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발 '국회의원 코인 공개법', 업계는 실효성 논란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최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거액의 가상자산을 보유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앞으로 국회의원들은 재산을 신고할 때 가상자산 보유 현황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의원들이 USB 등을 활용해 가상자산을 은닉할 경우 찾아낼 방법이 없다며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국회의원의 재산 등록 대상에 가상자산도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 3건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은 여야 의원 다수 또는 전원의 동의를 얻고 무난하게 통과됐다.
◆ "가상자산이 재산이라면 세금 매겨야"
본회의를 통과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그동안 국회의원의 재산신고 대상이었던 현금·주식·채권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키는 내용을 다룬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인 정의가 부재한 상황에서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간주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다루면서도 관련 내용들은 빠져있어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가상자산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규정한다면 업계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한 논의 없이 입법이 이뤄져 당황스럽다"며 "아직 가상자산의 정의나 규정이 법적인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상황에서 누더기 입법이 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는 가상자산을 규정하는 '가상자산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가상자산을 법적인 틀 안에서 감시·감독함으로써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겠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인 틀이 만들어지는 등 조속한 후속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승주 고려대 교수는 "재산등록에 가상자산을 포함시킨다는 건 가상자산을 재산으로 본다는 의미인데 법안에 재산이 갖춰야 할 내용들은 빠져있다"며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만약 가상자산이 재산이라면 여기에 세금을 매겨야 하기 때문에 세금 처리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할 것이고 회사가 보유한 가상자산이라면 회계처리도 필요할 것"이라며 "후속 입법을 어떻게 해야할지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근시안적으로 접근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 "USB에 담으면 규제 피할 수 있어"…"후속 논의 할 것"
법안을 피해갈 방법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원의 사적 이해관계 등록에 가상자산과 발행인 명단을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서는 이를 토대로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진행할 때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볼 수 있다.
만약 의원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했거나 USB를 이용해 가상자산을 은닉할 경우에는 이를 강제로 밝힐 수 없다. 같은 날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자진신고 및 조사에 관한 결의안에서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이 국회에 협조할 것을 촉구하고는 있으나 이 또한 국내에 그친다.
국회에서는 앞으로 의원들이 은닉한 가상자산도 찾아낼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실 한 관계자는 "법안을 심리하는 과정에서 해외 거래소를 활용하거나 USB에 가상자산을 담는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현재 시스템상 현실적으로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 이미 나왔다"며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인해 국회 이미지가 실추됐고, 그 가운데 법안이 발의된 만큼 빠르게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며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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