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빗장 여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과기정통부 "빠르게 입법할 것"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이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과 설계·기획 사업에서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일치시켰다. 참여기업의 컨소시엄 제한 기준을 완화하고, 하도급 계획 적정성 평가를 강화한다. 과기정통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 진흥법을 최대한 빠른 기간 안에 입법예고한다는 계획이다.
과기정통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추진단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업계의 의견을 청취했다. 정부는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한 후, 이에 대한 업계 의견을 듣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 과기정통부는 추후에도 자리를 마련해 업계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간담회에는 삼성SDS, LG CNS, SK C&C 등 대기업은 물론 쌍용정보통신, 대보정보통신, KCC정보통신, 유앤파인, 유플러스아이티, 드림시큐리티 등 중소·중견기업도 참여한다. 한국IT산업협회,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등 관련 협회도 참여했다. 다만 산업은행 등 발주기관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 예외 심의 없이 대기업 참여 허용"
현행 소프트웨어 진흥법은 소프트웨어 사업 금액과 관계없이 상호출자제한집단 대기업의 참여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민간투자형 사업 외 상호출자제한집단 대기업은 국가안보, 신기술 분야 등 심의를 통해 예외 인정된 사업에 한해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예외심의 시 인정여부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해 발주기관 및 사업자들이 사업을 미리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했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예외심의 없이도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법령을 개선한다. 그 외 사업은 현행대로 예외심의를 통해 참여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소프트웨어 사업 중 정보화전략계획(ISP) 등 설계·기획 사업은 대기업과 중견기업 참여제한 대상 소프트웨어 사업에서 제외하도록 법령도 개선한다. 설계·기획 단계에서 역량있는 기업의 참여 확대를 통해 본사업에서 과업변경 최소화 등 품질 제고와 발주기관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사업 및 10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상생협력의 취지는 유지하되 주사업자의 역할과 책임, 기술력 위주 경쟁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상생협력 평가 기준과 배점을 완화한다. 등급별 중소기업 참여지분율 최고등급을 현행 50%에서 40%로 개편하고, 상생협력 배첨을 5점에서 3점 이상으로, 등급 체계를 3등급으로 개편한다.
현행 중소기업 참여지분율 ▲5등급 50% 이상 ▲4등급 45%이상~50% 미만 ▲3등급 40%이상~45% 미만 ▲2등급 35%이상~40% 미만 ▲1등급 35% 미만이다. 달라지는 등급은 ▲3등급 40% 이상 ▲2등급 35%이상~40%미만 ▲1등급 35% 미만으로 구성된다.
◆ 컨소시엄 구성 제한 완화…과기정통부 "빠르게 입법할 것"
현재도 1000억원 이상 '대형 공사'는 공동수급체 구성원을 10인까지 허용하고 각 구성원별 5% 이상 지분율 적용이 가능했다. 1000억원 이상 대형사업에서 참여 주체별 역량에 맞는 적절한 역할 배분 및 수행 기반 마련을 위해 유권해석 및 고시개정을 통해 대형 공사의 범주에 1000억원 이상의 소프트웨어 사업을 포함한다. 또한 컨소시엄 구성원 10인 이하, 구성원별 최소지분율 5% 이상을 허용한다.
하도급 계획의 적정성 평가는 강화한다.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인정 사업 및 10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과도한 하도급 관행을 막기 위해 사업자 기술성 평가 시 하도급 비율을 세부 등급으로 나눠 배점에 차등을 부여한다.
과기정통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입법예고를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규제혁신위원회와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면서도 "다만 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해 액수나 컨소시엄 비율 등 세부적인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안이 완전히 만들어지기까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대기업 측에서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중소·중견기업 측에서는 사업자 보호를 위해 참여 제한을 완화해서는 안 된다고 첨예하게 맞섰다.
행사에 참여한 중소 IT 업계 관계자는 "이제 처음으로 논의가 진행된 만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정책이 나올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을 토대로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상생하고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대기업 참여를 완화하는 방향은 반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논의가 추후에도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행사에 참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처음으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간담회는 각자의 입장을 들어보는 자리였고, 앞으로도 비슷한 자리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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