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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수신료 분리징수 코앞…”피해자는 결국 시청자“

강소현 기자
[ⓒ 디지털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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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TV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라 예상되는 제일 큰 피해자는 시청자임에도 불구, 현재 부작용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도준호 숙명여자대학교 교수는 4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공영방송 재원,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TV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재난방송 등 공공서비스가 대폭 줄어들고, 재원 구조도 광고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오는 5일 전체회의에서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TV 수신료는 전기료 고지서에 함께 청구됐다.

이런 상황 속에 마련된 이날 토론회는 공영방송의 가치와 재원구조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가운데 토론자들은 공영방송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대체로 공감했다.

김희경 미디어미래연구소 박사는 “오늘날 공영방송이 못하는 사회적 역할을 다른 채널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방송사의 경영진의 판단이 정권에 의해 좌지우지될 때 가변적이지 않고 고정적으로 공적가치를 구현할 최후의 보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진만 강원대학교 교수도 “돈은 안되지만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며 “공영방송이 돈이 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작가와 PD를 키워온 것이 누적돼 지금 우리의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의 재원으로 TV 수신료가 적절하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TV 수신료가 준조세 성격을 띄는 만큼 시청자를 설득할만한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TV 수신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KBS의 경우 수신료 의존도가 높다. 2022년 기준 KBS 전체 매출에서 수신료 매출의 비중은 45.3%였다. 2015년에는 39.3%(6258억원)이었다.

노동렬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는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의 이용행태는 변해가는데 공영방송은 재원이 부족하다며 수신료 인상 카드만을 계속 제시하고 있다“라며 ”시청자들에 그들이 원하는 공적 가치를 어떤 형식으로 구현하려고 하니 TV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논의가 선제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조세라는 재원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TV 수신료를 통해서만 공영방송이 운영돼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게 아닌가 싶다”라며 “재정적 독립성이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게 항상 일치하는 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원의 소스가 아닌 행태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토론자들은 TV 수신료 징수방식 논의에 있어선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당장 KBS와 EBS는 분리징수로 수신료 납부율이 절반 혹은 그 이하로 하락할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위탁징수 전인 1993년 수신료 납부율은 52.6%에 불과했다. 2021년 기준 수신료 납부율은 99.9%이었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따른 파장은 KBS와 EBS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송시장 재원은 결국 순환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신료 수익이 줄어드는 경우, 수신료 의존도가 높은 KBS는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방송광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또 인터넷TV(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KBS가 가입자당재송신료(CPS)를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원식 동덕여자대학교 교수는 “TV 수신료 분리 징수가 KBS 존폐에 영향 미칠 수도 있는데 방만 경영이라는 부분적 문제로 존폐를 결정 짓는 건 과도하다고 생각한다”라며 “KBS가 불공정하기 때문에 공적 가치를 제대로 실행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공정 문제는 독립성을 강화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분리징수의 추진은 정치적 의존도를 오히려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정권이, 과거 보수정권과 달리 TV 수신료 분리 징수 이슈를 주도하는 이유는 종편채널의 성장이 있다”라며 “종편채널 통해 정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가운데 공영방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단 약화시켜 얻을 수 있다는 이익이 크다고 본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방통위가 입법예고 기간까지 40일에서 10일로 단축하는 등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절차적 정당성도 지적됐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는 정부·여당 측 위원인 김효재 부위원장과 이상인 위원, 야당 측 위원인 김현 위원 등 세명으로 2대1구도로, 김 위원이 해당 개정안에 반대하더라도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은 지난 3일 시행령 개정 강행에 반발해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김희경 박사도 ”당초 방통위 상임위원 5명이 논의해야 할 분리징수 문제를 단 3명이, 거기다가 한 사람은 완전히 배제된 채 논의하는 현재 상황이 절차적으로 정당하다 볼 수 있냐”라며 “한국언론학회과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3개 학회로부터의 의견 수렴 과정도 패싱했다”고 우려했다.

한편 방송법 시행령은 이르면 내달 중순 공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현재 남은 절차는 방통위 의결과 국무회의 의결, 대통령 재가 등이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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