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K배터리 3사와 전세계가 쇳덩이 찾는다?"…지아이텍, 신공장 확대 [소부장 현장속으로]

아산(충남)=김도현 기자
이인영 지아이텍 대표 [사진=지아이텍]
이인영 지아이텍 대표 [사진=지아이텍]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설계부터 생산까지 인라인(In-Line)으로 처리하고 고객 맞춤형으로 슬롯다이를 제작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우리를 찾는 배경이다.”

5일 충남 아산 본사에서 만난 이인영 지아이텍 대표(회장)는 이같이 말했다.

지아이텍은 배터리 전극 공정장비에 쓰이는 부품 ‘슬롯다이’를 공급하는 업체다. 전극 공정은 양극 또는 음극활물질을 집전판인 알루미늄박 또는 동박에 도포하는 단계다. 집전판을 회전 롤에 감으면서 활물질을 입히는데 이때 슬롯다이가 활물질을 뿌리는 역할을 한다.

슬롯다이 제작 과정 [사진=지아이텍]
슬롯다이 제작 과정 [사진=지아이텍]

슬롯다이는 겉보기에는 두꺼운 쇠파이프처럼 보이지만 투입되는 노하우는 단순하지 않다. 활물질을 정해진 패턴 및 면적대로 일정한 두께로 코팅해야 하는 만큼 세밀한 공정을 거쳐야 한다. 고객마다 사용되는 배터리마다 다 달라 제품 간 미세한 차이도 존재한다. 우주선 부품을 만들 정도의 기술을 필요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아이텍은 슬롯다이 원재료인 철을 세아제강으로부터 조달한다. 슬롯다이가 마모되면 수거해서 수리한 뒤 다시 보내기도 한다. 1~2차례 리페어를 진행하면 제품을 폐기하고 신제품을 공급하게 된다. 슬롯다이는 개당 1억원대 중반 수준이다.

이 회장은 “활물질이 균일하게 발라지지 않으면 배터리 불량이 난다. 수억원 하는 롤투롤 설비가 망가질 수도 있다”며 “니켈 함량이 올라가면서 분사 난도가 올랐고 교체 주기도 과거보다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지아이텍는 고객으로 LG에너지솔루션와 SK온을 비롯해 노스볼트(스웨덴), ACC(프랑스), 리비안(미국), 빈패스트(베트남), 장성기차(중국) 등 국내외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를 확보했다. 지난 4월에는 삼성SDI와 납품 계약을 체결하면서 국내 3사와 모두 거래를 트기도 했다.

슬롯다이 제작 과정 [사진=지아이텍]
슬롯다이 제작 과정 [사진=지아이텍]

이들 고객에 슬롯다이를 직접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피엔티, 씨아이에스 등이 제작하는 롤투롤 설비에 들어가게 된다.

전방산업 성장세로 슬롯다이 수요가 빠르게 늘자 지아이텍은 충남 천안북부일반산업단지에 신공장을 짓기로 했다. 2025년 전후 가동 예정으로 현재 생산능력(캐파)보다 약 5배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10명 내외였던 연구개발(R&D) 인력도 20명 이상으로 확충했다. 미국, 유럽 등 지사도 마련해 해외 공략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회사는 분리막 업체에도 슬롯다이를 판매할 방침이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는 물론 중소기업 등과도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아이텍 아산 본사
지아이텍 아산 본사

신규사업으로는 장비 분야를 준비 중이다. 중국 샨샨그룹에 디스플레이 편광필름을 부착하기 위한 약액을 코팅한 뒤 합판하는 설비, 코멤텍에 수소연료전지용 전극공정 장비를 납품한 바 있다.

리튬티탄산화물(LTO) 배터리를 개발하는 그리너지와 건식 전극 공정용 코팅 설비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전기차 1위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건식 전극 공정에 집중하는 만큼 관련 기술만 확보하면서 다방면으로 지아이텍에 기회를 주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아이텍은 중장기적으로 바이오, 항공, 우주, 반도체 등으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 목표다. 이 회장은 “코팅이라는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지아이텍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부품 및 장비 사업 확장을 이뤄내 연매출 1000억원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지아이텍 연매출은 약 400억원이었다.

한편 지아이텍은 슬롯다이 이전엔 슬릿노즐이 주력이었다. 디스플레이 공정 중 감광액(PR) 도포 시 사용되는 부품이다. 삼성 장비 계열사 세메스에 슬릿노즐을 제공하고 해당 설비를 삼성디스플레이가 활용하는 식이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에 돌입하는 만큼 지아이텍도 디스플레이 매출이 상승이 기대된다.

아산(충남)=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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