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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해명에도 방통위, 사상 첫 뉴스 알고리즘 점검…우려 나오는 이유

이나연 기자
네이버 사옥 전경 [ⓒ 네이버]
네이버 사옥 전경 [ⓒ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국내 대표 포털 플랫폼인 네이버 뉴스를 향한 정치권 압박이 실제 움직임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포털뉴스 검색 알고리즘에 대한 신뢰성 지적은 선거 기간마다 있었지만, 관계부처가 직접 특정 포털뉴스 알고리즘을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할 조사 자체에 우려와 함께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방통위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을 검증하려면 네이버로부터 지난 수년간 데이터를 전달받아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만큼, 조사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가 네이버에 요구할 데이터들에 영업 비밀 등 민감한 부분이 포함된다는 지점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정치권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의혹 제기, 방통위가 바통 넘겨받아

지난 2일 방통위는 “최근 네이버 뉴스 검색 알고리즘 인위적 개입 보도와 관련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실태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이 지난달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제기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의혹에서부터 촉발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에 꾸려진 2018년 알고리즘 검증위원회 지적에 따라 인위적인 방식으로 언론사 순위를 추출해 알고리즘에 적용했다”며 그 결과 진보매체는 뉴스 순위 상위권으로 올리고 보수매체는 하위권으로 떨어트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으로 위반행위가 인정되는 경우 사실조사로 전환할 계획이다. 위반행위가 사실로 확인되면 관계법령에 따라 관련 역무 연평균 매출액 최대 3%까지 과징금 부과 및 형사고발 등 처분에 나설 방침이다.

같은 날 여당도 가세해 이번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당국 개입까지 촉구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국민의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조작 여부에 대해 특정 세력 외압이 있었는지, 가중치 조작이 있었는지 빠짐없이 진상을 가려야 한다”며 “필요하면 수사당국이 수사에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실태점검에 대한 실효성 지적도

사상 첫 포털 뉴스 알고리즘 점검에 나선 방통위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방통위가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을 자세히 검토하겠다는 것은 네이버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뉴스 배열에 활용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데이터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인데, 현실적인 행정 규모상 이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네이버는 뉴스 편집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7년 2월 인공지능(AI) 기술 에어스(AiRS)를 뉴스 추천에 도입하고, 2019년 4월부터 포털 대문 화면을 AiRS 알고리즘 기반 자동 추천 기사로 배열하고 있다.

심지어 네이버는 뉴스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예전부터 일부 알고리즘 공개와 검증 작업을 진행해 왔다. 네이버 뉴스는 알고리즘 구성 적절성 및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정기적으로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검토받고 그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 중이다.

지난해 1월에도 네이버는 ‘제2차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보고서를 통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에 인간 편집자가 인위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알렸다. 당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특정 언론사를 이념·성향에 따라 우대하는 정치적 편향도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한 ‘제3차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역시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한 문제뿐만 아니라, 뉴스 검색 알고리즘 전반에 대한 검토 내용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송경재 상지대 사회경제학과 교수는 “두 차례 진행된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모두 ‘결과물로서는 문제가 없으나, 알고리즘 자체는 계속 심화 학습하고 있어 현재 알고리즘에 두는 가중치라든가 그 과정 값은 알지 못한다’는 식의 제한적 결과가 나왔다”며 “방통위 조사가 그 이상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네이버는 자칫 영업 비밀에 속할 수 있는 데이터까지 전부 제공할 가능성도 감수해야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조사에 최대한 협조해 오해가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면서도 “지금도 알고리즘은 검토위원들이 보고 있다. 알고리즘 소스 등을 외부에 전체 공개하기 어려운 것은 결국 영업 비밀과 직결되고, 이것이 공개되는 순간 어뷰징 위험이 만연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가 조사 근거로 든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금지행위)와 동법 시행령 제42조는 ‘공정경쟁’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포털 뉴스 알고리즘 관련해 방통위가 조사에 나설 법적 근거나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해석도 갈린다.

현재로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침으로 삼는 ‘공정거래법’처럼 알고리즘 투명성 여부 관련해 처벌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서다. 현재 국회에는 포털 기사 배열에 대한 심의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포털 규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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