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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위기의 방통위]② ‘15년’ 방통위의 자화상 “오직 공영방송 때리기”

강소현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인근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통신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 전문기관으로 위상을 재정립 하도록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하고 소통하겠습니다."

2019년 9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취임사다. 방송통신 분야를 아우르는 정책 전문기관으로 방통위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법(OTT) 등 미디어 매체별로 분산된 규제체계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하는데 집중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산업정책은 결국 뒷전으로 밀렸다. 이 가운데 차기 방통위원장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묵은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는 18일 오전 10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예정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후보자에 대한 송곳검증을 예고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청문회 내용과 관계없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감행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후보자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신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캠프에 합류해 공보실장을 맡아 정치에 입문,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대통령 언론특보를 역임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6기 방통위가 출범 전부터 정치적 논리에 휘말리며 지난 15년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방통위는 다가오는 방송환경 변화에 대응하려면 당시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 통신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2008년 설립됐다. 이전까진 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통신위원회 등에서 통신 정책과 규제가 이뤄졌고, 방송은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가 담당했다.

특히 통방융합시대에 담당 부처가 두 곳으로 산재되면 의견 통합에 어려움을 겪고 비효율성을 야기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과 인터넷TV(IPTV) 등 통방융합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통방융합기구 설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여겨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당초 구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굴러갔다. 산업성과 공익성을 각각 최우선으로 하는 통신과 방송 간 접점을 좀처럼 찾지 못한데다, 방통위원장을 보좌하는 상임위원 가운데 ICT 전문가는 부재했기 때문이다. 4기 상임위원은 전부 방송 출신으로만 구성, 1기~3기 상임위원도 통신분야 전문가의 대부분이 공무원 출신이었다.

무엇보다 ‘방송=언론’이라는 공식 탓에 정책 논의는 정치적 공방에 매몰되기 일수였다. 이에 급변하는 통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언급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등 각 부처가 서로 신규사업자인 OTT 컨트롤타워를 자처하면서 ‘중복 규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세 부처는 모두 소관법령에 OTT를 포함시키는 내용의 법 제·개정을 추진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OTT를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 방통위는 OTT를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중 플랫폼서비스로 분류한다는 내용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제정했다. 문체부는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을 통해 OTT사업자에 별도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전문가는 “2018년 방통위는 과기정통부가 재허가하기로 한 CCS충북방송에 대해 부동의를 의결한 바 있다”라며 “재허가라는 하나의 행위에 대해서 두 부처가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지는 등 특정 서비스에 대해 부처 간 이견이 존재하는 경우 법안의 개정이나 정책의 집행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계 전문가는 “방통위는 지상파와 종편, 과기정통부는 유료방송사와 등록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등 부처 관할 구역을 임의로 정하다보니 부처 간 중복 규제가 발생한 것”이라며 “이제는 방송과 통신은 물론, 진흥과 규제의 구분도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방통위의 무용론도 나온다. 이에 지금부터라도 효율적인 정책과 규제가 가능한 정부 부처 형식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학계로부터 나온다. 기존 방통위의 통신 정책 영역을 과기정통부로 이관하거나, 방송 (재)허가 또는 (재)승인 사업자를 묶어 관장하는 ‘공공방송영상위원회’(가칭)으로의 개편 등이 거론된다.

업계에 정통한 학계 전문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부가 만들어지는 동시에 방통위의 업무였던 방송통신 진흥 업무가 이관되며 무력화된 측면이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 방통위가 독임제 기구에서 새로운 업무를 가져오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법을 보완하지 않으면 공영방송의 독립성 강화라는 방통위의 기능도 상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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