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지난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2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계약자들이 고지의무사항에 대해 정직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관련 질문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3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생명보험 4521건, 장기손해보험 1만3579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고지의무위반 분쟁조정 건수는 1258건에 달했다.

고지의무란 보험 계약자나 피보험자가 보험계약 체결 시 인수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항을 보험사에 사실대로 고지하는 의무를 말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보험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계약자는 청약서의 질문표에 정직하게 응답함으로써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계약해지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청약서의 질문표는 보험사의 위험측정‧인수심사를 위한 제도인데, 계약자에게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을 열거해 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나 고지의무사항 질문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지의무 위반으로 인한 보험금 부지급과 분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자기보고식 설문으로 구성된 고지의무사항 질문표는 응답자의 정직한 답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나 보험사는 지난 20년 동안 성실고지를 유도하기 위한 표준 질문표의 수정‧보완의 노력이 거의 없었다"며 "2000년도와 2020년도에 질문표 항목을 추가했지만, 이는 보험사의 보다 정확한 위험평가와 인수심사를 위한 것으로 성실고지를 유도하기 위한 설문기법상의 보완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송 연구위원은 의료이용, 병력, 약물복용, 흡연, 음주 등 질문표 대부분 의 민감질문이 ‘예‧아니오’의 답변을 요구하는 이지선다형 질문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이같은 구성은 인수심사 규칙이 쉽게 노출될뿐더러 답변자가 민감행동에 대한 경험이 적은 경우 성실고지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한 개의 문항에 다수의 질문을 내포하거나 개방형 답변을 요하는 질문으로 구성된 질문표도 정직한 답변을 유도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송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송 연구위원은 "감독당국과 보험사는 청약서 질문표에 대해 행동과학에 기반한 접근방식을 적극적으로 참고해 성실고지를 제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향후 고지의무의 수동화가 입법화될 경우 보험사의 인수심사는 온전히 질문표 응답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는 질문표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탐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