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이재용, 제2 바이오 신화 자신…美 연쇄 회동, 누구길래 [DD인더스]

김문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021년 11월 미국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본사를 찾아 누바 아페얀(Noubar Afeyan)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과 만난 모습 [사진=삼성전자]

[디지털데일리 김문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 미국 동부에서 글로벌 빅파마 및 바이오 벤처 인큐베이션 회사 등 최고경영자(CEO)를 연이어 만났다.

이 회장이 만난 이들은 ▲호아킨 두아토 J&J CEO ▲지오반니 카포리오BMS 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CEO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 ▲케빈 알리 오가논 CEO 등으로 바이오사업 경쟁력 강화 및 신사업 발굴을 위한 상호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삼성은 지난 2010년 바이오·제약을 회사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하고, 2011년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2012년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해 바이오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자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에 따라 바이오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확대 등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을 추진했다.

특히, 지속적인 투자 및 생산 기술·역량 고도화, R&D 역량 내재화를 통해 바이오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송도에서 제4 공장 가동을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새로 조성해 추가로 공장을 건설했다. 생산 기술 및 역량을 고도화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생산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비교적 짧은 사업 기간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이를 통한 미래 성장산업 선점 ▲압도적인 제조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1 위를 달성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6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시판 중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앞으로 제품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글로벌 수준으로 사업을 키워 나갈 계획이다.

그 가운데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한 미국 주요 인사들의 회동은 삼성에게도 중요한 이정표다.

이 회장이 만난 호아킨 두아토 J&J CEO는 대학원 졸업 후 '얀센'에 입사, 34년간 J&J에 근무했다. 회장 취임 전에는 J&J 실행위원회(Executive Committee) 부회장직을 역임하며, 제약·컨슈머 부문 관장 및 IT 및 공급망 관리를 총괄했다.코로나19 이후에는 임직원 건강과 공급 이슈 등 운영 리스크 대응도 총괄했다. 지난해 4월 한국을 방문해 삼성과 함께 최고경영진 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J&J(존슨앤존슨)는 1886년 로버트 W. 존슨과 제임스 W 존슨 형제가 붕대/거즈 사업을 시작하며 설립했다. 1959년 美 맥네일(McNeil), 1961년 벨기에 얀센을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제약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2006년 화이자 컨슈머 헬스케어 인수하며 사업을 지속해오다 올해 컨슈머 헬스케어 부문 분사 후 제약·의료기기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제약 분야 3위, 바이오 분야 6위 제약사이며, 로봇 수술과 AI 분야 기술 도입도 지속해오고 있다.

이 회장이 만난 또다른 인사인 지오반니 카포리오 BMS CEO는 BMS 최고영업책임자(CCO)와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5년 5월 CEO에 임명된 뒤 지금까지 회사를 경영 중이다. 과거 항암제 사업부에 근무하며 면역 항암제 부문을 강화시켰으며, 암 치료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선도적인 의약품 연구 및 개발에 중점을 두고 회사를 이끌어 왔다. 이탈리아 출생으로 로마대학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의사 경력을 바탕으로 '환자 중심'의 경영철학을 강조했다.

BMS는 암·혈액·면역·심혈관 질환 분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 및 바이오 분야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지난 2013년 CDMO 업계 후발 주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의약품 생산 계약을 체결한 첫 번째 고객이다. 삼성은 BMS 수주를 계기로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차세대 바이오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등 신사업 부분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향후 삼성과의 협력 확대가 기대된다.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의장은 맥길(McGill) 대학에서 화학공학 학사/석사, MIT에서 바이오 화학공학(Biochemical Engineering) 박사를 취득한 인사다. 졸업 후 처음으로 바이오텍을 설립한 후 현재까지 수십개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하거나 설립을 지원했으며, 본인이 보유한 특허도 100개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9년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 설립, 2009년 모더나를 공동 설립, 100개 이상의 바이오텍을 발굴해 투자한 바 있다.

특히, 아페얀 의장은 모국인 아르메니아에서의 CSR 활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평소 '청소년 교육' 중심의 CSR에 큰 관심을 쏟고 있는 이재용 회장과는 CSR에 대해서도 수시로 의견을 교환해왔다.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은 모더나를 비롯 세계적인 바이오텍을 발굴하고 육성한 글로벌 투자회사이며, 아페얀 CEO는 모더나를 공동 설립한 후 이사회 의장도 겸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21년 모더나와 mRNA 백신 생산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외 방역 현장에 양질의 코로나 백신을 신속하게 공금함으로써 코로나 위기 극복에 기여한 바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조성한 '라이프 사이언스 펀드( Life Science Fund)'를 통해, 플래그십 파이어니어링이 설립한 나노입자 기반 약물전달체 기업 '센다 바이오사이언스(Senda Bioscience)'에 1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비에바허 바이오젠 CEO는 글로벌 제약사 및 생명공학 기업에서 수십 년동안 근무하며 대표적인 바이오업계 전문 경영인이다.

비에바허 CEO는 캐나다 퀸즈대 경영학 석사 출신이며, GSK(英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서 20년간 재직 후,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사노피 CEO로 근무했으며, 지난해 11월 바이오젠 CEO에 임명됐다. 사노피 CEO 재임 기간 동안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는데 일조했으며, 회사를 글로벌 5위 제약사로 성장시키는데 1등 공신 역할을 담당했다. 사노피 CEO 퇴임 이후 스타트업 보스턴 제약 회장에 선임됐으며, 의료 투자회사인 거넷 포인트 캐피털(Gurnet Point Capital)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바이오젠은 알츠하이머, 다발성 경화증,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신경질환 치료제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다. 현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의 유럽 유통·판매를 담당하고 있고, 안질환 분야 판매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2년 바이오 신사업 조기 안정화를 위해 바이오 신약 개발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한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고, 지난해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모두 매각했으나, 현재도 긴밀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케빈 알리 오가논 CEO는 머크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영업 담당으로 시작, 사장까지 오른 신화적 인물이며, 오가논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회사 설립 이후 한국을 방문한 바 있으며, 여성 건강 증진에 힘쓰면서 전세계 여성 잠재력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오가논은 미국 제약사 Merch에서 분사한 회사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판매 파트너다. 삼성은 오가논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유럽과 미국 시장에 판매하고 있으며, 7월부터는 미국 시장에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하드리마'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오가논은 지난 2021년 6월 미국 머크社로 부터 분사된 회사다. ▲피임약/불임치료제 사업을 중심으로 한 여성 헬스케어 분야와 ▲암과 염증성 질환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시밀러 분야 ▲피부, 통증,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 치료제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김문기
mo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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