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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중 실적 꼴찌인데…尹정부 '상생금융'엔 팔걷는 우리금융

권유승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이슈에 누구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상생금융 프로그램 외에 아직 구체화 되지는 않았지만 블록버스터급 추가 상생금융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 4대 금융그룹 중 '이자 장사'를 통한 수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우리금융의 행보가 모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올 3분기까지 실적도 4대 그룹 중 가장 저조한 상황에서 우리금융의 적극적인 상생금융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한 상생금융은 좋은 의미지만, 반대로 금융사의 입장에선 스스로의 이익을 깎아야 하는 '출혈'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우리금융의 현재 처지가 KB금융이나 신한금융처럼 여유롭지도 않은데 이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이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우리금융은 정작 지난해 사회공헌활동 금액도 4대 금융지주 중 꼴찌를 기록한 바 있어 상생금융의 진정성에도 의심을 받고 있다.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우리금융의 상생금융 행보는 지나치게 정부 친화적 행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향후 관치금융 논란으로 번질 경우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이 그동안 대형 횡령사고 등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대외 이미지 회복을 위한 차원에서 상생금융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3일과 5일 양일에 걸쳐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놓을 것을 예고했다. 상생금융의 최종안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 예고편만 2회 연속 내보냈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3일 오전 임종룡 회장 주재로 전 계열사 대표 등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고 상생금융 추진 현황 점검과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이날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상생금융 확대를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생금융을 위한 우리금융의 이 같은 분주한 움직임은 최근 윤 대통령의 '은행권 이자장사' 비판에 따른 긴급 대응이란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독과점', '종노릇' 등 강경한 어조로 은행권을 향한 비판의 시선을 보내왔다. 실제로 이후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 등 또 다른 주요 금융지주사들도 상생금융 방안을 검토하거나 발표했다.

하나금융의 주요 계열사인 하나은행은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한금융도 총 1050억원의 추가 금융지원으로 상생금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 4대금융 중 실적 꼴찌… 이자수익 '예대 마진'은 상위권

우리금융은 국내 4대 금융 지주 중 가장 저조한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상생금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경쟁사들과는 처한 상황이 다른 셈이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8.2% 증가한 순익 4조3704억원을 기록하며 리딩금융의 왕좌를 지켜냈다. 이어 신한금융은 3조8183억원을 나타내 2위권을 수성했다. 하나금융은 순익 2조97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은 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아 이자 장사로 수익을 기대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올 3분기 우리금융의 그룹 전체 수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은 94.2%로 전년 대비 무려 5.1%p 올랐다.

예대마진도 우리은행이 4대 은행 중 KB국민은행에 이어 2위권을 기록 중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우리은행의 예대마진은 0.82%p다.

4대 은행 중 순익이 가장 낮은 우리은행이 금리를 이용한 수익성은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예대마진은 대출 금리에서 예금 금리를 뺀 수치로 은행의 주요 수익성 지표로 활용된다.

우리금융이 예대마진 실적의 후퇴를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추가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제시할 것인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사회공헌활동 금액 가장 낮아… '상생금융'에만 급급한 모습?

우리금융은 지난해 사회공헌활동금액은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2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사회공헌활동 금액은 ▲하나은행 2058억원 ▲KB국민은행 2035억원 ▲신한은행 2025억원 ▲우리은행 1950억원 순이었다.

상생금융도 넓은 의미에서의 사회공헌활동이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입에 오르고 있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현 정부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월과 3월 상생금융 관련해 은행권을 직접 방문했을 때도 임 회장은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유일하게 참석해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나서서 은행권을 주시하고 있으니 금융사들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이렇게 당국을 의식하면서 줄줄이 시행하는 상생금융이 과연 본연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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