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원 손에 쥔 SK온, 재무부담 덜고 압축성장 박차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경쟁사들 대비 가벼웠던 SK온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다. 상장 전 지분 투자 명목으로 1조24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통큰 지원이 이어진 덕분이다. 이에 따라 SK온은 당초 연내 조달할 목표였던 4조원을 초과 확보하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24일 이사회를 열고 SK온의 투자 유치를 위한 주주 간 계약 체결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신규 계약은 SK이노베이션, SK온, MBK컨소시엄 간 체결 예정이다. SK온은 미국과 중동 등의 재무적투자자(FI)들이 참여한 MBK컨소시엄에서 8억달러(약 1조500억원)을 한도로 투자받게 됐다.
더불어 한국투자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투자를 논의 중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상업은행인 '사우디국립은행(SNB)'의 자회사 SNB캐피탈도 최대 1억4400만달러(약 1900억원)을 SK온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로써 SK온이 새로 확보한 추가 투자금은 총 1조2400억원이다.
SK온 입장에선 '숨통'이 트이는 소식이다. 최근 전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미국과 유럽 내 배터리 제조공장 신·증설 수요가 급증하면서 SK온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잇따라 해외 합작법인(JV) 설립에 나서고 있다. SK온은 이미 포드와 미국에 대규모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며 지난 4월 현대자동차와도 미국 내 신규 생산공장 설립 계약을 맺었다. 헝가리에 위치한 유럽 공장은 수율 개선 작업이 한창으로 적잖은 자본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SK온의 대외적인 자금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최근 공시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K온은 3조3325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합작투자를 고려해도 각 수조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배터리 제조공장에 동시다발적인 투자를 이어가기에 넉넉한 수준으로 보긴 어렵다.
기타 재무적 지표도 유동비율 92%,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조981억원으로 확인된다. 회사의 수익보다 빠져 나가는 돈과 단기에 갚아야 할 빚이 가용 자산보다 많다는 의미다. 1분기 손익은 3449억원 적자였다. SK온이 추구하는 '압축성장'을 이어가려면 충분한 여윳돈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SK온도 올해 4조원을 투자 조달 목표로 제시했다.
SK온은 이 중 앞서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확보한 2조원, 한투PE이스트브릿지컨소시엄을 통해 확보한 1조2000억원 등 총 3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이번 신규 투자 유치가 발빠르게 이어지며 합산 4조40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상반기를 마치기 전 목표한 자금 조달에 성공한 셈이다.
여기에 이날 SK이노베이션은 SK온이 현대자동차와 기아로부터 2조원을 차입하는 것에 대한 채무보증도 공시했다. 앞서 2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은 통큰 지원책이다.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도 2026년까지 SK온의 IPO(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1분기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1조2342억원으로 확인된다.
해당 차입은 현대차와 SK온의 미국 합작공장 건설에 쓰일 것으로 보인다. SK온 입장에선 모회사를 통해 막대한 빚의 상환 부담을 덜면서 중장기 생산능력 확장에 필요한 자금에도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 SK온은 현재 한국과 미국, 중국, 헝가리에서 연간 88GWh인 생산능력을 2025년 최소 220GWh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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