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축산 현대화’ 중인 정육각, 아마존‧구글 대신 MS 손잡은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축산업은 가축의 사육부터 도축, 가공, 유통에 이르는 전 분야를 아우르는 산업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의 전과정이 축산업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대표적인 레거시(Legacy) 산업으로 꼽히는 분야 중 하나다.
그러나 여느 산업군과 마찬가지로 축산업 역시 변하는 중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자동화를 하는 등 축산업의 현대화를 추진 중인 기업들이 있다. ‘초신선 육류’를 앞세운 정육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육각은 제조 기업이자 유통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소, 돼지에 따라 다르지만 육류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한 세절 후 유통하는 것을 주요 사업으로 삼고 있다. 배송이 시작될 때 각 제품별 바코드를 부여해 그 과정 전반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했다.
정육각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박준태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축산기업이라고 하지만 소나 돼지를 키우고 도축하는 것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뛰어들어서 이걸 기존의 분들보다 잘할 거라는 확신도 없다. 대신 집중한 것은 제조와 유통 과정에서의 불합리를 기술로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업에도 녹아든 IT 기술… ‘스마트팩토리’ 기업 정육각
정육각은 신선육을 판매한다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운다. 도축한 지 4일 이내의 고기를 유통하는 초신선은 정육각을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다.
박 CTO는 “냉장육의 경우 진공포장을 풀지 않으면 생각외로 굉장히 오래 먹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60일 정도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 기간이 문제”라며 “고기는 하루하루 가격이 달라진다. 특히 소의 경우 경매를 하다 보니 그 편차가 더 크다. 그러다 보니 제일 쌀 때 사서 보관하다가 비쌀 때 파는, 일종의 선물시장이 형성된다. 여전히 유통될 수 있는 고기이지만 신선육으로서의 가치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육각은 고기의 제조와 유통을 모두 도맡아 하는 사업구조를 채택했다. 정육각이 생산부터 판매까지 하는 만큼 육류의 품질, 상태 등을 모두 통제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제조라는 측면에서 정육각은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스마트팩토리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시스템을 통해 생산 공정 사이사이의 단절을 해결한다. 생산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는 더 나은 생산공정을 위해 재활용된다. 또 유통이라는 측면에서는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하는 고객관리 및 배송 과정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제조실행시스템(MES),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으로 정의되는 솔루션이 모두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박 CTO는 “처음부터 어떤 기술을, 어떤 솔루션을 도입하자는 데서 시작한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걸 구현하다 보니 MES, CRM 등으로 분류되는 기술의 유형이었다”고 전했다.
이어서 “흔히들 스마트팩토리라고 하면 사람의 개입 없이 로봇팔이 움직이는 걸 생각할 텐데, 스마트팩토리에는 그런 완전 자동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형이 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것을 더 효율적이게 생산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스마트팩토리”라고 피력했다. 이와 같은 제조‧유통 과정에 녹아든 IT 기술이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한다.
정육각이 강조하는 초신선 육류의 경우 신선육과 숙성육 중 무엇이 좋으냐는 호불호에 달려 있는 만큼 옳고 그름을 나눌 수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육각의 초신선은 원산지나 유통기한을 속이거나, 유통기한이 다른 육류를 섞어서 판매하는 등 지속해서 발생하는 부정식품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분명하다. ‘안전할 수 밖에 없는 유통 구조’를 만든 셈이다.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 온 기존 축산기업들과의 차별화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줄곧 적자를 기록하던 쿠팡이 흑자를 달성하는 데 더해 매출로 이마트를 제치는 등 기염을 토할 만큼 온라인쇼핑 시장은 대세가 되고 있다.
정육각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은 대상이 보유하고 있던 초록마을의 지분을 인수한 영향도 크다. 기업 규모면에서 자사보다 훨씬 큰 초록마을을 인수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 CTO는 정육각과 초록마을이 각각 가지고 있던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초록마을은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사업을 키워왔지만 온라인에서는 다소 미흡했다. 온라인 네이티브인 정육각의 경험이 초록마을의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육각 역시 사업 경험이 많은 초록마을의 이점을 흡수하는 중이다.
‘더 좋은, 더 안전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차원에서 두 기업이 강조하는 초신선과 친환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닮은 꼴이다. 제조-유통-온‧오프라인의 통합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중이다.
◆구글클라우드 대신 선택한 MS 애저… 왜?
기술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정육각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인 애저(Azure)를 선택했다는 점이다.
MS 애저는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이은 전 세계 2위 클라우드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IT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오픈AI와 연합을 꾸린 MS 애저가 더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국내에서는 AWS의 영향력이 크다. 이미 구글클라우드를 사용하고 있던 정육각이 구글클라우드 대신 다른 클라우드로, 그중에서도 MS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 박 CTO의 답은 “기술지원”이다.
그는 “애저를 도입한 것은 작년 7월 무렵, 1년 정도 됐다. 기존에는 구글클라우드의 ‘파이어베이스’를 이용해왔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커머스 분야에서 파이어베이스를 쓴 사례가 없어서 하나하나 직접 공부해가며 썼다. 그러다가 한계가 찾아와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을 하기로 했고 MS를 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육각은 MS 애저와 함께 AWS도 비교 대상에 올렸다. 두 기업 중 MS의 손을 잡은 것은 소속 엔지니어와의 접점이 얼마나 많으냐를 저울질한 결과다.
그는 “구글클라우드를 쓸 때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개발했다. 그야말로 망망대해였는데, 사실 이건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정해진 틀 없이 직접 개발할 수 있으니까. 반면 AWS는 너무 많은 사례들이 있고, 표준화가 이뤄져 있다 보니 그걸 따라갈 수밖에 없더라. 거기에 AWS 소속 엔지니어와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서 “그런데 MS의 경우 내부 엔지니어와도 수시로 연락할 수 있다고 해서 4개월 정도 같이 프로젝트를 했고, 실제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혹은 앉고 있는 문제점을 제시하면 그 해결책을 같이 고민하고 제시해줬다. 이는 정육각처럼 개발자가 많지 않은, 경험이 부족한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피력했다.
박 CTO는 스타트업이 클라우드를 쓰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로 IT 개발을 위한 기초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스타트업이 클라우드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땅을 판다고 할 때 삽으로도 팔 수 있고 포크레인으로도 팔 수 있다. 다만 용도가 정해진 땅을, 원하는 형태로 파는 것은 포크레인만으로는 쉽지 않다. 딱 적합한 포크레인이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소한 삽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애저, 그리고 데이터브릭스는 도구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 방향성도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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