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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 의혹 사실로…감사원, 위법·부당사항 확인

왕진화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는데도 검수 후 대금 지급 등 계약관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 사무국장 A씨에 대해 감사원이 정직 처분을 요구했다.

감사원은 29일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를 감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은 게임위가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검수 후 대금 지급 등 계약관리업무를 부당 처리하고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에 대금을 지급한 점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감사원은 게임위 위원장에게 통합관리시스템 등 용역계약의 준공검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사무국장 A씨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업체에 업무정지 등의 처분을 하도록 하는 등 총 6건의 감사결과를 처분요구하거나 통보·고발했다.

◆‘초유의 사태’ 게임위, 감사원 감사 왜 받았나=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2016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이하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예산 40~50억원을 들였다.

이어 지난 2019년 외주업체로부터 전산망을 납품받았다. 그러나 이 시스템 중 일부는 정상 작동되지 않았다. 게임위는 외주업체로부터 배상을 받아야 함에도, 어떠한 배상조차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에서 비위 의혹이 발생하게 됐다. 이 의원실은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국민감사청구 연대 서명을 진행했다. 총 5488명이 현장을 찾아 서명을 완료했다.

이 의원실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0월31일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요청했다. 지난해 12월14일 감사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심사를 펼쳤고, 감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 직원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는 “게임위는 당초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을 3단계 사업으로 추진했으나, 2단계 사업 추진 중 중단했다”며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 추진 과정 중 당시 업무 담당자 등 업무처리 적정성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 감사실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서는 지난 1월30일부터 2월24일까지 15일간 감사인원 7명을 투입해 실지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게임위가 그동안 지적받아온 업무 처리 절차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2월 중 종료될 예정이었던 감사 기한을 두 차례 더 연장했다.

감사원은 외주업체가 과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철수함에 따라, 적어도 6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봤다.

감사원 측은 “게임위 사무국장 A씨는 과업이 완료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검수보고서 및 대금 지급에 결재를 했다”며 “게임위 자체가 정당한 회계처리보다는 국고보조사업비의 집행에 중점을 두고 통합관리시스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위 통합관리시스템 1단계 사업 허위 검수 등이 적발돼 중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 B씨는 지난해 5월 게임위를 퇴사한 후 한국조폐공사에 입사해 현재 근무 중”이라며 “B씨의 비위행위를 한국조폐공사 사장이 인사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게임위 위원장이 통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임위, 이제는 달라질까…게임정책 세미나서 ‘조직 개편’ 예고=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라마다 호텔 동대문에서 열린 ‘2023년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정책 세미나’에서 최근 게임위 중심축이 공급자(게임사)가 아닌 사용자(게이머)로 옮겨지고 있는 환경에 발맞춰 게임위도 정책들을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제가 게임위원장일 당시 일어난 일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데이터만 가지고 감사원에서 감사를 실시했고 이에 대해 성실히 임했으며, (감사) 결과를 듣게 됐다”며 “이제 저희는 상황에 맞게 절차대로 진행하거나, 조직 개편을 향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결과가 나온대로 지적 사항이나 조치를 이행해야 하고, 게임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선 또 사후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조직 개편은 계속해서 생각해왔던 것인데 오히려 조금 늦어지게 됐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감사원은 계약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감사원은 게임위에게 민법 제750조에 따라 계약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업체에 과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완료된 것으로 검수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을 요구했다.

만약 손실이 보전되지 않을 경우 부당하게 처리한 직원 A씨와 비위 의혹을 일으킨 B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손실을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헌 의원은 “비위 의혹을 밝히기 위해 귀중한 시간 내어 국회까지 발걸음해준 5488명의 이용자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린다”며 “이번 감사는 비리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위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며, 저 또한 문체위 위원으로서 게관위가 건전하고 공정한 게임물 전문 공공기관으로 거듭나도록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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