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포츠in항저우②] “이보다 좋은 마케팅 없다” 넥슨·크래프톤, AG 수혜 기대감↑
이스포츠는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습니다. ‘마우스만 딸깍한다’고 격하하기에 이스포츠 산업은 지난 10년간 몰라보게 성장했습니다. MZ 세대들의 관심에 힘입어 이스포츠 산업은 2025년엔 약 2조470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스포츠의 아시안게임 편입이 불러올 의의와 파급력, 최초의 이스포츠 메달 사냥에 나선 국가대표 선수들 소식을 <디지털데일리>가 [이스포츠in항저우]를 통해 전해드립니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이스포츠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부 종목사 자격의 넥슨과 크래프톤이 얻을 유·무형 가치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스포츠 세부 종목은 총 7개다. 이 중 넥슨 ‘FC온라인(前 피파온라인4)’과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모바일(이하 배그모바일)’은 국내 게임사 게임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비스 게임이 AG 종목으로… 게임사 수혜 기대감↑=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는 기업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이다. 이 때문에 고액의 광고비에도 기꺼이 참여한다. 블룸버그 보고서에 따르면 4년간 기본 스폰서십 패키지는 2억달러(한화 약 2309억원)부터 시작한다. 관련해 일본 언론들은 토요타가 2017년부터 2024년까지 올림픽 스폰서로 8억3500만달러(약 9640억750만원)을 후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광고 관련 기업들 주가가 반등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스포츠는 게임사의 게임물이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정통 스포츠와 달리, 게임물을 매개로 진행하는 이스포츠는 게임사가 종목 소유권을 지니고 있다. 이스포츠는 종목당 짧게는 10분, 길게는 4시간 가까이 진행된다. 광고를 뛰어넘는 게임사 수혜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업계는 넥슨과 크래프톤이 자사 게임을 글로벌에 각인시킬 수 있는 아시안게임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인 이스포츠 리그나 국제대회는 기존 게임 이용자 및 게임 선호도가 높은 일부 대중을 대상으로 홍보 효과를 일으키지만, 아시안게임은 지식재산(IP) 인지도가 낮은 대중에게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이스포츠가 아시안게임 또는 지역별 아시아 경기 대회와 같은 메가 스포츠 대회에 지속 채택되다 보면 게임사들은 더 많은 국가, 더 넓은 지역으로 서비스를 하게 될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보다 더 좋은 마케팅 수단은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 등을 강의하는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한국체육학회장)는 “대회 직후 글로벌 인식 제고 및 게임 브랜드 가치가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매출이나 이용자 수에서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이탈 이용자들이 다시 게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유료 아이템 등을 구매하면서 게임 내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게임 내 협업과 이스포츠 스폰서십 등 많은 브랜드와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승할 것”이라며 “이스포츠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타 게임사의 이스포츠 개발 의지를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크래프톤의 아시안게임 수혜가 상대적으로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넥슨 FC온라인은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가 IP를 소유한 반면, 배그모바일은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게임이라서다. 배그모바일이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은 만큼, 아시안게임을 통한 크래프톤의 실적 개선 관측도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각각 8.6%, 20.7% 감소했다. 2분기 모바일게임 매출도 전분기보다 29.7% 떨어졌다. 배그모바일 매출 감소 때문이다.
증권가는 ‘배그모바일 인도’ 서비스 재개로 인한 실적 반영에 아시안게임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크래프톤 반등을 꾀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현대차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3분기는 성수기 진입 및 9월 아시안게임 모멘텀이 발현된다”며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개최되는 대회인 만큼 전반적으로 이용자가 확산돼 하반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작년 대비 성장세로 전환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다올투자증권 김하정 연구원 역시 “항저우 아시안게임 효과가 변수”라고 평가했다.
◆3년 남은 ‘아이치·나고야 AG’, 지금부터 준비해야=이와 함께 이스포츠는 2026년 일본에서 열리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도 정식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세부 종목 라인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 게임사와 정치권이 지금부터 준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게임사의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입성은 정부 차원에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행한 ‘2022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콘텐츠 수출액은 133억798만달러(한화 약 17조8380억원)다.
이중 게임산업 수출액은 89억7338만 달러(약 12조261억원)로 전체 콘텐츠 수출액 중 67.4%를 차지했다. 이스포츠의 아시안게임 입성으로 야기될 산업적 이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게임사 뿐 아니라 정부의 영향력 행사 또한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경우,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중국 글로벌 IT회사인 알리바바가 이번 대회 공식 파트너로 나섰고,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몽삼국2’와 ‘왕자영요’ 등 중국산 게임이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의 경우 광고기획사 ‘댄츠’를 통해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올림픽조직위원회(IOC) 공식 마케팅 파트너로 선정된 이들은 IOC에 일본 게임들을 계속해서 노출 중이다. 덕분에 일본 게임사 코나미의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진행된 ‘올림픽 가상 시리즈’에 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다. 일본 이스포츠협회에는 일본콘솔게임협회 임원들이 대거 이사진으로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아시안게임에는 콘솔게임이 다수 채택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PC와 모바일 플랫폼이 중심인 한국 게임이 설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이스포츠 사정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결국 우리가 내세울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이라며 “앞선 이스포츠 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이스포츠 표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제 표준안을 우리가 선도해야 글로벌에서 뒤처지지 않고 목소리를 강하게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대한체육회 또는 한국이스포츠협회 등의 대표 단체들이 발언권을 키울 필요도 있다. ‘카트라이더’와 같은 종목은 높은 인지도와 서비스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안게임에 들어가지 못했다”면서 “다음 아시안게임은 일본에서 열리기 때문에 일본이 선호하는 게임들이 이스포츠 종목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높지만, 남은 기간 노력한다면 한국 게임사가 개발한 게임이 이스포츠 종목에 편입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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