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방통위 숙제]② 강력한 방통위의 복귀, 미디어 통합법제 마련 가능할까
- 미디어통합법 연말 발표 목표…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 유사 형태
- 공공·민간 미디어 포괄하는 거대 법안…규율대상에 OTT 포함
- 미디어 컨트롤타워 설립돼야…“여당 다수당 되는 경우 방통위 중심 개편 예상”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미디어통합법 제정을 통해 낡은 방송법 규제체계 개편에 다시 나섰다. 방송법·IPTV(인터넷TV)법·전기통신사업법 등 부처별 산재된 미디어 법제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한다는 취지다.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미디어통합법 제정을 위한 ‘미디어정책연구협의체’를 발족하고, 킥오프 회의를 진행했다. 최근 6기 방통위가 출범한 가운데 연구반은 연말까지 미디어통합법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형태는 기존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 유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5기 방통위가 미디어통합법의 일환으로 마련한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네트워크를 통해 동영상 콘텐츠를 공급·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시청각미디어서비스’로 정의하고,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적용했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그대로 계승한다면 공영방송은 물론, OTT와 IP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까지 아우르는 거대 법안이 된다. 핵심은 법제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OTT를 규율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신규사업자인 OTT는 다른 방송사업자와 달리 규율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에 일각에서 전통 방송매체와의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현재 미디어 통합법제를 마련 중인 곳이 방통위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디어 통합 미디어법 제정을 위해 전문가 중심 연구반을 가동 중이며,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된 미디어 콘텐츠 산업 종합발전위원회도 미디어 통합법제 마련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공공 미디어 영역에서 민간 미디어 영역(유료방송 및 OTT)을 분리하고 있는 다른 미디어 통합법제들과 달리, 모든 미디어를 규율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이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관계자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과 관련해선) 공공 미디어 영역과 민간 미디어 영역은 별도의 규제 철학이나 이념이 필요한데, 같이 가지고 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견이 존재했다”라며 “또 코드커팅이 이미 시작된 미국에서도 OTT를 규율대상에 포함시키고 있지 않은데, 우리가 벌써부터 OTT에 유료방송과의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도) 미디어 통합법제 제정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관계 부처와 이런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할지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학계에선 미디어통합법이 표면적으로는 2000년 통합방송법로부터의 탈피를 외치고 있지만 지금까지 언급된 방송법 개정안들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규율대상에 OTT를 포함시키고, 유료방송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 외에는 현행법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방송 시장의 미래를 고려한 진일보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미디어 서비스 산업발전을 위한 법제도 마련의 필요성과 방안모색' 세미나에서 “앞으로 5~10년 후 시장에 대비한 법제를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오늘날 실시간 방송을 아무도 안보는데 지역 콘텐츠 활성화를 지원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라며 반문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의 문제 중 하나는 요금경쟁 만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콘텐츠 제작엔 적극 투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자 스스로가 콘텐츠에 투자해 글로벌 OTT와 경쟁력을 가지고 시장을 이끌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유인책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 통합법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거버넌스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미디어정책 관련 부처는 크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이분화되어 있는 가운데, 각각 진흥과 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어 정책 집행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업계에 정통한 한 업계관계자는 “진흥과 규제로 이원화된 현재의 미디어 거버넌스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데에는 학계와 정치계, 업계 모두 공감하고 있다”이라며 “정부 조직 내에서 가장 작은 조직인 방통위의 경우 전문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방통위의 예산은 전쳬 예산 중 2500억원으로, 과기정통부의 1.55% 규모다. 그만큼 방통위 자체가 인력이나 예산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동일한 목적과 동일한 성격의 법률이더라도 각 부처의 성격에 따라 다르게 집행될 수 있다”라며 “결국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하나의 안으로 모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거버넌스 대안으로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의 기능을 통합하되 방송규제 기능은 독립적인 기관에서 수행하도록 하거나, ICT 규제진흥기구와 미디어 규제진흥기구로 분리하는 방안 등이 제시된다. 특히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이 방통위를 창설한 최시중 전 위원장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는 경우 방통위를 중심으로 거버넌스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가) 미디어 산업의 규제와 진흥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며 “다만 컨트롤타워 설립 과정에서 과거 규제와 진흥을 담당하던 방송위원회에선 문제는 없었는지 살펴보는 등 신중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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