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

시청률은 감소하는데…케이블업계, 지상파 재송신료 부담에 ‘아우성’

강소현 기자
2022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 방송통신위원회]
2022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 방송통신위원회]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케이블TV(SO)가 지상파 3사와 3년간 가입자당재송신료(CPS) 협상에 본격 돌입했다. 양측 모두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만큼 타협 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케이블 업계에선 현재의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더 이상 이전 계약 수준의 재송신료를 감당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헬로비전과 HCN, 딜라이브 등 케이블TV 업계는 올 연말까지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개년분에 대한 재송신료 계약을 완료해야 하는 가운데, 최근 본격 논의에 착수했다.

재송신료는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이용대가를 의미한다. IPTV(인터넷TV)·케이블TV 등 유료방송사는 콘텐츠를 제공한 지상파 3사에 시청자로부터 받은 수신료의 일부를 배분해 왔다.

하지만 양측은 재송신료의 적정성을 두고 갈등을 겪어왔다.

지상파 3사는 매년 콘텐츠 제작비가 오르는데다, 유료방송사가 자신들의 콘텐츠 덕에 가입자를 확보했으니 재송신료를 인상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유료방송사는 지상파 콘텐츠 기여도가 감소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특히 유료방송사는 TV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재송신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하영제 의원(무소속)이 최근 닐슨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20년~2022년)간 지상파의 시청률은 하락했다. 가장 큰 하락폭을 보인 것은 SBS였다. 2020년 2.19%에서 2022년 1.72%로, 0.47%포인트(P) 떨어졌다. 같은기간 KBS2와 MBC의 시청률도 각각 0.36%포인트, 0.2%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재송신료는 꾸준히 인상돼 왔다. 2013년 280원으로 처음 산정된 이후, 2021년까지 1.5배 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재송신매출도 2016년 2298억원에서 2022년 4089억원으로 연평균 10.1% 증가했다.

이 가운데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도 최근 지상파와 재송신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주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550원(10%), 2023년 600원(8%), 2024년 650원(8%) 수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케이블TV는 이 같은 인상안을 받아들일 여력이 없다. 가입자 감소에 따라 매출이 줄어드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의 매출은 2013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 6월 발표한 ‘2022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케이블TV의 방송사업매출은 ▲2019년 2조227억원 ▲2020년 1조9328억원 ▲2021년 1조8542억원(4.1%) ▲2022년 1조8037억원(2.7%)으로 계속 감소해왔다. 올해부턴 매출이 적자로 돌아서는 사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22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 방송통신위원회]
2022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 [ⓒ 방송통신위원회]

이 가운데 재송신료 삭감을 요구한 케이블TV 사업자도 있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요구한 인하율은 50% 이상이다.

이 사업자는 무료VOD(FVOD)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FVOD의 경우 유료로 공급한 뒤 평균 한 달의 홀드백(방영유예기간)을 두다보니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짐에도 불구, 지상파가 재송신료 인상을 위해 강매해왔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업계관계자는 "케이블TV는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과 매출액 감소에 더해 수익을 받쳐주고 있던 홈쇼핑 수수료 대폭 삭감 위기까지 몰려있다"라며 "허가사업자로서 많은 규제를 떠안고 있지만 적정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 이어지면서 허가사업자의 지위가 무색해 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케이블은 총 수신료 대비 콘텐츠 대가로 무려 86.7%에 이르는 비율을 지급하고 있다. (매출에) 홈쇼핑수수료를 포함해도 콘텐츠 지급비율은 42.8%나 된다”라며 “남은 비용으론 가입자를 관리하고 망을 유지보수하는데도 빠듯하다. 차세대 플랫폼에 투자할 여력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 유지를 위한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호소했다.

유료방송 업계에선 매번 반복되는 재송신료 갈등을 해결하면 일정 부분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은 재송신료를 계약 당사자 간 자율 협상에 맡기고 있다. 지속적인 대가 상승에서 보듯, 보도 기능을 갖춘 지상파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재정 압박이 심해지면 재송신료 인상을 통해 손실분을 메우려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KBS만 해도 TV 방송수신(KBS·EBS 방송 수신료) 분리징수 이후 두달동안 걷힌 수신료가 작년보다 57억원 줄어든 것 상황이다.

관련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방통위는 2016년 합리적인 대가 산정 기준을 도출하기 위한 산정요소를 포함한 ‘지상파 재송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등을 통해 지상파와 유료방송사가 재송신료 협상 자체를 거부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재송신료 산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되지 않으면서 실효성이 지적됐다.

업계 일각에선 사업자 간 비대칭적 협상력으로 생기는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나서 중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지금 상황에서는 (전체 프로그램 사용로에서) 지상파가 받아가는 비중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협상이 이뤄지고 균형 가격이 형성돼야 하는데 지금은 시장 매커니즘에 의한 협상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론적으로 시장 실패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재송신료 인상률에 상한선을 두는 등의 개입을 정부가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