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발트, 아직은 ‘다다익선’…LG엔솔, 일렉트라 계약 물량 2.7배 확대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2차전지(배터리) 시장에서 ‘코발트 프리’ 제품의 대중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원재료인 코발트는 적게 쓸수록 좋지만, 시장이 아직 코발트 함유 제품을 원하는 까닭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북미에서 공급받는 코발트 물량을 2029년까지 2.7배 늘리기로 했다.
24일(현지시간)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LG에너지솔루션에 1만9000톤의 황산코발트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맺은 3년간 7000톤 공급 계약의 기간과 물량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황산코발트는 광석에서 추출된 코발트 중간체로, 배터리 양극재를 만드는 전구체 생산에 쓰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니켈(N), 코발트(C), 망간(M)이 특정 비율로 혼합된 삼원계 배터리를 주력으로 만든다.
코발트는 양극재의 화학적 안정성을 높인다. 삼원계 양극재는 주로 배터리 용량에 관여하는 니켈 비중이 높고(60~90%), 코발트와 망간이 나머지를 비슷한 비중으로 채우는 것이 일반적인 조합이다.
다만 코발트는 전세계적으로 희소한 데다가 코발트를 쓰는 전자제품과 배터리 물량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계 정제 코발트 생산의 7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점도 공급망 안정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즉, 배터리 원가를 낮추며 공급망 안정성을 높이려면 코발트 함유량을 최소화한 코발트 프리 제품을 생산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계도 지난해부터 망간 비중을 늘리는 식의 코발트 프리 제품 개발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시장의 수요나 대량 양산 시점은 아직 불투명하다.
2020년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공개한 유럽 전기차용 양극재 유형별 제품 비중 결과에 따르면 당시 NCM622(니켈 60%, 코발트 20%, 망간 20%) 제품 점유율은 48.3%, NCM 523 비중이 15.5%에 달했다. 코발트 비중이 본격적으로 감소하는 NCM811 이상 하이니켈 배터리의 비중은 6%에 그쳤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도 전체 시장에서 수요가 가장 많은 배터리는 니켈 비중 60%대 제품이다. 가격과 성능 수준이 무난한 까닭이다. 국내 주요 양극재 제조사 중 하나인 포스코퓨처엠이 25일 발표한 2분기 실적자료에서도 니켈 80%대 제품인 N86 판매 비중은 1분기 대비 증가한 31%였다. 전기차 고성능화에 따라 수요가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 ‘대세’로 보긴 어렵단 의미다.
최근 전기차 판매가 인하 및 배터리 원가 절감 추세가 이어지는 것도 구형 제품의 수요를 유지하는 한 원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이 필요한 고객사는 하이니켈 제품을 사지만 요즘은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사가 늘면서 NCM622을 원하는 고객사도 많다”며 “코발트는 아직 많이 보유할수록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으로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보조금 확보 여건, 공급망 탈중국 기반을 강화하게 됐다. IRA는 배터리 관련 보조금 제공 조건 중 하나로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가공한 핵심광물을 40% 이상 사용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일렉트라는 미국과 가까운 FTA 국가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코발트를 생산할 예정으로 IRA 요구 조건에 부합한다. 생산된 황산코발트는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에 짓고 있는 다수의 제조공장에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앞서 ▲독일 벌칸 에너지에서 수산화리튬 4만5000톤 ▲호주 라이온타운에서 리튬정광 70만톤 ▲캐나다 시그마리튬에서 리튬정광 69만톤 ▲칠레 SQM에서 수산화·탄산리튬 5만5000톤 등의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공급망 안정화에 힘을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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