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부장 TF] ㉜ 반도체 패키징의 '첨단'을 달린다...美도 주목한 '네패스'

이건한 기자

네패스 제품 라인업 [ⓒ 네패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 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네패스는 반도체 후공정 중 ‘첨단 패키징’에 특화된 기업이다. 고성능 반도체의 완성을 위해선 미세공정뿐 아니라 마무리 단계인 패키징 공정의 기술 고도화도 중요하다. 미국 정부도 세계 10대 첨단 패키징 기업 중 하나도 꼽은 네패스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제조기술 경쟁의 초점은 주로 회로를 얼마나 얇고 정교하게 만드는지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나 TSMC가 매년 미세공정 양산 수준을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미세회로만 잘 그린다고 고성능 반도체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반도체 칩과 외부로 연결되는 전기적 통로를 가능한 짧게, 다량으로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수의 칩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쌓는 적층 기술 역시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이 첨단으로 향할수록 이를 담당하는 후공정 패키징 기술 또한 고도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네패스는 완성된 웨이퍼를 자른 후 기판에 올려 구리선으로 연결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패키징 대신 기판과 구리선 없이도 웨이퍼 단계에서 패키징이 가능한 WLP(Wafer-Level-Packaging)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칩을 보다 작고 얇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웨이퍼를 자르지 않고도 한번에 다수의 칩을 초소형으로 패키징할 수 있는 FLWLP 기술부터 칩의 바깥쪽까지 입출력(I/O) 단자를 확장시키는 방식의 FOWLP(팬아웃 웨이퍼레벨 패키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나아가 차세대 패키징 기술로 거론되던 FOPLP(팬아웃 패널레벨 패키지) 기술까지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했다. 원형 웨이퍼를 생산하는 WLP 방식과 달리 사각형 패널을 사용해 생산성은 높이고 단가는 낮출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방식이다.

관련해 2022년 충북 괴산첨단산업단지에 FOPLP 라인을 갖춘 청안캠퍼스를 준공하고 본격적인 세계시장 선점을 시작했다. 이보다 앞서 2021년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당시 네패스는 이미 10대 첨단 패키징 기업 중 하나로 꼽힌 바 있다.

FOWLP → FOPLP 개념도 [ⓒ 네패스]

이처럼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네패스의 매출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3435억원, 2021년 4183억원, 지난해에는 588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3년째 영업손실도 기록 중이다. 2020년 35억원, 2021년 16억원, 2022년 67억원 등이다. 이는 매출액 대비 높은 연구개발비(R&D), 자회사 네패스라웨의 낮은 수익성 등이 미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기술인 FOPLP의 조속한 시장 확대, 침체된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네패스의 신기술 개발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FOWLP를 이용한 3D IC(집적회로) 제조용 소재·공정 기술을 개발했다. 고성능 AI 반도체에 적용 가능한 기술로, 다수의 산학과 연계한 국책 과제로 5년만에 결실을 만들어 냈다. 네패스는 본 과제를 통해 확보한 패키지 경쟁력으로 국내외 AI, 메모리 수요 업체와 사업화 기회를 발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