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과기 R&D 예산 20% 삭감…“부실연구 우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현재 개발 중인 성층권 태양광 비행기 사업의 예산이 25억원 삭감됐습니다. 당초 2대의 비행기를 만들게 돼 있었는데, 이제 1대밖에 못 만들게 됐습니다. 한 대를 만들다 실패하게 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죠. 연구개발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애매한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신명호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 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부장)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노조 관계자들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주최로 열린 ‘사상 초유의 연구개발(R&D) 예산 백지화,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간담회에서 이같은 현장의 혼선을 전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 R&D 예산의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과학기술계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교육‧외교‧노동 분야에 이어 과학기술 연구 현장까지 이권 카르텔 집단으로 매도되면서 연구자들도 크게 위축되는 분위기다.
이날 참석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구현장에 계셔야 할 분들이 여기 와 있다”며 “윤 대통령의 국가 R&D 예산 전면 재검토 지시 이후,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울며 겨자먹기로 내년 예산 20%를 삭감하는 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에 따라 일괄적으로 경상비를 삭감한 것에 이어 올해도 기재부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각 출연연의 기관 운영비를 0.3%에서 최대 26.7%까지 삭감을 요청했다는 설명이다.
김재성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 노조위원장은 “대부분의 기관에서는 연구장비와 전기세, 지원인인력 등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또 이렇게 되면, 실제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려워지고 과학기술에 대한 패배감이 커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정권이 바뀌더라도 과학기술 관련 예산은 손댈 수 없도록 하는 입법을 건의하기도 했다.
삭감한 R&D 예산을 국제협력연구사업 등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참석자들은 부정적으로 봤다.
강천윤 전국과학기술 노조위원장은 “(R&D 예산 삭감은)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여서 정부가 과기출연연을 구조조정하려는 것인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특히 2~3일 내 국제협력연구사업을 내라는 것은 졸속시행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제동국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노조위원장도 “국제연구는 절차가 복잡하고, 조정과정에서 믿고 같이 일할 만한 곳을 찾는게 쉽지 않을 뿐더러 어떤 식으로 기술이 유출될지도 알 수 없다”며 “그렇게 따지면 국제공동연구를 할만한 곳은 미국 소수 기관밖에 없는데, 결국 현 정권이 미국에 잘 보이기 위한 곳이 아니냐는 게 솔직한 심경”이라고 지적했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 총연합회장은 “현재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연구자가 많다”며 “연구비 삭감으로 전기료나 논문게재료 등에도 부담이 갈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후학양성에도 영향이 있고, 수준 낮은 연구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택 전국공공연구노조 위원장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몇조씩 되는 예산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R&D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지나친 관료 주도의 운영관리가 급변하는 연구 환경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로 삼자”고 제언했다.
간담회를 주도한 조승래 의원은 “정부의 사상 유례없는 예산삭감 조치는 졸속하고 폭력적인 방식”이라며 “더 심각한 것은 이번 조치가 연구자들의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리고 연구 현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과학기술혁신특위와 과방위 의원들도 함께 협력해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R&D 분야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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