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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후폭풍…삼성·SK, 中 반도체 공장 어쩌나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기자
화웨이 'MWC 2023' 부스
화웨이 'MWC 2023' 부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화웨이가 대중(對中) 반도체 제재 기조를 이어오던 미국에 역공을 펼쳤다. 이번 사태로 미국이 동맹국에 중국 압박 수위 향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기업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현실화하면 중국 내 메모리 생산라인을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향이 불가피하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돈 그레이브스 미국 상무부 부장관 등은 다음주 방한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은 중국으로 첨단 반도체 설비를 보내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처를 내렸다. 구체적으로 시스템반도체는 14나노미터(nm) 공정 이하, D램은 18나노 이하, 낸드플래시 128단 이상 제품에 대한 통제였다.

다만 미국은 중국 내 생산시설을 보유한 한국과 대만 기업 대상으로 1년간 유예 기간을 뒀다. 이는 다음달 11일 만료되는 가운데 재연장 기로에 놓인 상태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사업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사업장 [사진=SK하이닉스]

당초 산업계에서는 미국 측에서 1년의 기간을 더 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은 해당 조치 이전부터 중국 수출을 금지했고 일본, 네덜란드 등과 반도체 동맹이 굳건한 만큼 유예를 이어가도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국 기업들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방식을 통한 무기한 유예를 미국 정부에 요구해왔다. VEU는 상무부가 사전 승인한 업체에 지정된 품목을 수출해도 된다는 일종의 포괄적 허가 제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장은 이미 VEU 명단에 포함돼 장비 목록만 추가하면 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지난달 말 화웨이가 출시한 ‘메이트60프로’로 인한 나비효과다. 이 제품에 중국 기술로 만들어진 7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SK하이닉스의 최신 메모리가 탑재되면서 전 세계 이목을 끌었다.

7나노 AP의 경우 앞서 언급한 EUV 장비가 없으면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데 화웨이와 SMIC가 협력해 이를 해낸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지난 2020년 9월부터 자국 소프트웨어(SW)와 설비 등을 이용해 개발 및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도록 했는데 SK하이닉스 반도체가 메이트60프로에서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미국 기술을 배제하면 어떤 기업도 반도체를 만들 수 없다.

코트라 주최 포럼에서 연설하는 돈 그레이브스 美 상무부 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코트라 주최 포럼에서 연설하는 돈 그레이브스 美 상무부 부장관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유예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미국 하원의원 등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레이브스 부장관 역시 관련 내용에 대해 “해당 문제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중국 반도체 제재 강화를 암시했다.

현시점에서 결정된 건 없다. 화웨이 이슈에 대한 조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장비수출 통제에 대한 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충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화웨이 건과 유예 연장 건은 별개 문제다. 후자가 특정 회사를 겨냥한 공격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도 “중국이 자체 기술력 과시를 통해 도발한 건 분명하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불똥이 튈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40%, SK하이닉스는 D램 40% 및 낸드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메모리 1~2위만큼 전체 메모리 산업에서도 작지 않은 비중이다. 두 회사는 중국에 각각 33조원(시안), 35조원(우시·다롄)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총 70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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