 부과 기준을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부과 기준을 두고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료방송사업자는 ‘방송서비스매출액’을 기준으로 방발기금을 징수하는 반면, 지상파는 ‘방송광고매출액’을 징수 기준으로 삼았다. 홈쇼핑사업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기준이다.
문제는 지상파의 경우 방송사업매출에서 광고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업매출 전체의 과반을 차지했던 지상파 광고매출 비중은 10년 새 30%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에 따라 방송사업매출 증가에도 불구, 지상파가 내는 방발기금은 2011년과 비교해 6분의1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다른 사업자들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부과 대상도 살핀다. 포털사업자나 OTT, PP 등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들도 부과 대상에 새롭게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 업계의 우려도 존재한다. 특히 OTT 사업자들은 적자폭이 계속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발기금은 업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호소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업계 전문가는 “해외에서 기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무조건 따라 부과하는 것이 아닌, 이런 상황들이 함께 면밀히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며 "유럽 같은 경우 미디어 시장에서 해외 콘텐츠의 장악이 심화되고 있어 해외 사업자에 대해 기금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라고 꼬집었다.
방통위는 고시 개정만으로는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법 개정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현재 방발기금 부과 기준과 대상에 대해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이라, 포괄적인 연구를 진행하려고 한다”라며 “특히 부과 대상 설정에 있어 국내 사업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방발기금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소되려면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규제 완화와 진흥 정책이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 각 부처가 소관법을 강화하며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업계 전문가는 “각 부처가 동일 시장에서 경쟁하는 사업자들을 과거의 잣대로 구분 지어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방발기금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라며 “유료방송사업자는 과기정통부, 지상파·종편은 방통위 등 방송사업자 간 소관부처가 서로 다른 상황에서 방발기금을 논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미디어 거버넌스 개편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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