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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불완전판매' 악몽 잊었나?… '환테크' 강조하며 외화예금 유치 홍보전

권유승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전경. ⓒ우리은행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사 전경. ⓒ우리은행

-외화예금 특판상품, 환차익까지 강조하며 홍보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원-환율 변동 따른 손실 입을 수 있어 주의 필요

-보험업계의 경우, '외화보험' 판매시 금융당국서 제재 사례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우리은행이 달러로 가입을 하는 외화정기예금을 '환테크' 상품으로 홍보하고 나서 주목된다.

하지만 외화정기예금은 환율 변동에 따라 환차손 또한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인 만큼 금융소비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리 WON 외화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 오는 12월8일까지 가입자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에 나섰다.

이 상품은 미화 1000달러부터 50만달러까지 가입이 가능한 예금이다.

우리은행은 일반 외화정기예금 금리에 더해 우대조건 충족시 최대 연 0.3%p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화 1만불 이상 가입자에게는 연 0.1%p 등의 우대금리를 적용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은행이 해당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이 상품을 환차익까지 강조해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자로 출고 요청한 보도자료에서 해당 상품을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예금"이라고 명시해 배포했다.

아울러 "최근 달러 강세 흐름에 따라 외화예금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우대금리와 경품까지 제공하는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홍보는 자칫 가입자들에게 외화예금을 만기후 수익이 보장되는 '환테크 상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환테크는 환율의 변동을 이용해 차익을 노리는 재테크 방식인데, 환율 변동에 따라 기대 수익 보다 손해(손실)를 볼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외화예금의 명목이자율보다 만기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 즉 환차손이 더 크게 되면 손실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홍보를 하려면 이같은 손실 가능성도 동시에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올해 5월 금융위로부터 펀드 상품 판매의 설명 확인의무 위반, 설명서 교부 의무 위반, 판매 과정에서 녹취 의무 위반 등으로 과태료 2억5000만원을 부과 받은 전례가 있다.

물론 이번 우리은행의 외화예금 특판은 기존 펀드상품과는 차이가 있지만 고객에게 '위험'까지 동시에 충분히 고지해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아무리 최근 달러가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고 해도 환차익을 볼 수 있을지 환차손을 입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특별히 환헤지를 걸어 놓은 상품이 아니라면 가입자들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이 상품은 계약 기간이 3개월, 6개월, 12개월 등 비교적 단기간으로 구성 돼 있어 변동성이 큰 외화의 특성 상 환율 리스크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앞서 국내 보험업계에서는 외화예금과 비슷한 성격인 외화보험이 환테크 상품으로 판매 되는 것에 대해 여러 번 논란이 된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1년 말 외화보험을 환테크 상품으로 둔갑한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이 외화로 이뤄진 상품이다. 가입 이후 환율이 하락할 경우 계약 해지 외에는 환율 변화를 대처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환테크 수단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달러보험과 달러예금은 성격이 좀 다를 순 있지만, 일반적으로 외화 금융상품은 유학 등 향후 외화를 사용해야 할 때를 대비해 비축해 놓는다는 목적이 크다"면서 "만약 처음부터 투자의 목적으로 가입을 할 경우엔 결국 환율 리스크를 가져가겠다는 의미로 이에 대한 인지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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