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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배후 해커, 알아도 못잡는다”… 발목 잡힌 형법 개정

이종현 기자
12월31일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의 한 중식당 2층 사무실. 시진핑 중국 주석 관련 책들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12월31일 중국이 해외에서 운영하는 비밀경찰서의 국내 거점으로 지목된 서울의 한 중식당 2층 사무실. 시진핑 중국 주석 관련 책들이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현행법상 간첩죄에 대한 처벌은 ‘적국’을 대상으로만 하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 국가를 배후로 둔 해커조직이 국내에서 간첩 활동을 하더라도 이를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때문에 이에 대한 법 개정이 추진 중이지만 법원행정처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 표류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간첩죄’라고 불리는 형법 제98조의 개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적국으로 규정돼 있는 북한 외의 다른 나라나 외국인 단체의 간첩 활동까지도 막겠다는 취지다.

형법 개정이 추진된 결정적 배경은 작년9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중국공산당이 세계 각국에 비밀경찰서를 세웠다고 폭로하면서부터다. 세이프카드 디펜더스는 한국에도 비밀경찰서가 있다고 알렸고,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이 협력해 실태 조사에 나선 결과 강남의 한 중식당인 ‘동방명주’가 물망에 올랐다.

다만 현행법상 간첩죄는 ‘적국’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문제로 정보당국은 심층적인 조사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적국은 북한뿐이다. 탈세나 식품위생법 및 옥외광고물법 위반 등을 명분으로 조사한 뒤 우회적 경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적국을 위하여 간첩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하는 자, 군사상의 기밀을 적국에 누설한 자라는 현행 형법 제98조(간첩) 개정이 추진 중이다.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에 소속된 외국인이나 그 사주를 받은 외국인·내국인까지 범주를 넓히자는 안이다.

6월28일 진행된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에 대한 처벌 규정 마련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국회의원들 모두 공감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유상범 의원이 적극적으로 형법 개정의 필요성을 피력했고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박용진, 권칠승의 경우 군사기밀 보호법 등 현행법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법원 행정처는 5년 이상이라는 형량을 문제로 삼았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차장은 “적국 외의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에 대해서는 형법 간첩죄에서 규정하지 않다가 새로이 규정하는데, 외국에 관해서도 여러 다양한 친소에 관해 달리 규정할 수 있는 여지가 아닌가, 일률적으로 규정해서 강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너무 무거운 것 아닌가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또 “스파이 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간첩죄로 규정하면서 형을 많이 높이는 것은 고려해봐야 한다. 여러 개를 세분화해서 어떤 것은 중하게, 어떤 것은 가볍게 하는 형태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법원행정처)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해외 사례 중 간첩죄를 적용할 때 동맹국·우방국·비우방국 등 국가별 특수 사례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 하는 경우는 없다. 우방국인 미국에는 약한 처벌을, 중국에는 과한 처벌을 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은 외교 관계의 파탄을 의미한다. 법원행정처의 이의제기 중 일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이와 관련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외국과 외국 단체에 대한 형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는 큰 전제 하에 논의가 시작됐고, 형의 차별을 둬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기존 7년 이상이었던 적국에 대한 간첩 행위 처벌을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의 경우 5년 이상으로 적용했다. 이미 법정형을 달리한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달리 생각해볼 만한 점은 이와 같은 간첩죄에 대한 미비가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해커조직에 대한 견제의 약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정보기술(IT) 발달로 세계 각국이 사이버 영역으로 첩보 활동을 넓혔다. 북한, 중국, 러시아 해커조직이 정부를 배후로 두고 활동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간첩죄 개정은 이들에 대한 구속력 강화라는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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