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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광고 혼란下] 가이드라인 영향권 든 업계 “그래서 이게 뭐예요?”

이나연 기자
맞춤형 광고 안내 검색 화면 갈무리 [ⓒ 구글]
맞춤형 광고 안내 검색 화면 갈무리 [ⓒ 구글]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연내 ‘맞춤형 광고 제도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가운데, 정작 대상자가 될 사업자들은 해당 내용을 제대로 이해조차 못 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위는 제도개선 공동작업반을 구성하고 여러 차례 이해관계자 간담회를 거쳤다고 강조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개인정보위는 가이드라인 최종안을 발표하는 시기를 이달 중순에서 올 3분기로 미뤘다. 이달 초 한국인터넷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한국게임산업협회·한국디지털광고협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 등 정보기술(IT) 관련 협·단체가 가이드라인 제정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수개월간 의견 수렴했는데…업계 반발에 개인정보위 ‘당혹’

맞춤형 광고는 온라인상 행태정보(웹·앱 방문 내역, 구매·검색 이력 등)를 처리해 개인 관심·흥미·기호·성향 등을 분석 및 추정한 후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되는 온라인 광고를 뜻한다. 개인정보위는 여기서 활용되는 이용자 행태정보가 오랜 기간 쌓이고 특정 데이터와 결합하면 ‘개인정보’화 될 여지가 크다고 보았다.

개인정보위가 기업이 따라야 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광고 플랫폼 사업자 등 관련 업계에 올바른 행태정보 수집과 처리 방식을 권고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가이드라인을 꾸리는 데 있어 쟁점은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기준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또 어떻게 설정하는가다. 특히 ‘어떤 행태정보를 개인정보에 준하는 것으로 볼 것인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갈리는 만큼, 당사자들 간 충분한 협의가 중요하다.

이에 개인정보위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한국디지털광고협회, 한국온라인쇼핑협회를 통해 전문가·사업자를 추천받아 제도개선 공동작업반을 구성했다. 산업 부문별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18차례에 걸쳐 장시간에 걸친 회의도 진행했다. 제도개선 공동작업반을 운영해 도출한 합의안으로 마련한 제도개선안 초안 경우,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10차례 동안 이해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도 열었다.

◆업계 “회의 활발했지만, 초대받지 못한 손님도 존재”

개인정보위가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 주요 대상자가 될 광고 플랫폼 사업자를 중심으로 유관 단체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왔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업계 관계자는 없다. 하지만 광고업계 영역에 걸쳐진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게임업계에 대한 고려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이들 지적이다. 어떤 플랫폼이든 서비스에 따른 수익 모델은 광고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개인정보위가 공개한 맞춤형 광고 제도개선 공동작업반 현황을 살펴보면 크게 작업반장 3인·전문가 3인·회원사 6곳·참여기관 5곳으로 구성됐다. 작업반장 3인은 김직동 개인정보위 신기술개인정보과장·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협회가 추천한 산업계 인사이며, 전문가 3인은 협회와 시민단체 등이 추천한 법조계 전문가들이다. 회원사 6곳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디지털광고협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각각 2곳씩 추천한 기업들이 선정됐다.

참여기관 5곳은 운영기관인 개인정보위와 지원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을 비롯해 간사기관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디지털광고협회·한국온라인쇼핑협회다. 하지만 공동작업반에 속하지 않은 유관 단체와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이 업계가 아쉬움을 느끼는 대목이다. 실제로 관련 업계 측 중에는 회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겨우 한두 번 참가한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정보위가 많은 회의와 간담회를 통해 사업자들 의견을 반영했다지만, 실상 각각 협단체나 사업자들이 파악하거나 이해하고 있는 내용 깊이는 제각각이라는 의미다.

◆행태정보=개인정보?…출발선부터 정부 vs 업계 평행선 달려

앞으로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이 시행되면 대상자인 사업자들은 일반 광고와 맞춤형 광고를 구분해 관리해야 한다. 즉, 온라인 광고를 취급하는 모든 사업자는 특정 사이트에 표출된 광고가 맞춤형인지 아닌지와 더불어 광고 주체가 이용자 동의를 받았는지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광고업계 사업자가 이번 개인정보위 가이드라인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로그인과 비로그인 때 이용자 동의 방식에 대한 차이도 헷갈리는 데다, 애초에 가이드라인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인 경우가 많아서다.

행태정보 자체가 무조건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데, 사생활 침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문제 제기만으로 이용자 동의창 마련 등 안전관리 조치를 당부하는 것은 사업자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주장이다. 개인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관련 의무나 제재가 이뤄지지만, 행태정보에 대해서는 법률상 관련한 근거가 없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재 사업자들이 다루는 행태정보는 법률상 위반 행위가 없다”며 “사실상 위법성 평가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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