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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CTO “클라우드와 네트워크의 만남, 새로운 기회 될 것”

권하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핀란드 노키아가 60년 만에 회사 로고를 바꿨다. 네트워크 기업으로 변모한 지 벌써 10년이지만, 대중은 여전히 노키아를 ‘한때 잘나가던 휴대폰 회사’로 인식하는 게 현실. 노키아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디지털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 변화를 주도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업으로 정체성을 굳히고자 한다.

◆ 새 로고 단장한 노키아, ‘네트워크 기업’ 정체성 완성

노키아는 올해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 새 로고와 브랜드를 발표했다. 새 로고는 ‘활기’차고 ‘역동’적이며 ‘현대’적인 노키아를 상징한다. 특히 선이 완결되지 않은 ‘NOKIA’ 로고는 ‘협업’을 뜻하기도 하는데, 노키아의 협력 파트너들이 빈 획을 채워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본사 사옥에서 기자와 만나 “이전에는 노키아가 연결(휴대폰)을 지향했다면 지금은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 하는 데 일조하려고 한다”며 리브랜딩의 의미를 밝혔다.

한 CTO는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온라인에서 연결이 되고 이를 통해 DX를 이루며 나아가 잠재력을 100% 발휘할 수 있다”며 “전세계가 네트워크를 통해 하나처럼 움직이기 위한 기술을 만드는 회사, 그것이 노키아가 지향하는 기업 정체성”이라고 설명했다.

노키아가 이번에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한 가장 큰 이유는 아직도 남아 있는 ‘휴대폰 브랜드’라는 회사 이미지에서 탈피해 새로운 기업 미래를 보여주기 위함으로 보인다.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3년간 휴대폰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업체였지만, 스마트폰의 등장이라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2013년 9월 휴대폰 사업부문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휴대폰 노키아 브랜드는 2016년 노키아 전 직원들이 설립한 핀란드 업체 HMD글로벌이 사용하고 있다.

지금의 노키아는 그러나 ‘실패한 휴대폰 기업’이라는 악명에 숨어 있기에는 아쉬운, 빠르게 성장하는 차세대 네트워크 기업이라고 봐야 한다.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장비 시장에선 화웨이에 이은 2위 업체(시장조사기관 델오로, 2022년 기준)로, 특히 화웨이의 내수 시장인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시장의 약 20%를 차지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 영역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는 중이다.

한 CTO는 “휴대폰 사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정체성을 가져가는 데 시간이 걸렸고 이후 5G 시대가 오면서 또 혼란스러운 시기가 있었다”면서도 “2021년 우리의 비즈니스를 가장 원초적인 부분부터 연구하고 발굴하는 ‘리셋(Reset)’ 시기를 거쳐, 2022년 비즈니스의 속도를 ‘가속(Accelerate)’하고, 올해부터는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의 가치를 ‘확산(Scale Up)’하는 단계에 왔다”며 회사의 리브랜딩 노력을 소개했다.

단순히 로고를 바꾸는 것 이상의 전략적 변화도 동반됐다. 노키아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로 ▲지속적인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확대 ▲포트폴리오 적극 관리 ▲지적재산권(IP) 수익화 및 포트폴리오 관리 ▲서비스형(as a Service) 아이템 등 새 비즈니스모델 구현 ▲ESG 등을 내세웠다. 한 CTO는 “노키아에는 4개 사업 포트폴리오로 무선망과 유선망, 클라우드 네이티브 소프트웨어, 특허기술(Patent Technology)을 가지고 있는데, 이 제품들을 기업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새 비즈니스모델을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앞서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 노키아가 보는 미래 네트워크 사업의 변화 흐름은 무엇?

과거 노키아의 모바일 사업 실패 원인이 스마트폰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면, 현재 주력하는 네트워크 및 엔터프라이즈 사업에서 노키아는 어떤 변화 흐름을 읽고 있을까? 한 CTO는 이에 대해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의 만남이 노키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 CTO는 “통신사와 빅테크 기업들의 협력이 가속화 하고 있다. 빅테크들은 통신사를 통한 서비스 재판매가 비즈니스모델의 핵심이 됐고, 통신사들도 빅테크가 가진 클라우드의 유연하고 빠른 경쟁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특히 과거에는 기술의 진화가 사물자동화에 있었다면 지금은 공장자동화에 있다. 많은 제조업체나 산업현장에서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고, 노키아 역시 인더스트리와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타깃으로 삼아 발빠르게 대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자연히 노키아의 고객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한 CTO는 “이전에는 기간통신사업자가 우리의 고객이었는데, 이제는 통신사들을 ‘서비스 프로바이더 애저 파트너’(Service Provider As a Partner)라고 부른다. 이동전화 사업으로 모객만 하던 통신사가 이제 서비스 영역을 기업과 산업으로 확대 중인데, 노키아 입장에서도 통신사를 통해 기업과 산업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이는 노키아가 네트워크와 클라우드의 만남 속에서 ‘개방성’과 ‘협업’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한 CTO는 “노키아가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은 개방성과 협업에 있다”면서 “과거 노키아는 기술이든 제품이든 다 노키아 안에서 개발했지만 이제는 개방된 시스템에서 파트너를 끌어들여 고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우리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 진출에 있어 그 진출을 도와줄 파트너가 있다면 그게 빅테크가 됐든 국내 중소기업이 됐든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다”고 했다.

◆ 오픈랜·5G특화망부터 6G에 이르기까지 미래 대비한다

그렇다면 노키아는 새로운 변화 흐름에 맞춰 어떤 대비를 하고 있을까? 한 CTO는 특히 오픈랜(Open RAN)과 5G 특화망(Private 5G) 시장을 노키아의 새로운 전략적 투자처로 지목하고 있다.

한 CTO는 “노키아는 통신장비 업체 중 최초로 O-RAN 얼라이언스에 가입했고 11개의 워크그룹 가운데 개방화, 가상화, 지능화에 주안점을 둔 주요 3워크그룹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노키아만큼 오픈랜에 진심인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오픈랜은 서로 다른 규격의 통신장비를 호환할 수 있는 개방형무선망기술로, 기존 1위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기회로도 해석된다.

한국에서는 ‘이음5G’로 알려져 있는 5G 특화망은 5G 기술을 활용해 특정 공간에 연결성을 제공하는 무선 사설망으로, 통신 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한 CTO는 “특화망을 통해 인더스트리 4.0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시장에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노키아의 전략”이라며 “앞으로 인공지능(AI) 영역까지 바라보며 새로운 산업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6G 시대를 대비하는 것도 노키아로선 중요한 과제다. 특히 6G 기술은 메타버스의 본격적인 산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한 CTO의 전망이다. 특히 애플이 최근 최초의 공간컴퓨터이자 혼합현실(MR) 헤드셋 기기인 ‘비전 프로’를 공개한 것이 그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한 CTO는 “메타버스가 확산되면 결국 네트워크 용량이나 커버리지가 늘어나야 하는데 그게 6G에 대한 요구사항이 될 것”이라며 “향후에는 도시 하나를 디지털트윈 할 수 있는 경지에 갈 텐데 그게 메타버스의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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