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수집, 특기는 쌓기"…SK하이닉스, D램·낸드 적층 '세계 최고' [소부장반차장]
- HBM·낸드플래시 분야 연이어 업계 최초 타이틀
- 삼성전자 메모리 경쟁력 저하 우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불황 속 연구개발(R&D) 투자를 줄이지 않으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차세대 제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 앞서 가더니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했던 낸드플래시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둘 다 적층 기술이 빛을 발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 수집은 덤이다.
8일 SK하이닉스는 238단 4차원(4D) 낸드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8월 개발 완료한 제품으로 현재 해외 스마트폰 고객과 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낸드 층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더 좋다고 할 수는 없으나 SK하이닉스의 신제품은 세계 최고층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앞서 차세대 낸드 생산에 들어간 삼성전자는 236단, 미국 마이크론은 232단 수준이다.2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칩 사이즈도 가장 작게 구현했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인 176단보다 생산효율을 34% 높여 원가 경쟁력을 향상시켰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2.4기가비트(Gb)로 전작대비 50% 빨라졌고 읽기, 쓰기 성능은 약 20% 나아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은 2위였으나 낸드에서는 5위권에 그쳤다. 미국 인텔 낸드 사업부(현 솔리다임)를 인수하면서 낸드 부문 양과 질 모두 강화했고 업계 처음으로 238단 제품을 내놓게 됐다. 참고로 솔리다임 포함 점유율은 일본 키옥시아와 2위를 다툴 정도로 올라온 상태다.
SK하이닉스는 238단 낸드의 스마트폰 고객 인증을 마치면 모바일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추후 PCIe(Peripheral Component Interconnect Express) 5.0을 지원하는 PC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SSD 등으로 238단 낸드 적용 범위를 넓혀갈 방침이다.
D램에서도 SK하이닉스는 적층 기술을 뽐낸 바 있다. 지난 4월 회사는 세계 최초로 D램 단품 12개를 쌓아 24기가바이트(GB) HBM3 개발 소식을 전했다. 여러 고객과 성능 검증 중이다.
HBM은 여러 개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 순으로 개발되고 있다. 기존 HBM3 최대 용량은 D램 단품 8개를 적층한 16GB였다. 이번 신제품은 현존 최고 용량이다.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시점에서 HBM3 양산하는 곳은 SK하이닉스뿐이고 점유율 측면에서도 50% 내외로 1위다. 삼성전자(40%), 마이크론(10%) 등이 뒤를 잇는다.
반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선두주자로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에 잇따라 기술 추격을 허용했고 세계 최초 타이틀을 수차례 빼앗긴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한파와 별개로 R&D 강화에 총력을 기울여 리딩 기업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출신 교수는 “확실히 예년보다 삼성전자와 타 메모리 업체 간 격차가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삼성에 대한 우려는 삼성도 잘 알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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