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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신이 먼저” 고장난 게임위, 어떻게 고칠까…정치권도 관심↑

왕진화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전산망 납품 관련 비위가 발생했던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내부 징계 절차 및 조직 개편 작업에 착수하며 자체 혁신을 위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게임위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위(위원장 김규철)는 최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비위 행위를 후속 조치하기 위한 인사위원회를 이번주 안으로 열 계획이다.

앞서 게임위는 지난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약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2019년 외주업체로부터 전산망을 납품받았다. 해당 전산망 시스템 중 일부가 정상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위는 전산망을 공급한 외주 업체에 어떠한 배상도 요구하지 않고 대금을 지불하며 비위 의혹이 일었다. 감사원은 게임위가 이번 전산망 납품에서 최소 6억원의 손해를 봤을 것이란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게임위는 당시 사업 결재 과정에서 이를 묵인한 최모 사무국장의 징계 수위를 조만간 결정한다. 과반 이상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위원회를 열고 최모 사무국장에 대한 중징계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 처분 요구 이외에 자체적인 조직 혁신 차원에서 위원회 본부장 전원(3명)이 현재 맡고 있는 본부장보직에서 사퇴했다. 신규 본부장 및 조직개편 등은 이르면 이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게임위의 이같은 자체 혁신 조치에 대해 일부 게이머들은 의문을 품고 있다. 본부장들이 담당 보직에서만 사퇴한 것일 뿐 다른 주요 보직이나 기관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감사원이 최모 국장에 정직을 요구했지만, 정직만으로 해당 의혹을 뿌리뽑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나온다.

이에 게임위를 아예 없애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게임위는 1년여 논란이 계속돼 왔지만 선제적으로 나서 뿔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었음에도 게임 이용자와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게임위는 지난해 ‘블루 아카이브’ 직권등급재분류 사태 당시 촉발된 심의 투명성·전문성 논란에 이어, 정보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회의록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빚었다. 도박성 아케이드 게임기에 전체 이용자 등급을 내준 사실도 알려지면서 게임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번 전산망 비위 의혹까지 사실로 드러나게 돼 첩첩산중인 상황이다.

지난 2022년 10월13일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정감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0월13일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정감사에 나서 발언하고 있다.

게임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정치권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게임위 혁신을 이끄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게이머 표심도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위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국감) 때부터 본격적으로 게임위에 대한 지적을 지속해오거나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이곳을 예의주시해왔다.

일례로,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갈수록 크게 늘고 있는 온라인·모바일 게임물들의 사후관리를 위해 관련 인력 충원이나 모니터링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게임위 국감 당시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와이푸(옷벗기기 게임) 논란이나 블루아카이브처럼 이슈가 터질 때마다 게임위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며 “게임위에선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오히려 지난 2020년부터는 교육 개수가 줄었고 교육 시간도 반 넘게 확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용호 의원(국민의힘)도 지난 2018년 출시된 모바일 생존 게임 ‘어몽어스’가 각 앱 마켓마다 이용등급이 다르게 표기돼 있다는 사례를 들며, 등급분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대한 패널티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근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게임위원 중 3분의 1 이상을 게임산업 종사자로 위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킨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게임산업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한 유 의원은 이번 법안에 게임물의 등급분류는 국민에게 게임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등급분류가 문화콘텐츠에 대한 검열의 수단이 돼선 안된다는 의미에서다.

감사원의 게임위 감사를 이끌어낸 장본인인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게임 이용자 5489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추진했던 이 의원은 “이번 감사는 비리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며 “게임위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일 한 매체에서는 게임위가 감사결과 발표 후 용역업체 회유를 통해 피해 산정금액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게임위는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자료를 냈다.

게임위 측은 “감사과정에서 감사원이 산정한 손해금액을 전부 인정한다는 내용의 서명을 한 바 있으며, 감사결과 발표 후 감사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금액을 포함한 감사원의 모든 감사결과는 이미 확정됐다”고 말했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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