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목 받는 ‘플랫폼 정부’… 성공사례 만들겠다"
정부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각기 제공했던 정부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공약이다. 이의 실현을 위해 지난해 9월 공식 출범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고진 위원장을 만나 그간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만난 사람 = 장윤옥 논설위원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죠. 지금까지는 한 70점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에 몇 점을 주겠느냐는 질문에 고진 위원장은 약간 계면쩍어 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진 위원장은 “각 부처 공무원들의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아직 자신들의 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급하게 성과를 만들기보다 늦더라도 제대로 된 성공사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진 위원장은 지난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도 위원으로 활동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드물게 지난 정부의 경험을 공유하면서도 연속성을 갖고 시행착오를 개선할 수 있는 위치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지난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까.
고진 위원장은 이번 실현계획을 민간위원 중심으로 완성했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이전에는 해당 부처가 만든 초안에 민간위원들이 의견을 더하는 선에서 안을 만들었죠.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민감하고 과감한 과제는 뒷전이 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간위원 중심으로 160회 이상 회의를 거쳐 121개 핵심과제를 도출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논의를 정책현장으로 확대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야죠.”
하지만 혁신적 계획은 이상에 더 가깝다는 점에서 현실의 벽에 부딪힐 가능성도 크다. 121개 핵심과제를 임기 내에 완수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에 대해 고진 위원장은 “그래서 플랫폼정부특별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를 만드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1호 브랜드이자 1호 공약이었습니다. 민간위원들도 대통령의 높은 의지를 의식해 최선의 밑그림을 그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계획이 좋아도 디지털플랫폼 정부가 제대로 완성되려면 10년 이상 걸릴 겁니다. 그래서 법적 근거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는 거죠.”
고진 위원장은 어떤 정부가 되더라도 “전체적인 방향이나 과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특별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직 체감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 다양한 청약 정보를 토스 같은 민간 앱에서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이나 지도나 금융 앱에서 기차예매, 자동차 검사 예약을 하도록 한 정도다. 최근 보험업법 개정으로 10년 이상 답보 상태였던 실손보험 간편청구의 길을 연 것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올해 계획이 수립되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스템 구축과 통합 사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내년 디지털플랫폼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121% 늘어난 9262억원. 고진 위원장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공공서비스 실증사업’, ‘정부 초거대 AI’를 들었다.
외형적 수치보다 사업의 완성도에 초점 둘 것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설계부터 클라우드 기술을 적용,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는 것. 데이터 활용과 운영 면에서 큰 이점이 있지만 실제로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운영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위원회는 지난달 행안부와 함께 새로 구축하는 모든 공공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고진 위원장은 “정보통신부 해체와 인프라 위주의 투자, 애플리케이션 위주의 발전 등으로 인해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이 트렌드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이 바로 정부의 클라우드 네이티브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와 관련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제대로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정부 사업과 달리 수치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제대로 된 성공사례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부처간 데이터 연결과 융합도 저절로 이뤄질 겁니다.”
고진 위원장은 “최근 직원들이 클린카드를 쓰면서도 영수증 전표를 붙이고 있기에 들여다봤더니 소규모 점포는 영수증에 업태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여기에 국세청 업종 데이터만 연동시켜도 얼마나 생산성이 높아지겠느냐”고 말했다. 부처간 데이터 개방과 연동만으로도 정부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미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외교, 국방, 사법 등의 시스템은 대상이 아니고 트랜잭션이 아주 많은 경우는 클라우드 기반으로 해도 실익이 없다”며 “정부의 모든 시스템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고진 위원장은 실증사업 추진에도 큰 기대감을 표했다. 그동안 많은 정보화 사업이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실증사업의 시행착오를 본 사업에 반영하는 환류 작업을 게을리 한 것이 문제”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책의 시행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평가, 다음 사업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위원회는 지난달 25일 부산시와 '국민 혜택 알리미' 서비스 실증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부산 시민에게 블록체인 기반의 신원증명(DID)을 발급, 다양한 혜택과 서비스를 미리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고진 위원장은 “사업 속도를 내기 위해 실증사업과 보건복지부의 복지급여 혜택 알리미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혜택 알리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다양한 정부 혜택을 맞춤형으로 제공, 국민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혜택을 몰라서 놓치는 일이 없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 초거대AI 통해 우리 AI 경쟁력 향상 도모
‘정부 전용 초거대 AI’ 도입도 고진 위원장이 기대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정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한 후 공공부문 업무의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고진 위원장은 “데이터의 양이나 컴퓨팅 파워, 자본력 등을 고려할 때 우리가 글로벌 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범용AI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며 한시바삐 우리만의 특화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추진하는 정부 전용 초거대 AI 사업은 위원장이 말하는 차별화 전략의 하나인 셈.
“우리 공공 부문은 우수한 인재와 대량의 정제 데이터를 함께 갖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학습 효과를 높이려면 휴먼 피드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공무원들의 참여를 통해 이끌어 내겠다는 거죠. 정부 문서 작성은 물론 민원, 복지, 안전 등 다양한 대국민 행정서비스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고진 위원장은 이 역시 실증사업을 통해 검증, 확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단전, 단수 데이터를 분석해 복지의 사각 지대를 찾고 통신사 기지국 접속 정보를 활용해 밀집위험 상황을 예측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진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이미 앞선 전자정부 사업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해 놓고 있다”며 “생산성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만 제대로 만들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만큼 여러 가지로 어려움도 많았을 터다. 특히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와 업무를 조정해야 위원회의 특성상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지 않을까.
고진 위원장 역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부처간 칸막이를 해소하는 일”이라며 지금도 여전히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답했다.
“지금껏 전자정부를 잘 구축했지만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업무의 분업화 논리에 따라 굳어진 정부 운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힐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이걸 푸는 게 위원회의 핵심 역할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무원 인사 고과와 부처별 기관별 평가에 디지털플랫폼 정부 지표를 반영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진 위원장은 “이같은 노력이 정착되면 멀지 않아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 기업들도 정부와 협력해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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