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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가상은행 도전장 내민 카카오뱅크, 현지에서 라인과 맞붙을까?

이상일 기자
카카오뱅크와 가상은행 라이선스 획득에 나선 SCB뱅크
카카오뱅크와 가상은행 라이선스 획득에 나선 SCB뱅크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카카오뱅크가 태국 인터넷전문은행(가상은행, Virtual Bank)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태국 디지털 뱅킹 시장을 두고 카카오와 라인(LINE)의 대결이 흥미로워질 전망이다.

태국은 QR결제 시스템 등 전자지불 시스템이 발달해 있고 배달 서비스 등 모바일 앱에 기반한 생활결제 시스템이 정착해가고 있는 국가다. 실제로 현지 주민은 물론 해외 관광객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결제 서비스에 국한되어 있는 것으로 풀뱅킹 서비스, 즉 대출이나 기업금융,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서비스는 발전의 여지가 남아있다. 모바일 뱅킹 측면에서도 태국 현지의 은행들은 항상 사람들로 만원인 광경을 심심치 않게 본다. 코로나19는 전자지불의 사용을 가속화했지만 여전히 일부 가계와 기업은 여전히 현금과 수표를 사용하고 은행 지점과 자동 입출금기에서 금융 거래를 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태국 현지 은행 창구에 사람들이 대면 상담에 나서고 있다
태국 현지 은행 창구에 사람들이 대면 상담에 나서고 있다

금융 서비스에 대한 접근 불평등은 여전히 높다는 관측이다. 태국은행(BOT)에 따르면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중소기업(SME)의 60% 이상이 상업 은행이나 특수 금융 기관(SFI)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추가 담보, 신용 보증 또는 비은행 금융 기관(NBFI) 및 합작 투자와 같은 대체 자금 출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어선 가계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문제다. BOT에 따르면 태국 인구의 1/3은 빚을 지고 있으며 부채가 많은 부분의 대부분은 소득이 낮다.

따라서 금융 취약 계층이 금융 서비스에 적절하게 접근하고 부채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지원해 불평등이 더 심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BOT의 판단이다.

카카오뱅크는 6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획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6월 태국의 주요 금융지주사 SCBX(SCB X Public Company Limited)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획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카카오뱅크]

이에 따라 BOT는 지속 가능한 디지털 경제로의 원활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기술 및 데이터 활용 ▲지속 가능성으로의 전환 관리 ▲안정성에서 탄력성으로 전환을 주 정책과제로 발표했다.

특히 BOT는 정책 중요 과제 중 하나로 가상 은행을 새로운 시장 플레이어로 도입하고자 정책을 추진 중이다.

태국의 가상은행은 우리나라 인터넷은행처럼 기술, 디지털 서비스 및 데이터 분석에 대한 전문 지식을 보유한 신청자가 인건비 및 은행 지점 비용을 줄이면서 디지털 채널을 통해 효율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BOT에선 이러한 자국의 가상은행 모델을 경쟁을 촉진하고 혁신을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의 가상 은행 정책과 중소기업 및 소매 부문의 금융 접근성 개선을 목표로 하는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의 가상 은행 정책이 결합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태국 가상은행 라이선스에는 ATM 등 물리적 채널을 직접 운영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협력을 통한 ATM기기 공동 이용은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구조다.
태국 가상은행 라이선스에는 ATM 등 물리적 채널을 직접 운영할 수 없도록 했다. 다만 협력을 통한 ATM기기 공동 이용은 가능하다. 우리나라와 동일한 구조다.

특히 소매 및 중소기업 고객 중 현재의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소외계층에 초점을 맞췄다. BOT는 2024년 중으로 3개의 가상은행 사업자에게 라이선스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은행계 금융지주사 SCBX와 태국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6월 16일 밝혔다. 두 회사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 4분기에 시작되는 인가 신청부터 2024년 심사 진행 업무, 2025년 서비스 출범까지 협력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태국 금융시장의 어떤 점을 고려해 현지 시장 진출에 나섰을까?

태국에서 현시점 기준 디지털 뱅킹에 있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소셜뱅킹 형태의 금융 서비스, 즉 라인 비케이(이하 LINE BK)와 같은 소셜 미디어 앱 기반의 모바일 뱅킹 서비스다.

라인BK를 라인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카시콘뱅크
라인BK를 라인과 같이 운영하고 있는 카시콘뱅크

LINE BK는 예금 계좌를 개설하기만 하면 라인 애플리케이션에서 이체, 예금, 차용, 결제가 가능한 금융 서비스로, 사용자의 금융 서비스 이용 편의성 제고에 나서고 있다. 라인 BK는 라인의 자회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LINE Financial Asia)와 태국 카시콘 은행 (KASIKORNBANK)의 자회사 카시콘비전컴퍼니(KASIKORN Vision Company Ltd.)의 합작법인인 카시콘라인(KASIKORN LINE)이 운영 중이다.

다만 이는 기존 은행과 소셜 앱을 연계한 뱅킹 서비스로 메신저 연계형 모바일 뱅킹 플랫폼으로 분류된다. 라인 스스로 풀 뱅킹 서비스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은행의 서비스를 앱 내에서 연결시키는 채널의 역할이다.

디지털 전환의 최전선에 있는 메신저 플랫폼에서 편하게 이용하다 보니 현지에선 디지털 뱅킹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태국이 정책적으로 가상은행 전략을 발표하기 전까진 디지털 뱅킹 최전선에 있었던 서비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상은행 라이선스에 도전장을 내민 카카오뱅크는 라이선스 확보가 가능해질 경우 풀 뱅킹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BOT는 태국 가상은행 전략에 있어서 세계 여러 나라의 인터넷은행 전략을 고려한 바 있다. 특히 이러한 디지털 뱅킹 혁신을 위해서는 IT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가상은행 백서를 통해 강조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와 협력 중인 SCB X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가상은행을 설립하는 형태에 관해서는 SCB X는 확실한 파트너와 손을 잡고 있다. 바로 해외 핀테크 사업 ​​파트너(카카오뱅크)”라며 “가상은행을 위해선 좋은 시스템이 있어야 하므로 기술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카카오뱅크의 IT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가 국내서 완성한 독자적 대안 신용평가모형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적용도 가능해 보인다. BOT가 원하는 중저신용자의 신용도를 평가하며 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경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스코어는 금융 정보 위주의 신용평가모형으로는 정교한 평가가 어려운 중저신용자 및 신파일러(적은 금융거래 실적 때문에 불리한 신용평가를 받는 금융이력부족자) 고객들을 위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대안정보 위주로 평가를 하는 신용평가모형이다.

태국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라인BK. 소셜 플랫폼과 기존 시중은행의 결합 모델이다.[ⓒ라인BK]
태국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라인BK. 소셜 플랫폼과 기존 시중은행의 결합 모델이다.[ⓒ라인BK]

BOT가 가상은행의 조건으로 중저신용자,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접근성 확보를 내세운 만큼 경험이 있는 카카오뱅크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태국은 2024년 최대 3개의 가상은행 라이선스를 발급할 예정으로 라인 BK가 가상은행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현재 라인 BK가 태국 카시콘뱅크 자회사와 라인과 합작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시콘 은행은 가상은행 라이선스 발급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카시콘뱅크는 2020년 12월에 태국 최초의 디지털 플랫폼인 케이플러스(K PLUS)를 출시한 바 있다. 카시콘뱅크는 가상은행 라이선스 발급 과정에서 경쟁력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계획이며, 태국의 금융 포용성과 혁신을 촉진하는데 역할을 할 것으로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가상은행에 맞는 코어뱅킹 시스템 기반의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 구현을 위해선 라인이 대만, 인도네시아에 구현한 라인뱅크의 시스템 구축 능력이 뒷받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BOT는 3개의 가상은행 설립 승인 후 1년 안에 IT 시스템 등을 구축해 사업자들이 2025년 중반까지 가상은행 서비스를 오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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