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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광고 혼란上] 국내 기업은 ‘생태계 혼란’, 메타·구글은 ‘나몰라라’?

이안나 기자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유리창에 붙은 구글 로고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 유리창에 붙은 구글 로고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추진 중인 맞춤형 광고 관련 정책을 두고 정부와 산업계 의견이 엇갈린다. 정부는 개인정보처럼 쓰이는 행태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구글·메타 등 대형 광고 플랫폼 사업자만 살아남고 국내 중소 광고사업자들은 위기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28일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정부는 맞춤형 광고 관련 정책을 올해 3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먼저 이달 공개된 ‘온라인 맞춤형 광고 가이드라인(온라인 맞춤형 광고 행태정보 처리 가이드라인)’ 초안을 두고 산업계에선 국내 광고 생태계 위축과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행태정보란 웹사이트 방문 이력과 앱 사용 이력, 구매 및 검색 이력 등 온라인상 개인 활동 정보들을 의미한다. 이용자가 누구인지 직접적으로 식별하는 개인정보와 다르면서, 이용자 관심·흥미·기호 및 성향 등 행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일부 행태정보 활용엔 '동의' 받아라…기준 합의점은 '아직'=개인정보위가 행태정보 처리방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게 된 건 점차 행태정보가 이용자 회원정보와 함께 처리되는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한 상태에서 수집·축적돼 맞춤형 광고로 이용되고 있어서다. 행태정보는 PC의 경우 쿠키를 통해, 모바일 디바이스는 제조사가 기기별 할당한 광고식별자(ADID)를 통해 수집 가능하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식별 가능한 행태정보는 당연히 개인정보로 분류하고 그에 따라 활용 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해외 사이트는 무조건 이용자 접속 시 쿠키 활용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우리는 맞춤형 광고를 사용할 경우만 동의를 받도록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활용에 앞서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업자는 없다. 문제는 이용자에게 동의를 받아야 하는 행태정보 범위를 정부와 산업계에서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개인정보위는 이름·전화번호·이메일 주소 등 회원정보와 행태정보를 결합한 경우, 회원정보와 결합하지 않아도 누적·축적 수집된 행태정보 중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면 개인정보와 같이 취급하고 활용 전 동의를 받으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계에선 일부 행태정보를 개인정보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에 대해 반발한다. 개인정보와 같은 기준을 적용하려면 행태정보도 현행법에 따라 저장·보관·파기 기준까지 같이 제시돼야 하지만, 관련 내용 없이 ‘동의’만 받으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ADID가 만들어진 이유 자체가 개인을 식별하지 않고 광고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 수단인데, 이를 다시 개인정보와 같다고 취급해버리면 광고 사업이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20년 가까이 이어진 글로벌 기업 배짱 행보…이번엔 다를까?=이번 가이드라인이 추진된 결정적 계기는 지난해 9월 개인정보위가 메타·구글 행태정보 수집·이용에 대한 동의 의무 위반에 대한 처분을 내리면서부터다. 개인정보위는 이후 맞춤형 광고를 위한 행태정보 처리 과정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 온라인 광고 생태계 건전한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정책 대안을 검토해 왔다는 입장이다.

업계 우려의 시발점이 된 메타·구글이 오히려 가이드라인을 따를지를 두고선 회의론이 나온다. 그간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국내 정책을 따르지 않고 편법을 쓰거나 정부 행정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걸며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 사이 국내 사업자들은 경쟁력을 잃고 이용고객들을 외국계 플랫폼에 뺏긴 경우도 있어 기시감을 느끼는 상태다.

대표적으로 2007년경 과거 국내에 인터넷 실명제가 처음 도입됐을 시 국내 플랫폼사들은 실명제법을 따랐지만 구글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따르지 않았다. 국내법으로 제재를 내리자 유튜브는 한국계정으로 가입 시에만 실명제를 도입했고, 국내 소비자들은 유튜브에 미국 계정으로 가입해 활동하게 됐다. 경쟁력을 잃은 아프리카·판도라TV가 유튜브에 점유율을 뺏긴 이유 중 하나다.

메타 역시 국내 법적 처분에 불복하는 사례가 잦다.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는 메타(당시 페이스북)에 국내 통신사와 망 이용대가 협상 과정에서 임의적인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메타는 곧바로 행정소송 카드를 들이밀었다. 현재 개인정보위가 구글·메타 상대로 동의없이 행태정보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를 했다며 과징금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하고 소송 중에 있다.

물론 개인정보위는 “맞춤형 광고 목적 행태정보 처리 기준은 국내외 맞춤형 광고 사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법을 적용해도 편법을 사용하거나 처분을 해도 불복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개인정보위 ‘가이드라인’을 따를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은 계속된다. 구글·메타 역시 행태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도 하다.

◆"중소 광고 사업자만 불리" vs "사전 기준 마련해 리스크 제거"=오히려 맞춤형 광고 전 행태정보 활용 동의를 받으라는 이번 제도는 사용자 정보와 행태정보를 모두 갖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에게만 더 유리해지고, 중소 광고 사업자들은 실상 맞춤형 광고사업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불만이 있다.

중소 광고 사업자들은 웹사이트나 앱에서 수집하는 행태정보와 광고주에게 받은 소비자 ADID를 매칭해 맞춤형 광고를 한다. 동의를 얻기 위해선 웹사이트·앱에서 사용자 동의창을 띄워야 하는데, 직접적인 소비자 접점이 없는 광고 사업자들은 일일이 수백~수천개 웹사이트 사업자들과 협의해야 하는 방식이다.

또다른 광고업계 관계자는 “각각 웹사이트나 앱 사업자들이 동의창을 띄우는데 적극적이지 않을 것이고, 그럴 경우 광고사업자는 맞춤형 광고가 아닌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반 광고만 할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회원 데이터를 갖고 있는 대형 플랫폼사들이 직접 광고하면서 산업 지형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앞으로 개인이 식별되는 행태정보 활용 범위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미리 기준을 마련한다는 측면을 언급한다. 또한 국내 사업자 상황들을 고려해 완화된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담았다는 설명이다.

개인정보위는 “안전한 행태정보 처리 환경을 구축하면 동의 없이도 활용할 수 있다는 사항을 가이드라인에 추가해뒀다”며 “그간 개인이 식별되는 행태정보를 동의 없이 사용해 온 관행을 멈추고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동의를 받으라는 기준을 만든 건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를 제거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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