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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어벤저스] ‘클로바X’, 대한민국 AI 기술주권을 지키는 여정

최민지 기자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네이버클라우드 신지은 리더. [ⓒ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네이버가 한국에 특화된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바X’ 베타 버전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클로바X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도 크지만, 한쪽에선 대화형 AI 서비스 선두주자인 챗GPT와 비교하며 부족한 점을 따끔하게 질책한다.

이미 해외 글로벌 빅테크들이 내놓은 생성형 AI들을 수차례 접하면서, 클로바X를 향한 기대 수준이 올라간 탓이다. 클로바X 또한 대부분 질의에 답변을 무리 없이 하고 있지만, 일부 내용에 오류가 나타나는 등 정확도가 완벽하지 않고 추론 기능 등 개선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실이다. 하지만, 동시에 알아야 할 사실은 클로바X는 탄생 자체만으로 한국의 AI 기술주권을 전세계에 공표했다는 점이다. 오픈AI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AI 공세 속에 한국이 방패막을 마련했다는 의의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플래닝 신지은 리더를 만나 클로바X 개발 과정부터 향후 계획까지 자세히 들었다.

신지은 리더는 네이버 내부 개발진들이 클로바X를 만들 때 가장 중요했던 동력으로 ‘사명감’을 꼽았다. 생성형 AI가 거대한 권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AI 주권이 중요한 점을 짚었다. 글로벌 빅테크가 완벽하게 AI 주도권을 가져가기 전, 국내 기업이 이 판에 참여해야 한국이 불리한 상황에 놓이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IT 주권이 필요한 이유는 수차례 경험했다. 앞서, 네이버는 구글 등 해외기업에 한국 검색시장을 뺏기지 않은 경험이 있다. 구글이 독점하는 전세계 검색엔진 시장에서, 사실상 중국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토종기업이 자국 검색시장을 지켰다. 네이버는 검색 서비스로 시작해 성장을 거듭하면서 국내 중소상공인(SME)과 콘텐츠 창작 기업 및 크리에이터들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선순환을 꾀했다.

반면, 구글이 검색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유럽은 상황이 다르다. 이제 유럽 등에선 구글 등 다국적 IT기업이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해당 국가에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며, 실제 매출을 올린 국가에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디지털세를 요구하고 있다. AI시대에서도 비슷한 역사가 되풀이될 수 있다. 다행히, 네이버는 이번에도 빠르게 움직였다.

신 리더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사용하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비싼데, 이 비용을 산정하는 기준은 토큰 수”라며 “보통 토큰 수는 영어 기준인 만큼, 한국에선 한국어를 사용하다는 이유만으로 (예를 들어) 3배 정도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국내 기업이 한국어 적용 모델을 만들면, 오히려 3분의1 비용으로 LLM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리더는 “한국이 AI기술 주도권을 뺏긴다면, 우리는 선택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가 완벽하게 AI 주도권을 가져버리면, (한국은) 이들이 매기는 과금을 내면서 서비스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에서 쓰기에 가장 좋은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이에 개발진은 “네이버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클로바X 개발에 매달렸다고 한다. 네이버 서비스의 성패를 넘어, 기술주권 존폐가 달렸다는 확신의 마음으로 밤낮없이 개발에 몰두했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오픈AI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빙’, 구글 ‘바드’에 이어 한국의 네이버가 ‘클로바X’를 대열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아직 개선점은 많지만, 내부 개발진은 자신감을 얻었다.

신 리더는 “빅테크와 비교해 10분의1 비용과 인력으로, 절반의 기간만으로 이만큼 해냈다는 것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물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냉정하게 보고 있기에,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내년엔 진짜 쓸 만 하다고 체감할 정도로 (클로바X)가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 클로바X 역량이 고도화될 경우, 국내 AI의 해외 수출도 기대해볼 만 하다.

신 리더는 “비영어권 국가 중 한국어와 같은 비슷한 (AI 관련)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곳들이 있다”며 “해외 빅테크 AI를 쓸 때 비용과 보안 우려가 있을 수 있는데, 네이버는 클라우드 인프라와 사업 역량이 있는 기업이다. 이들 국가 대상으로 글로벌 전략을 펼친다면 시장을 키울 수 있고, 승산이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한편, 클로바X는 지난달 24일 베타 출시했다. 클로바X는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X’를 백본으로 구축한 서비스다. 클로바X는 창작, 요약, 추론, 번역, 코딩 등 능력이 바탕이 된 다양한 답변을 제공한다. 한국 문화와 맥락을 가장 잘 이해하는 강점이 있다.

높은 관심 속에 공개된 클로바X에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면서 안정적인 트래픽 운영을 위해 대기 리스트를 만들어야 할 정도였다. 챗GPT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현재는 접속에 무리는 없으나, 신규 기능 추가와 같은 일시적으로 이용자가 몰리는 경우엔 다시 유입을 조절할 수 있다. 이용자 사용 현황 경우, 네이버에 따르면 ▲추천 ▲전문적 정보 ▲생산성(요약‧번연‧글쓰기)에 대한 질의가 대다수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됩니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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